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15호에서는 <연구실 심층 인터뷰> 특집으로 우리 학교 수리과학과 김용정 교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네소타, 토론토, 리버사이드에서 박사후과정과 연구조교수로 일했다. 이후, 2005년에 우리 학교 수리과학과에 부임했다. 김 교수의 확산 연구실은 다양한 확산 현상을 편미분방정식으로 해석한다. 특히 김 교수는 불균일 확산(heterogeneous diffusion)을 설명하는 확산 법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왔다.

 

김용정 교수, 2019년 남해에서                                                                                  김용정 교수 제공
김용정 교수, 2019년 남해에서                                                                                  김용정 교수 제공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학기에는 미적분학과 해석학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시대에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미적분학과 해석학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수리과학과 김용정 교수입니다.
 

교수님의 관심 분야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최근 10여 년간 제가 관심 있었던 문제는 확산 현상을 설명하는 편미분방정식이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한곳에 모여 있던 입자들이 무작위로 퍼져 나가는 현상을 확산이라고 하죠. 확산은 많은 분야에서 일어납니다. 입자의 움직임부터 정보의 움직임, 감염의 확산, 주식의 가격 변동 등 많은 것들의 핵심 지배 원리가 바로 무작위성(randomness)입니다.

균일한(homogeneous) 상황에서의 확산을 설명하는 편미분방정식은 명확히 알려져 있습니다. 기적의 해라고 불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세 가지 핵심 연구 중 하나가 바로 확산과 브라운 운동을 결합한 것이죠. 아인슈타인은 브라운 운동을 분자 움직임에 의한 무작위 행보(random walk)로 이해했고 확산 현상과 원자 이론을 결합했습니다. 그러나 불균일한(heterogeneous) 환경에서 일어나는 분류 현상(fractionation)*의 원인을 설명하는 확산이론은 아직 정립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150년 넘게 고민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확산 이론은 수리생물학 분야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동식물의 생태적 확산, 외래종이 생태계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과정, 미생물의 주화성(chemotaxis)** 등 생물학적 확산 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포식자-피식자 모델, 경쟁 모델, 주화성 모델 등에 새로운 확산 모델을 적용해서 해석하는 논문을 다수 출판했습니다. 불균일 확산은 생태 모형 등 큰 단위부터 개별 세포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에서 일어납니다. 또한 이질적 금속 물질에서의 확산, 온도 차이에서 일어나는 열확산(thermal diffusion) 등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하지만, 균일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확산 연구는 대부분 입자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현상학적 연구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원리에 입각한 모델이 아니라, 관찰한 현상에 모델을 맞추어서 사용하는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온도가 균일하지 않은 공간에서 특정 입자가 온도가 낮은 영역에 더 모이면 온도 기울기에 의한 이류 항을 추가하고 그 계수를 실험 데이터에 맞추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러한 데이터에 의한 설명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입자적 설명이 이질적인 확산 현상에서도 가능하다고 믿고 그 원리를 수학적인 접근법을 동원하여 찾으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에서의 주제와는 사뭇 다른 불균일 확산을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확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제가 박사 과정을 마친 뒤 10여 년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박사후과정 시절 지도 교수이셨던 웨이밍니(Wei-Ming Ni) 교수님이 2011년에 제게 재밌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두 개의 완전히 동일한 가상의 생물 종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두 개의 종의 차이점은 단 하나, 확산의 정도입니다. 한 종은 확산을 더 많이 하고 다른 한 종은 확산을 덜 할 때, 생존에 더 유리한 종은 무엇일 것 같나요?” 나는 확산을 많이 하는 종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확산을 많이 하면 먹이를 찾는 데 유리할 것 같았죠.

