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체제의 의사과학자 양성 역시 추진해야”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이 학계를 넘어, 정계에서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주목받으며 의사과학자 양성 방법론에 관해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 꾸준히 추진해오던 일명 KAIST 의대,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하 과기의전원)이 방법론 중 하나로 주목받으며 이를 둘러싼 여러 이해 단체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마치 기존 의과대학 중심의 의료계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와 우리 학교, POSTECH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나오는 추진 의사가 대척점으로 충돌하며 의료계와 과학기술계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이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본지는 지난 514호를 통해 우리 학교 과기의전원 추진의 중심 인물인 김하일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을 인터뷰하여 과기의전원을 둘러싼 여러 갑론을박과 의구점을 풀어보았다. (관련 기사 본지 514호, <KAIST에 과기의전원 설립되나, 의료계 반대 속 정부 추진 의지 재차 밝혀>) 이번 515호에서는 신찬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이사장 겸 서울대학교 병원 교수를 인터뷰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전략 국회 토론회에서 신찬수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KAIST 제공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가전략 국회 토론회에서 신찬수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KAIST 제공

 

의사과학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의사과학자에 매우 치중된 것

“최근 의사과학자가 봇물 터지듯 주목받으며 정부에서는 우리(KAMC)에게 의사과학자의 정의를 내려 달라 요청한다” 신 이사장은 의사과학자의 정의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에 의사과학자는 의사로서 과학자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의사과학자의 상세한 정의가 외려 정부 과제 수주 등에 지원 자격 등에 관여하며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 전달한 설명이 모호하나 실제로 맞다. 의사이면서 과학자로서 충분히 훈련을 받은 연구자를 의사과학자라 한다”며 이 정의에 입각할 때 의사과학자는 전국에 수천수만 명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과학자가 부족하다는 관점과 반대되는 수치를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의사과학자는 흔히 의사과학자로 칭하는 기초의학 의사과학자, 중개의학 의사과학자, 임상 의사과학자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고 우리나라는 임상 의사과학자에 매우 치중되었다”며 문제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과학자 자체보다는 기초의학, 중개의학을 하는 의사과학자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매년 3천 명의 의대 졸업생 중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졸업생은 열 명 안팎이라는 수치를 곁들였다.
 

의사과학자, 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 속 자력으로 성장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지원에 관해 묻자 신 이사장은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중개의학 연구자, 기초의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방법은 최근까지 사실상 자력갱생이었다. 각자의 의지로 기초의학에 입문하여 조교(대학원생) 월급을 받으며 인턴, 레지던트보다 적은 월급으로 각자도생했다”며 바이오메디컬 산업에 큰 투자가 있으니 의사과학자 지원 역시 충분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선과 다른 현실을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임상에서 기초의학을 하려던 사람들도 등록금을 마련하거나 실험실에 따라 주어지는 대학원생 월급을 받으며 버텼다”고 열변했다. 그는 본인의 미국 연수 경험을 인용하며 연수 역시 정부가 병원 자체 예산의 사업으로, 기존 정부 지원은 부족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최근 3년간 의사과학자가 주목받으며 지원이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의사과학자 양성은 20년 전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체제의 변경과 함께 도입된 미국식 MD-PhD 제도가 대표적이었다. 의전원에 입학하는 학생 중 MD-PhD에 지원하는 학생에 한해 본과 2년, 박사 과정 3년, 박사 후 의대 과정 2년까지 총 7년 과정을 마치면 MD-PhD를 수여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30명의 지원을 받았던 이 제도는 의전원 체제의 폐지에 따라 자연스레 사라졌다. 이후 정부 차원의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은 맥이 끊겼다. 2019년에 이르러서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보건복지부가 다시 도입하며 부활하게 된다. 신 이사장은 “정부 차원의 사업은 꾸준히 부족했다. 정부는 연구자가 연구재단에 공모해 수주한 연구비 역시 지원으로 포함하지만 의사과학자 양성 자체에 염두를 둔 집중적인 투자나 프로그램 가동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초의학 연구자가 줄어드는 것은 유인 방안이 없기 때문

