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로 항상 의, 식, 주를 언급합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요소,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뜻하는 주(住)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굴, 움집에서부터 고층 건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주는 직사각형 틀에 맞춰져 빽빽하게 차 있는 건물로, 화려한 과학 기술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 어떤 발전 과정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흔히 보는 건축물, 예를 들어 강 사이에 놓인 교각이나 층을 올라가는 데 쓰이는 엘리베이터 등을 다시금 새로운 관점에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러스트 | 박정민, 이윤지 기자
일러스트 | 박정민, 이윤지 기자

 

외부의 힘에도 안전한 건물
 

건물을 건설할 때 중요한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 무너지지 않고 건물을 떠받칠 수 있게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중력, 바람, 그리고 지진으로부터 항상 건물을 보호해야 합니다. 먼저, 건물이 중력을 버텨야 하는 방법에는 크게 내력벽 시스템과 프레임 시스템의 두 구조가 주로 사용됩니다.

내력벽은 점토 오두막과 같은 구조로, 종이로 만든 원기둥 위에 책이 놓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압력은 점토 벽이나 종이 튜브를 타고 모든 측면에서 고르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종이 튜브 위에 책을 계속 쌓으면 압력을 못 견디고 종이가 구겨지듯이, 내력벽 시스템도 많은 하중이 내력벽에 가해지면 무너집니다. 프레임 시스템은 목재를 묶어서 힘이 지나갈 프레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레임 위에 동물 가죽이나 풀들을 엮어서 올렸고, 이들의 중량은 프레임에만 가해지기 때문에 내력벽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힘을 받는 방법이 다릅니다. 이런 두 가지 방법에서 더 많은 하중을 견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강한 재료들을 써야 합니다. 내력벽 구조는 점토 벽에서 돌과 벽돌, 더 나아가 철과 강철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대에 와서는 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합니다. 프레임 구조의 경우에는 철과 강철을 이용한 프레임을 사용해서 더 높은 건물과 교각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다음으로, 바람과 지진을 견디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이 진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가지 방법으로, 건물에 강한 코어를 심어주는데, 이때 코어는 강철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집니다. 또는,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라는 런던의 건물처럼 삼각형 구조의 외골격인 다이아그리드(Diagrid)로 둘러쌓인 외부 프레임을 이용해서 바람에 대항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물체는 각자의 고유 진동수를 가지는데, 같은 진동수의 바람이나 지진과 공진하면 물체가 파괴되기도 합니다. 이는 건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진현상을 상쇄하기 위해 건물의 진동수를 계산한 뒤 비슷한 진동수를 가지는 추를 설치하여 진동 에너지를 추가 흡수하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동조질량감쇠장치라고 하며, 타이페이 101에서도 이 장치가 87층에서 92층 사이에 있습니다. 그 후, 예전에는 풍동 실험장에서 미니어처 건물을 놓고 다양한 상황에서 선풍기 바람을 가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컴퓨터로 다양한 바람과 건물 상황에서 바람에 의한 피해가 없는지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진, 바람, 중력에도 견디는 견고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여 현대 사회에서는 건물들이 외부의 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길, 엘리베이터

앞선 방법으로 현대에는 외부의 힘을 지탱할 수 있는 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높은 층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합니다. 그 접근성을 증가시켜준 것이 엘리베이터로, 덕분에 우리는 한 층으로만 구성된 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개발한 엘리샤 오티스(Elisha Otis)는 아르키메데스처럼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기 전에도 자동 선반공*을 만들어서 침대 프레임 생산 속도를 4배 높였고, 열차용 안전 브레이크, 자동 제빵 오븐 등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1852년, 오티스는 공장을 청소하는 일을 하다가 층간에 쌓인 자재들을 기계로 나르는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밧줄에 단상을 매달아서 위아래로 움직였는데, 실수로 밧줄이 끊어지면 단상 위에 올라온 사람이 죽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왜건 스프링**을 이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 스프링은 힘을 받으면 평평해지고 힘이 없을 때는 구부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자가 움직이는 통로 양옆에 뾰족한 레일을 설치하고, 상자 위에는 스프링과 스프링에 걸린 장치를 만듭니다. 만약 상자를 연결한 밧줄이 갑자기 끊어지면, 스프링이 힘을 받아 평평해지면서 걸려있던 장치가 내려와 레일에 고정됩니다. 이를 통해 밧줄에 문제가 생겨도 사람이 죽지 않게 되었고, 이 장치를 1853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 산업박람회에서 보여주어 새로운 혁신을 끌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엘리베이터를 올리던 밧줄이 강철 케이블로 바뀌어 현대까지 쓰고 있지만, 이 엘리베이터로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로 500미터 이상의 건물에서는 강철 케이블이 너무 무거워져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탄소섬유라는 대체재를 사용했고, 현재는 고층 건물에 탄소섬유로 엘리베이터를 연결하여 쓰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층 건물의 흔들림에 의해 양옆의 레일이 휘는 현상은 미해결로 남아있어서 계속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에 와서는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전 세계 인구가 72시간마다 한 번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다고 합니다.
 