그러나 확산을 적게 하는 종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답이었습니다. 실제로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확산을 덜 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면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따라 종의 확산은 점점 없어져서 0으로 수렴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불균일 확산 모델로 해석해야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산 계수(diffusivity)가 먹을 게 없는 곳에서는 크고, 먹을 게 많은 곳에서는 작아지는 환경에 대한 함수로 변경해줬습니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또다시 확산이 작은 종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불균일 확산 모델에 대한 식이 잘못되었거나, 진짜로 확산을 덜 하는 종이 유리하거나 둘 중 하나였죠.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시뮬레이션에 사용한 픽(Fick)의 확산 법칙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상황을 설명하는 확산 모델은 무엇이지?” 이 지점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불균일 확산이라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는 방정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하신 불균일 확산 모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수학적 확산방정식은 미시 모델의 거시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다양한 미시 모델에서 만들어진 확산방정식이 각각 다르다면 무엇이 옳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결론은 미시모델은 가역성(reversibility)을 가져야 하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확산방정식은 항상 같은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확산 방정식은 확산성‘D’만으로는 특정되지 않으며 두 개의 계수,‘K’와 ‘M’이 필요하고 해당하는 편미분 방정식은 ∂tu=∇.(K∇(Mu))입니다.

얼마 전부터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최명철 교수님 연구팀과 함께 균일하지 않은 밀도를 가진 젤에서의 염색약 입자의 확산에 대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을 통해 염색약 입자의 분류 현상을 관측했고 그 관측된 시간열 패턴을 확산도‘D’만으로는 예측하지 못하지만, 두 개의 계수를 사용하는 우리 확산 모델로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정확성을 보여 주었는데 실험이 아주 잘 된 것 같았습니다.

불균일 확산 현상은 150년 넘게 연구되던 문제이며 이제까지 그 물리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직관으로는 보지 못한 것을 수학으로 보았다는 것이 저를 즐겁게 합니다. 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로는 불균일한 금속에서의 확산 등 재료학과 관련한 연구와 온도 차이에 의한 열확산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확산 관련 연구가 또 무엇이 있나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치 점프(position jump), 속도 점프(velocity jump), 격자모델(lattice model), 이산운동방정식(discrete kinetic equation) 등 다양한 무작위 행보 모델 연구를 통해 확산 방정식을 유도하고 수학적인 수렴성을 보이는 작업이 하나의 주요 주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개발한 확산 모델을 미생물의 주화성 모델, 포식자-피식자 모델, 경쟁 모델 등 수리생물학 모델에 적용하여 불균일 확산 모델이 만들어 내는 차이를 이해하는 작업입니다.
 

해당 분야로 진학하길 희망하는 학생들은 어떤 자질을 갖추면 좋을까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분명했으면 좋겠어요. 어벤져스에서 나왔던 말 같은데 가장 위험한 것은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은 이론을 습득하는 데 우수하고, 어떤 사람은 독창적인 발상을 많이 만듭니다. 둘 다 잘하면 제일 좋겠지만, 아니라면 대화를 통해 서로가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심과 생각을 지속하는 능력입니다. 종이와 펜이 수학에서 필수이지만 책상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소파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문제를 형상화하고 고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는 그때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같은 수학 연구실은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수학 분야 연구실의 특징일 수도 있겠으나, 학생과 교수가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니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실험 연구실처럼 교수가 학생에게 연구 압박을 하진 않는 대신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교수와 연구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학생이 교수를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면 합니다.
 

그 외에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항상 바뀝니다. 요즘 AI가 화두죠? 딥러닝이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획기적으로 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과정에 있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AI가 무엇까지 할 수 있고 무엇은 할 수 없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명해지겠지요. 기계화와 전산화가 진행되며 그랬듯 AI가 할 수 없는 일들이 가치 있는 일들로 부상하고, AI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그 직종은 사라질 것입니다. 

과학은 복잡해 보이는 현상에서 핵심적인 원리를 찾아내 그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작업입니다. 반면에 AI는 원리가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을 통해 예측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은 살아남을까요? 아마도 그 둘이 가는 길은 완전히 다른 방향일 겁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현상을 이루는 핵심 원리에 대한 이해는 AI는 영원히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의 지적 유산이 될 것입니다. 과학에 정진해 주십시오.

 

랑스 노르망디(Etrta)에서 연구실 학생들과 김용정 교수 제공
랑스 노르망디(Etrta)에서 연구실 학생들과                                                                  김용정 교수 제공

 

 

분류 현상*
입자 밀도가 균일해지지 않고 어느 한쪽이 높아지는 현상

주화성**
생물 혹은 세포가 외부에서 주어진 화학적 자극에 의해 이동하는 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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