정치권 등지에서 계속 지적하는 현행 의과대학 체제의 한계를 언급하자 신 이사장은 먼저 현행 의과대학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현행 의과대학 체제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자체는 증가했으나 기초 대비 임상 쏠림 현상은 악화되었다는 것이었다. 신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가 2019년에 시작한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예산이 첫해 9억 원에서 현재 90억 원으로 10배 가량 증가했으며 10년 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시작한 기초연구 연수의 프로그램 역시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계속 운용되고 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실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수년 전에 비해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원 증가와 달리 감소하는 기초의학 지원자 숫자의 원인을 비전에서 찾았다. 그는 “의대 쏠림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큰돈을 벌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며 의과대학 선호가 점점 심해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입학한 학생들에게 아무리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내고 노벨상을 탈 수도 있다지만 바늘구멍 같은 가능성만 보이는 기초의학은 도전하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즉 단순히 양성 그 자체에만 집중하니 그 뒤의 진로에 관한 비전으로 학생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의사과학자의 비전을 위해서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할 수 있는 직장, 병원 내에서 진료를 최소한으로 하고 연구에 전념해도 월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교수직 등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기초의학으로 의사를 유인할 방안이 없어서 현재 문제에 직면한 것이기에 현행 의과대학 체제와 기초의학 의사과학자 감소는 별개”라는 점을 힘 주어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지원 방식이 변화한다면 현행 체제에서도 의사과학자가 늘 것이라 긍정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저수가 정책 아래에서는 병원이 의지가 있어도 새로운 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며 “교육부로부터의 특별 교수 정원 배정, 정부 차원의 연구 전담 교수 보장 및 연구비 지원 등 새로운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현행 체제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반박했다. 의과대학 체제와 기초의학 의사과학자 감소는 별개라는 것이었다.
 

KAIST 과기의전원, 세부 내용 모르는 상황서 찬반 논하기 일러, 다만 일반적 우려가 있는 건 사실

우리 학교의 과기의전원에 관해 묻자 신 이사장은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기의전원에 관해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시점에서 찬반이나 장단점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의사과학자 토론회에서도 KAIST가 의대를 추진하면 혁신성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말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교육부 산하의 대학들은 다양한 규제의 틀 속에 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하의 KAIST가 기존 대학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지난달 7일, 우리 학교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과기의전원 설립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달 7일, 우리 학교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과기의전원 설립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제공

 

추가적인 질문에 신 이사장은 과기의전원에 관한 일반적인 우려를 언급했다. 크게 4가지 골자였다. 우선 과기의전원의 등장을 일각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 측면에서 의과대학의 용도 폐기로 묘사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언급했다. 특히 의과대학 체제 아래의 의사과학자 양성, 노벨상 수상, 백신 개발까지 모두 실패했음에 대해 일부 언론이 비판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과기의전원의 방향성을 지적했다. 이미 대학원에 해당하는 의과학대학원이 있는 시점에서 박사 취득 후 연구 경력의 연결을 위한 박사 후 연구원 과정 신설, 교수 채용 과정 신설 등의 방향성으로 접근하지 않고 학부 수준의 의대 신설로 방향을 잡는 것에 의아함을 표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 졸업생을 언급하며 “졸업생 중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이 많고 계속 연구 경력을 이어가는 학생도 많지만, 동시에 병원에 다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제는 의사과학자 양성 이후의 진로에 초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투자 대비 효용성에 관한 의구심도 표출했다. 의전원 설립에는 상당한 재원이 들어가는데 이를 기존에 잘하고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신 이사장은 “의과대학은 학생 정원이 작다고 교수진을 줄일 수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최소 200명 이상의 교수를 신규 채용해야 하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KAIST 내에 가장 큰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버드대학교의 전체 교수 12,000명 중 의대 교수가 9,500명 이상임을 언급하며 근거를 제시했다. 2022년 기준 KAIST의 교수진은 646명이며, 예산은 정부출연금 2,392억 원과 연구비 5,133억 원이다. 그는 “KAIST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만든 대학인데 굳이 재원을 과기의전원에 사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특정 목적을 가진 의사 양성이 바람직한가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의과대학에서는 임상 진로가 대부분임에도 새로운 길을 택할 학생들을 위한 과정을 만든다”며 “법조인, 언론인, 제약회사, 벤처 창업 등 다양한 진로에 가길 장려하고 이를 희망하는 학생을 모아 소규모 특별 수업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KAIST의 과기의전원이 의사공학자라는 틀에서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의학, 공학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긴 하나 넓은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융합과 의사 양성 과정인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반대가 있는 것은 사실, 효과, 목적 등 여러 부분에서 의구심을 갖는 경우 많아

