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의 선생님들에게 듣는 독특한 이야기, 강연과 함께하는 하루를 즐기며 여유 시간에 사소한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아웃사이더 비주류를 지향하는 의성 출신의 물리학자, 김갑진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다양한 강연, 집필 활동 및 강의를 통해 사람들이 과학 지식을 즐겁게 습득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김 교수가 생각하는 강연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김갑진 교수 제공
김갑진 교수 제공

교수님의 자기소개에서, 농부의 아들이란 문구가 어떤 의미인가요?

그냥 아버지가 농부셔서 쓴 거예요. 농부로 사신 아버지를 아들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서 사용하는 문구에요.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제가 일본에서 공부할 때 대한민국을 보면서 생각해낸 키워드가 ‘역동성’이에요. 한국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외국으로 나가서 살아보니 한국이 굉장히 역동적인 사회였단 걸 느끼곤 했어요. 저는 이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기에 대한민국에서 역동성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소개 문구를 통해서 ‘농부의 아들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역동성'을 보여주고픈 마음도 있어요. 이렇게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좌우명이 불치하문(不恥下問)으로 적혀 있어서 눈에 띄었는데, 어떤 뜻으로 정한 좌우명인가요?

사실 굉장히 단순해요. 저는 제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사회적인 인식도 그렇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도 자기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는 쉽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묻기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불치하문’이라는 좌우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싶었어요. 스스로에게 하나의 대의명분을 달아줌으로써, 일종의 자기합리화를 위한 요소를 만들어준 거죠.
 

교수님이 주로 다루시는 ‘스핀’과 ‘자석’에 대해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매력이라기보는, 스스로 부여한 ‘의미’가 더 큰 거 같아요. 제 성향과,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다른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스핀’과 ‘자석’에 대해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람을 사귀는 거랑 비슷하겠네요. 모르니까, 매력적인거죠.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셨나요?

박사 학위를 받고 난 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간 게 큰 계기였어요. 공부하다 보니, 내가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누군가를 도우면 기분이 굉장히 좋잖아요. 하여튼, 그래서 어떤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배웠던 것들, 연구한 것들을 가르치는 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가, 결정적인 계기가 두 개 있어 교수가 되자고 확실하게 마음을 먹었어요. 첫 번째 계기는 일본에서 포닥을 하면서 썼던 논문을 심사받을 때였어요. 논문을 쓰고 나면, 심사위원들이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답변하면서 심사를 해요. 그런데, 심사가 끝나갈 즈음에 논문을 심사해주는 위원분들 중 한 분이 저에게 “당신에게 많이 배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스스로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준비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교수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두 번째 계기는 연구를 하다 보니, 저는 노벨상을 받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든 거였어요. 정확히는, ‘나는 노벨상은 못 받겠구나.’라는 생각이었는데, 그러면 ‘누군가 노벨상을 받게 하자’고 생각한 게 계기예요. 내가 10년을 배웠던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더 빨리 전달해준다면, 언젠가 제가 가르친 사람들 중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어요.
 

교수 활동 외에도, <마법에서 과학으로: 자석과 스핀트로닉스> 등 서적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하실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님이 시켜서 한 거에요(웃음). 정하웅 교수님이 저보고 강연하러 가라고 하셔서 간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저를 초대해주신 출판사 사장님과, ‘안될과학’ 채널 / ‘카오스 사이언스’ 채널처럼 저에게 강연 무대를 준비해주신 분들이 생각한 의도가 제가 한 강연의 의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아직도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재밌어요.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그 기쁨이, 내가 알고 있는 걸 가르치는 기쁨보다 훨씬 크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강연보다는, 연구가 너무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강연과 저술을 통해서 지식을 전달하는 활동도 지나고 보면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또 나름 강연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아서 불러주면 열심히 나가고 있어요

