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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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 3일부터 5월 7일까지 <조각.공간.퍼즐>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조각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전·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입체예술의 물성*, 공간, 개념 등 조각 예술의 고유한 개념들을 들여다보며 현대조각 예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시대의 포스트 미디엄**의 확장과, 자본주의 경쟁사회 속에서 현대조각 예술이 사회상을 어떻게 담아내며 변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를 조각 예술을 통해 생각해보는 전시이다.

 

 

조각 예술의 이해

21세기 현대조각 예술은 장르와 개념, 소재와 기법 등이 다양한 양상을 띤다. 조각은 입체의 조형 세계를 추구한 예술로 ‘깎거나(조각) 붙이고(조소)’, 용접하고, 부수는 등 여러 기법을 통해 그 시대성과 예술성을 담아낸 공간예술로 자리 잡아 왔다. 조각은 많은 예술 분야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조각이 색채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회화 예술보다 사물에 대한 설명이 적기 때문이다.

조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로댕의 <생각하는 남자>등 석재 물질을 깎아 형태를 만든 입체적 작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현대 조각가들은 특정한 소재와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며 조각의 의미를 확장하고, 삶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사회 이면의 어둠 등 다양한 주제를 작품에 담아내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특히 경계를 허물고,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에 힘쓴다. 통념을 벗어난 형태의 조각과 경계가 불명확한 모형, 받침대가 아닌 공간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작품활동을 전개하며 조각가 개인의 예술관을 드러낸다.
 

조각과 공간, 그리고 퍼즐

<조각.공간.퍼즐> 전시는 미술관의 전시 공간, 숭고한 조각의 물성과 본질, 그리고 관람자의 신체 감각까지 모두 예술적 개념에 포함한다. 이러한 개념들을 퍼즐 맞추듯 조합해, 3차원 예술인 조각을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찾고자 한다. 시립미술관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돌, 철, 흙, 아크릴과 유리 등 다양한 재료와 예술가의 창의적인 손이 만나 탄생한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경이로운 공간 미학을 느껴 보기를 권한다.

<조각.공간.퍼즐>에서는 김석우, 박찬걸 등 총 12명의 중견 조각가가 참여해 다양한 주제의 조각 예술 작품 187점을 선보인다. 12명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의 섭리, 사물의 해체와 재구성 등을 보여준다.
 

도자기로 빚어낸 희로애락

김석우 조각가는 주로 인체를 모티브로 작품활동을 한다. 인체를 끝없이 사유하며 조형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와 언어를 선택하여 인생의 희로애락을 통합하고, 사랑과 삶의 이야기 등 모든 생명과 연결된 심미적인 조형 세계를 펼쳐 왔다.

김석우 조각가는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상상력의 발현으로 무한한 우주의 달과 별들의 조화, 계절의 변화무쌍한 순환과 이치, 고결한 생명의 탄생과 소멸 등 모든 의미를 결정적인 순간으로 봉인하듯 작품을 제작해왔다. 결국 작품 속에서 육안으로 보는 형상을 넘어 내면의 심미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인생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생명과 관련된 테라코타*** 작품들을 선보였다. 부피감을 최대한 배제한 모양으로 공간을 넘나들며 연결하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모형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사진1) 사랑과 정을 느끼는 순수한 형태와, 직선과 곡선이 만나 탄생한 조형 원리를 통해 생명의 근원을 표현한다.
 

사진1. 김석우 조각가의 테라코타 작품들                                                                      ©고범준 기자
사진1. 김석우 조각가의 테라코타 작품들                                                                      ©고범준 기자

 

단면으로 재구성된 그리스 신화

박찬걸 조각가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보티첼로의 <비너스> 등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고전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와 팝스타 마이클 잭슨 등의 모습을 조각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모형을 횡단면으로 자르는 슬라이스 방식으로 조성, 해체,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며, 새로운 조형 공간을 창출한다. (사진2)

이렇게 만들어낸 공간은 현실과 가상을 뛰어넘는 조형 세계의 환상을 완성한다. 관람자가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옵티컬(optical)한 시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한 결과이며, 여기에 관람객의 다각적인 관점과 움직이면서 보는 장소의 관계성까지 끌어들이며 물아일체를 선사한다.

사진2. 박찬걸 조각가의 작품들​​​​​​​                                                                                    ©고범준 기자
사진2. 박찬걸 조각가의 작품들                                                                                    ©고범준 기자

 

디지털 세상 속 픽셀화된 고통과 차별

전범주 조각가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디지털 이미지는 픽셀(pixel)을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대상의 상황을 컴퓨터의 언어로 수치화하고 무한히 재생산한다. 그는 사회의 이면에 존재하는 고통이나 편견, 차별, 탐욕 등 비합리적인 현상들을 미디어라는 냉정한 시선, 컴퓨터의 ‘0과 1’ 픽셀을 활용해 관조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또한 그는 디지털 아트로 만들어진 예술을 작은 단위로 자른 아크릴 막대 위에 화려한 색으로 칠하고 층층이 쌓아 올려 현실 세계로 새롭게 표현한다. (사진3)

그의 작품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성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이면에서 무겁게 천천히 다가오는 무기력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사진3. 전범주 조각가의 「0과 1의 바다」                                                                         ​​​​​​​©고범준 기자
사진3. 전범주 조각가의 「0과 1의 바다」                                                                         ©고범준 기자

 

전시를 더 즐기는 법

이번 전시에서는 각 전시관뿐 아니라 미술관의 로비와 주변 공간을 활용하여 예술 개념을 확장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예술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 조각가들의 작품을 모아 10년 만에 조각 분야 전시를 개최했다. 지역 조각가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이번 기획전을 통해 우리 지역의 조형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척박한 시대에서 지금의 대전 예술을 있게 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재조명하고 정립하고 밝혀내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별도의 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이번 달 7일부터 전시 해설 서비스도 제공된다. 생소할 수도 있는 조각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와 함께 시립미술관은 제5전시실에서 2023년 첫 소장품기획전 <초록으로 간다>도 함께 전시한다. 미술관 소장품 중 자연의 풍경을 담은 회화 11점을 소개하니, 함께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 포스터 DMA 제공
전시 포스터                DMA 제공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기간 | 2023.3.3~2023.5.7
요금 | 성인 500원(만 25세 이상), 어린이 300원
문의 | 042) 270-7378

 

 

 

물성*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 예술에서 대상의 본성 또는 재료의 특질을 의미한다. 

포스트 미디엄**
전통적인 미적 매체에서 벗어난 다양한 매체가 예술의 매체로 사용되는 상황

테라코타***
점토를 빚어내 구운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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