본지는 의료계에서 보여지는 반대 의견에 관해 신 이사장에 물었다. 신 이사장은 “본인이 의료계 전체가 아니니 그 속내까지 세부적으로 알기란 어렵다”며 의료계 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여러 의견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먼저 “KAIST와 POSTECH이 의사를 배출하고 이들 중 일부라도 임상을 들어올 경우, 젊은 의사들에게는 새로운 경쟁 상대가 생긴다”며 “과기의전원 설립이 잠재적 경쟁 상대 탄생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2020년의 의정합의상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의대 신설 문제를 정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종식 선언 전에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반발감도 산재함을 이야기했다. 이어 왕규창 전 한림원장을 말을 언급하며 “언제는 과학고 출신이 의과대학도 못 가게 하더니 이제는 KAIST에서 의대를 만들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러한 의문 역시 존재하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일부에서는 의심도 있는 듯하다. 결국 병원을 만들려는 것이 KAIST의 목표가 아니냐는 것이다. 병원은 결국 돈이 되지 않은가”라고 의료계 내의 여러 의문을 정리했다.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군대와 같은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해

신 이사장은 KAIST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꼽았다. KAIST가 전문연구요원 정원의 상당수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대학원생 인재 모집에 큰 메리트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에 관심이 있던 학생들에게 의과학대학원은 군대 문제와 박사 학위를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NIH의 성공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월남전 징병을 피하고자 연구에 도전한 의사들에게서 나왔다. 그렇게 NIH에 들어간 수백 명 중 노벨상이 나온 것이다”라며 의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과학대학원 역시 기존 의대와 다른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있었기에 의사를 모집했다”라며 말을 마쳤다.
 

의과대학도 KAIST와 갈등보다는 협업을 바란다

신 이사장은 임상 진출을 막기 위해 임상을 제한하는 의사 면허까지 고려 중이라는 이광형 총장의 설명에 대해 “실제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임상을 안 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과학자는 과학자이기 이전에 의사이다. 따라서 만약 의전원을 설립하게 된다면 좋은 의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임상으로 가는 것을 봉쇄할 수 없는 한, 국민 생명을 돌볼 수 있는 좋은 의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의사의 소양이 의사과학자에게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KAIST가 의과대학에 대척하지 않으려 하듯, 우리 의과대학도 KAIST와 좋은 사이로 지냈으면 한다”라며 의과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간의 협업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하버드-MIT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와 뉴욕의 록펠러 대학, 코넬 의과대학, 메모리얼 슬로운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Tris-Institutional MD-PhD 과정 등을 소개하며, 앞선 사례와 같이 지정학적 근거를 토대로 의과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컨소시엄 형태로 협업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신 이사장은 “본인은 KAIST 과기의전원 설립의 발목을 잡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말하며 “우리 의과대학이 해왔던 근대 의료의 역사가 약 130년이 되었다. 노벨상도 없고 백신도 없다지만 130년간 경험과 역사가 헛것은 아니지 않은가”라 이야기하며 의과대학 역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한 축임을 강조했다. 이어 “130년의 유산과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획과 기존의 체제를 잘 활용하는 자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잘 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이며 KAIST 과기의전원과 의과대학의 연구 중심 의대 개편이 양립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과정은 특정 부처, 단체 하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까지. 범부처적인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져 장주기 산업을 이끌었으면 좋겠다”며 정부 부처의 긴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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