사실, ‘스핀트로닉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주로 하는 반응이 ‘그런 것도 있구나? 신기하다!’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데, 물리학과에서 교수님들을 비롯해서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스핀트로닉스라고 하면 ‘그건 옛날 콘셉트지’ 혹은 ‘요즘은 누가 그런 걸 해’ 같은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저는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분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옛날 콘셉트라는 평가인데도 일반 대중들은 아무도 몰라요. 스핀트로닉스가 무엇인지, 어떤 것들에 연관되어 있는지, 그런 것들을 모르는 데도 전문가들은 이게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들이니까 쓰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져서 사람들에게도 이런 콘셉트들을 좀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강연을 하는 이유 중에 좀 포함이 되어 있어요.
 

김갑진 교수 제공
김갑진 교수 제공

저번에 ‘안될과학’채널에서 랩미팅을 진행하시면서, 실제 코일을 가지고 실험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셔서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평소 강연 등을 하실 때 이런 시각적 자료를 많이 활용하시는 편인가요?

제가 실험 물리학자이다 보니, 실험을 많이 활용하곤 해요. 저는 ‘물리’를 가르칠 때, 듣는 사람이 재미를 붙이고 따라오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설명 중간에 실험 등을 넣어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당장, 집에서 애들이랑 놀아줄 때도 재미가 없으면 애들이 안 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뭐든지 가르치거나 따라오게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부터도, 재미없으면 하기 싫잖아요.
 

이번의 스핀에 관한 내용처럼, 방대하거나 어려운 특정 주제들을 설명할 때, 너무 어려운 내용을 제외하거나 풀어서 설명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럴 때는 내용의 엄밀성과 대중들의 흥미 중에 어떤 걸 더 중요시 여기는 편이신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둘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물리를 가르칠 거라면 “정확한 이론을 재미있게 가르쳐라!”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데, 저는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어렵긴 하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그래도 대중들에게 강연을 할 때는 흥미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두는 편이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에는 나중에 배우는 내용을 위해서 ‘정확한 이론’에 초점을 둬요.
 

그렇게 상황마다 구성을 바꾸면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엮으려면 되게 어려울 것 같은데, 굉장히 잘하시네요. 비결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흔히 저보고 물리교육과 출신이라서 강연이나 강의를 잘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결혼을 한 서른 살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과외를 했던 경험이 더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어찌 되던, 과외란 건 앞에 있는 학생에게 주어진 주제를 어떻게든 이해를 시켜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일을 오랜 기간 해 본 것이 크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면, 지금은 정하웅 교수님이 강연 트레이너이신 셈이네요.

그런 셈이죠(웃음).
 

저도 그렇고, 학생들이 ‘물리’라는 학문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교수님께도 학생 때 어렵게 느껴졌던 물리 분야가 있었나요?

저도 물리는 재미없고 어려워요. 지금도 물리 교과서 보면 진짜 재미없다는 생각을 해요(파인만 렉쳐 빼고요). 그렇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서 재미없는 물리 파트도 버텨내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사실은, 지금 전자기학을 하고 있지만 학부생 때 전자기학이 학점이 제일 낮았어요(웃음). 저도 전자기학이 물리 분야 중에 제일 어렵게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전자기학이 계산하는 파트도 많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죠.

생각해보면 학부 때 배우는 물리의 각 분야들은 거의 기본이 되는 내용만 담고 있다 보니 더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축구나 야구로 치면, 맨날 기초체력 운동만 하는 셈인 거죠. 축구나 야구가 재밌는 이유는 실전을 뛰니까 재밌는 거잖아요? 사실, 공부나 연구는 대학원에 가서 실전을 뛰게 되거든요. 대학원에 가서 연구해보면 정말 재밌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기초체력이 있어야 실전이 재미가 있겠죠? 
 

