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드 스튜어트 – 「코끝의 언어」,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몇 년간 바깥의 냄새와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았다. 코로나-19 후유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후각 상실일뿐더러,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했기에 우리는 코가 둔해진 채 살아야 했다. 이는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이 발생한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실제로 후각 상실은 우울증의 유병률을 높이고 인지 능력을 약화한다. 다른 감각에 비해 때때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후각은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책 <코끝의 언어>는 잊고 있었던, 신비로운 후각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우리는 냄새 분자와 후각 수용기 단백질의 결합으로 냄새를 감지하는데, 여기에는 시각, 청각과 달리 파장이나 주파수 같은 공통적인 분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후각을 전송할 수 있는 인터넷과 재현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후각은 오직 그 근원이 있는 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감각이다. 더욱이 후각은 뇌의 시상으로 전달되는 다른 감각과는 다르게, 바로 편도체와 해마로 전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기관들은 감정을 표현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부위이다. 우리가 특정 냄새를 맡으면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때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와 후각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새로운 감각의 세계의 문을 연 저자는, 꽃과 허브 향부터 얼얼하게 톡 쏘는 향, 콕 집어 분류하기 힘든 냄새들까지 다양한 냄새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놓는다. 그중에서는 오렌지, 초콜릿, 햇빛에 마른 빨래 냄새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냄새도 있고, 용연향, 두리안처럼 이름조차 생소하거나 맡아 본 적 없는 냄새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숙한 냄새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냄새에 대한 작가의 세세한 묘사에 공감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 특유의 냄새가 나타나는 과학적 원리와 냄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역사 이야기는 친숙한 냄새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작가의 묘사를 읽으며, 느낀 적 없는 냄새에 대해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멸종된 꽃의 냄새, 옛 성인의 냄새처럼 잊힌 과거의 냄새에 관한 신비로운 이야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목적이 후각을 더 풍부하게 느끼기 위한 가이드북인 만큼, 작가는 책을 읽는 동안 해당 냄새를 찾아 실제로 맡아보기를 권한다. 책 곳곳에는 냄새를 더 잘 맡기 위한 연습법들도 숨겨 놓았다. 정부의 마스크 착용 관련 규제가 풀리고, 진정한 코로나 이후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이야말로 신비로운 감각인 후각을 훈련하기에 적기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냄새와 곧 피어날 봄꽃들의 향기에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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