하천을 건너는 창의적인 방법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생각하면, 흔히 강 위에 떠있어서 사람이나 교통수단이 그 위를 이동할 수 있는 판자 모양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부터 강을 건너는 독특한 방법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강에 배를 띄워서 만든 다리인 부교를 소개하겠습니다. 부교는 기원전 11~6세기에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고대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전쟁을 위해 부교를 만든 것 또한 전해집니다. 크세르크세스는 아버지 다리우스 1세가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에 패배한 것에 분노하여 복수하기를 원했고, 근처 도시 국가들을 차근차근 정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계속 저항했고, 결국 크세르크세스는 정벌을 위해 해협을 건너려고 674척의 배를 모아 다리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다음으로는, 폴커크 휠(Falkirk Wheel)이라는 스코틀랜드 다리가 있습니다. 이는 해상 교통수단, 특히 배가 육지를 건너가게 해주는 신기한 다리입니다. 이 다리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스코틀랜드의 황폐한 운하가 있었습니다. 원래, 스코틀랜드는 1822년에 개통한 유니언 운하로 많은 운송 네트워크를 보유하였지만, 1840년대에 활발히 개발되던 철도 네트워크로 인해 운하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1930년대에는 운하 시스템 일부가 사용되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운하를 이용할 때는 가파른 경사를 가로지르기 위해 갑실을 만들어 운하의 낮은 쪽과 높은 쪽 사이에 설치했는데 이마저도 20세기가 되자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말 건축가와 엔지니어들은 운하를 부활시키며, 갑실을 대체하고자 폴커크 휠을 개발했습니다. 이 다리는 마치 대관람차처럼 배를 한 칸에 실어서 180도 회전하는 것으로 경사를 넘어갔습니다. 심지어 회전을 위해 필요한 전력도 물 여덟 주전자를 끓일 정도에 불과해 배가 운하를 값싸게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시부네 다리(Ishi-bune Bridge)를 소개하겠습니다. 이시부네 다리는 현수선 다리로, 두 개의 기둥 위에 양 끝을 고정한 케이블 선 2개를 평행하게 늘어뜨린 뒤, 기둥 사이에 작은 케이블로 연결된 콘크리트판을 얹어 완성합니다. 이를 스트레스 리본교(Stress-ribbon bridge)라고 부르며 양 끝을 고정한 앵커가 굉장히 튼튼해서 단순하게 보이는 다리임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리 자체도 미관상 예쁘고, 비교적 빨리 건설할 수 있어서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의 건축 기술은 거듭 발전해왔습니다.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이를 짓기 위한 크레인과 엘리베이터들을 개발하는 등, 사람들은 살아갈 공간의 편의성을 위해 직접 재료를 찾고, 건물 구조를 교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동굴에서 비를 피하는 용도가 전부였던 주거 공간이 현재는 개인의 고유한 활동을 하는 주택, 아파트로 변화하며 다양한 삶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길을 가다가 보이는 흔한 건물이라도 어떤 공학 기술들이 숨겨져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동 선반공*
공작물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회전하며, 공정 순서에 따라 공구를 교체하고, 공구로 가공할 수 있는 선반이다.

왜건 스프링**
얇은 강철 띠를 쌓아 올린 자 모양의 스프링으로 마차와 왜건의 서스펜션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참고문헌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어크로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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