교수님의 강연 영상들을 보면, 항상 어려운 내용을 굉장히 쉽게 잘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아는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서, 교수님만의 지론이 있을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발표다.’라는 생각을 항상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지금 공부하는 모든 건, 내가 배운 것들을 언젠가 발표하기 위해서, 발표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시작되는 거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인생의 대부분은 그렇게 얻어낸 발표의 순간에서 결정이 난다고 생각하기에, 연습을 통해서 발표를 연습해야 언젠가 중요한 승부처에서 좋은 결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련해서, 제가 수업 때에도 한 시간 정도 ‘발표를 잘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일종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인데, 저는 발표를 할 때 ‘1초도 지루하면 안 된다.’, '발표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라.’, ‘청중의 수준을 고려해라.’, ‘유기적인 흐름이 있어야 한다.’ 등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점을 먼저 정리해서 생각한 후에 자료를 만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보면서 이 자료가 과연 나 스스로에게도 재밌는지 먼저 생각해봐요. 그러다가 만약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같은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자료를 다 버려요. 저는 발표라는 게, 발표자 스스로가 재미가 없으면 청중들은 당연히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고등학교 선생님의 물리학자가 되면 온 인류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이 물리학의 길을 걷게 된 시작이라고 소개하신 걸 보았어요. 물리학과 교수가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게 인생의 목표이기도 해요. 원래는 물리학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렇지만 실험실에서 찾아낸 연구의 의미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까지, 그 의미가 전달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느꼈어요. 특히, 제가 하는 기초 연구가 더 그런 편이기도 하죠. 당장 양자 역학이 예전에, 거의 100년쯤 전에 등장했는데 사람들은 지금 양자 컴퓨터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런 예시처럼, 연구에서 찾은 의미를 전달하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내 연구가 정말 사람들한테 도움이 된다’란 느낌이 잘 안 들어요. 그래서, 방향을 조금 틀어서 제가 연구를 통해 찾은 물리의 의미를 강연과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교육이라는 건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강연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니까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연구를 통해서도 기여하려고 하고, 동시에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학생들을 키워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꽤나 오랜 시간 연구와 강연을 해오셨는데, 지금도 연구가 즐거우신가요?

그냥 사는게 즐거워요. 사실 365일이라고 적고 싶었는데, 그렇게 적으면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것 같아서, 3일 정도는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겠지 생각하고 362일로 적었어요.

평소에 맨날 자기 전마다, “내가 오늘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요. 사람이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행복해요. 논문이 리젝을 당해도 살아있으니까 논문 리젝도 당하는 거니까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매일 즐겁게 살고 있어요.
 

지금껏 했던 강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제가 평소에 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주로 하는데, 초/중/고 학생들마다 특색이 있어요. 초등학생들에게는 자석을 가지고 놀면서 강연을 하고, 중학생들에게는 과학 지식을 조금 더 첨가하고, 고등학생들에게는 논문과 제가 연구하는 분야 이야기까지 첨가해서, 학생들에게 따라서 강연을 하는 방식을 조금 달리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강연을 하다 보면, 가끔 초/중/고 학생들이 다 같이 모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보면,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 초등학생들은 그냥 천진함을 가지고 질문하려고 손을 들고, 중학생들은 질문을 잘 안하고, 고등학생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질문을 많이 해요.

전에 한 번, 강연을 하는 데 한 초등학생 친구가 굉장히 질문을 많이 했어요. 막 엄청난 뜻을 담은 질문은 아니었는데, 계속 열심히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게 눈에 띄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질문을 많이 하니까 옆에 있던 중학생 친구들이 약간 눈치를 주면서 쳐다보는 것도 보이고, 그 초등학생의 부모님이 질문을 못하도록 말리는 것도 보였어요. 질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말리는 사람, 그리고 눈치를 주는 사람의 3명이 딱 한 눈에 보이는 그 상황에 대한민국의 교육 방향이 담긴 것 같아서, 정말 기억에 깊게 남았어요. 저는 지금도, 그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되네요.
 

