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애러노프스키 - 「더 웨일」

 

3월 1일 국내 개봉 ~ 현재 상영 중     (주)A24 제공​​​​​​​​​​​​​​  ​​​​​​​​​​
3월 1일 국내 개봉 ~ 현재 상영 중     (주)A24 제공​​​​​​​​​​​​​​  ​​​​​​​​​​

272kg의 찰리는 죽음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그는 9년 전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후 아내와 8살 딸을 등지고, 남자친구와의 새 삶을 선택했다. 행복하던 순간도 잠시, 독실한 종교인이었지만 그를 만나고 교단에서 쫓겨난 그의 애인은 거식증을 앓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애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자기혐오는 그에게도 심각한 섭식장애를 불러왔다. 음식을 끊임없이 삼키고 밀어넣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는 거구의 몸은 치명적인 병을 불러왔다. 애인의 여동생이자 간호사인 리즈가 그를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만, 그는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로 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일주일이다. 그는 부모의 이혼 이후, 반항적인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딸 앨리에게 연락한다. 가정을 떠났지만, 여전히 앨리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 그는 앨리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 수 있게, 그녀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를 알려주는데 자신의 남은 시간을 쓰고자 한다.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더 웨일>은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의 주 배경이 찰리의 방 하나라는 점, 인물의 동선과 대사에서 연극의 특징이 드러난다. 영화 <미이라>로 유명한 브렌든 프레이저가 주인공 찰리 역으로 연기를 펼친다. 특히 이번 영화는 개인사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그의 ‘인생 연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타인에 대한 따뜻함, 진실에 대한 욕구와 혐오의 상반된 감정 사이를 줄타기하는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45kg의 보철 모형을 지고서 연기해냈다. 

<더 웨일>에서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찰리는 딸 앨리를 구원하려 한다. 오빠의 죽음을 목격한 리즈는 인간은 타인을 구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찰리의 집을 찾아온 선교사 토마스는 타인을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앨리는 나쁜 의도로 타인의 비밀을 폭로하지만, 결국 그것은 그를 구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은 타인을 구원할 수 있을까? 영화가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에서 찰리가 말하듯,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의 구원은 밀접하다. 딸을 구원하려는 찰리의 노력은, 결국 자기 혐오에 빠진 스스로에 대한 구원으로 이어진다. 전 부인 메리가 반항적인 딸 앨리를 포기하려 하자 찰리는 “내 인생에서 잘한 일이 하나라도 있길 확인하고 싶다”며 절규한다. 

찰리는 앨리에게 자신을 믿고 사랑할 것, 솔직한 글을 쓰고 진실되게 살아갈 것을 요구하지만 자신은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그의 불안한 내면에 동화되는 것은, 뛰어난 연기와 영화적 장치뿐만 아니라 그의 내적 갈등이 지닌 보편성에서 기인한다.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찰리처럼, 누구나 혼자만의 방에서 불안과 혐오를 삼킨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당신에게 구원은 무엇이었는가? 영화를 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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