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 「어떤 양형 이유」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박주영 부장 판사는 2006년에 임관해 17년 동안 법관으로 지내며 수많은 판결을 내려왔다. 그는 논리적이고 냉정하기만 한 재판의 세계에서 따뜻한 시각으로 쓴 독특한 판결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얼마전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판결문으로 법정을 울리고, 세상에 울림을 주는 판사’로 소개되며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의 저서 <어떤 양형 이유>는 그가 어떤 판결문에도 담을 수 없었던, 한 명의 사람으로서의 고민을 담아 펴낸 책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판사로서 판결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감정과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판사가 형사 재판의 결과를 밝히는 문서인 판결문에는 ‘양형 이유’라는 부분이 있다. 공소 사실에 대한 법적인 설명을 모두 마친 후, 이런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매우 엄격한 형식과 표현으로 써야 하는 판결문에서 그나마 판사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인 셈이다. 책의 저자인 박 판사는 피고인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거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양형 이유를 공들여 쓰곤 한다. 그렇게 쓰인 양형 이유들, 그리고 그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서정이 이 책을 이룬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현직 판사가 구체적인 재판 이야기로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책 낼 시간이 있으면 재판이나 열심히 하라’는 타박이 신경 쓰였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그는 판결문의 건조하고 비정한 서사에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사연들과 그에 대한 서정을 풀어놓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며, 법적인 평가로 가려졌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그들의 고통을 책으로 복원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비극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독자들은 ‘판사가 쓴 서정적인 글’이 주는 새로움을 이 책의 독특한 점으로 꼽으며 주목하고 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판사의 모습이 담긴 <어떤 양형 이유>는 많은 독자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사랑이 소중한 것은 그 자체로 숭고하고 고결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은 실용적이어서 중요하다. 사랑은 무관심과 질시와 모욕과 폭력을 없애는 백신이나 해독제 같은 것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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