교수님의 강연 영상들을 보면, 항상 어려운 내용을 굉장히 쉽게 잘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교수님 수업을 들은 지인들도, 교수님이 아는 내용을 잘 설명하는 걸 강조하셨다고 들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아는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서, 교수님만의 지론이 있을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발표다’라는 생각을 항상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지금 공부하는 모든 건, 내가 배운 것들을 언젠가 발표하기 위해서, 발표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시작되는 거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인생의 대부분은 그렇게 얻어낸 발표의 순간에서 결정이 난다고 생각하기에, 연습을 통해서 발표를 연습해야 언젠가 중요한 승부처에서 좋은 결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관련해서, 제가 수업 때에도 한 시간 정도 ‘발표를 잘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일종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인데, 저는 발표를 할 때 ‘1초도 지루하면 안된다.’ '발표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라.’ ‘청중의 수준을 고려해라.’ ‘유기적인 흐름이 있어야 한다.’ 등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점을 먼저 정리해서 생각한 후에 자료를 만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보면서 이 자료가 과연 나 스스로에게도 재밌는 지 먼저 생각해봐요. 그러다가 만약 재미가 없다, 지루하다, 같은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자료를 다 버려요. 저는 발표라는 게, 발표자 스스로가 재미가 없으면 청중들은 당연히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연구실 소개를 보다 보니, 굉장히 특이하게도 월간 킹갓진이라는 매거진이 종종 나오는 걸 발견했어요. “월간 킹갓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https://spintronics.kaist.ac.kr/monthly_king_god_zine.html)

제가 꿈꾸는 연구실은 교수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연구실이에요. 그래서, 연구실에서 학생들에게 각자 담당하는 부분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담당할 일을 다 배정해주고 나서 신입생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어차피 신입생은 선배들에게 연구실의 일을 배우고 연구를 배우기 위해서 질문을 많이 해야 하다 보니, 신입생에게 질문을 하는 김에 매거진을 만들어보게 하자라고 선배학생들이 제안한 게 시작이었어요. 물론 매거진 이름도 학생들이 지었구요.

그리고 학생들이 원래 월간 매거진이라고 했는데, 만드는 걸 보니까 1년에 하나 내더라고요. 그래서인가, 학생들이 양심에 찔려서 이번에 내는 매거진에서는 ‘월간’을 빼고 ‘킹갓진’으로 바꿔놨더라고요(웃음).
 

지금까지 교수로, 때로는 강연자로 활동하며 “내가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어떤 때였는지 궁금합니다!

‘물리학의 성패는 자연이 결정하고, 교수의 성패는 학생이 결정한다.’ 라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멋진 물리이론도 자연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고, 아무리 멋진 교수도 학생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라는 뜻이겠지요? 저는 그래서인가, 학생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즐거워하는 게 보일 때 즐겁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KAIST 학생들에게, 학생 시절에 이건 꼭 도전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일이 있을까요?

아무거나 도전해도 좋지만, 이왕이면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보았으면 해요. 남들이 인턴을 한다고 인턴을 하고,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들을 보고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보다, 아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기에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활동을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넓게 보되, 내가 바라보지 않았던 내 시야의 뒤편을 바라보고 시각을 넓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왕이면, 방학에 농사일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떤가요? 요즘 시골에 인력 부족이 심각하거든요.
 

연구실 졸업 세리머니가 독특하던데,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제 학생 중에 처음 졸업하는 학생의 축하 파티에서, 다음 해에 졸업하는 사람에게 꽃다발을 던지는 문화를 만들었어요. 약간 부케 같은 느낌인거죠. 이렇게 계속 꽃다발을 전달하다보면, 제가 은퇴할 때 쯤에는 몇 호까지 갈 지 궁금하네요(웃음).
 

교수님의 강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일단 들어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강의를 듣다가 무언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싶으면 꼭 알려주세요. 틀린 부분을 알려주시는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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