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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BLSN 계정(@blsn_02)을 운영하며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만화를 그리고 있는 김형준 변리사를 만났다. 김 변리사는 창작자들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법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변리사가 무엇이며, BLSN 채널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지 알아보았다.
 

김형준 변리사 제공
김형준 변리사 제공

 

변리사란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변리사는 법을 이용해서 창작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에요. 창작의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표절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창작이 완료된 후에는 다른 사람이 창작물을 표절하지 못하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에요. 
 

변리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직업적 장점이 무엇이었나요?.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장점이라기보다는 특징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변리사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게 특징이에요. 개인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장점일테고, 일에서 팀워크와 동료 간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는 꺼리는 점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더하자면, 최신 기술이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에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하나의 장점이 될 테고, 한 가지 일을 우직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아 단점일 수 있겠네요.
 

변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멋진 창작자’가 되고 싶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밴드를 하기도 했었고, 만화도 종종 그렸어요. 대학에 와서는 기계공학과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멋진 제품 디자이너가 되는 걸 꿈으로 삼았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니 분야에서 뛰어난 동기들, 선배들이 작업하는 결과물을 보고 스스로에게 디자인에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방황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면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자고 생각해서 찾던 중에 변리사에 대해 알게 되어 변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게 계기에요.
 

강연 자료 및 만화를 제작할 때, 내용의 엄밀성과 대중들의 흥미 중에 어떤 걸 더 중요시 여기는 편인가요?

제가 그리는 만화의 주 목적이,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법’을 전달하는 것이다보니, 기본적으로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다만, 창작에 관한 법이 어려운 경우도 많고, 주제 자체가 광범위한 경우에는 엄밀성이 침해되지 않게 내용을 전달하기 힘들다 보니, 저는 내용의 범위 자체를 계속 좁혀서, 답을 확실하게 낼 수 있는 주제가 될 때 만화를 그려요.

예시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리뷰해도 되는가?’라는 주제는 창작자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언제 죽었는가, 창작물이 무엇인가, 또 리뷰는 어떤 내용을 담는가 등등, 고려할 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답변이 힘들어요. 그런데, 이 주제를 줄여내어서 ‘유튜브에 다른 사람의 영화를 리뷰하는 영상을 올려도 되나요?’로 바꾸면, 여러 경우의 수가 사라지면서 답이 O/X로 나눌 수 있을만큼 명확해져요. 아무래도 제가 이용하는 플랫폼이 인스타그램이라 10장의 지면 제한이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O/X로 답이 나올 수 있게 범위를 줄이죠.

더불어,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형태이다보니, 제가 글을 통해서 내용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림은 무엇이 들어가도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글을 최대한 깔끔하게 적은 이후에 글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그림으로 보충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내용처럼 글만으로도 이해가 잘 되는 내용을 다룰 때 개그를 더 많이 넣어요. 
 

굉장히 다양한 주제들로 만화를 그려주시는데, 자료를 만드실 때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예전에는 창작자들이 궁금해하는 걸 답변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인스타그램 DM이나 메일 등으로 오는 질문들 중에서 많이 겹치는 주제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드는 방식을 주로 썼어요. 그런데 지금은 ChatGPT 등의 새로운 검색 엔진들도 나오고, 기술이 발전해서 제가 단순하게 질문에 답변하는 건 의미가 없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질문이 될 법한 주제를 미리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바꾸어 보려고 고민중이에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페를 창업할 때 미리 확인할 부분’처럼 창작자가 저에게 물어보기 전에 먼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는 방식인 셈이죠. 
 

지금까지 인스타를 통해 그려주신 만화 중에 가장 즐겁게 그린 만화를 고른다면, 어떤 편을 고르실건가요?

예전엔 제 인스타의 인기를 올려준 ‘무인양품’편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금은, 올해 2월달에 올라온 ‘정품과 동일한 가품은, 짝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그렸던 만화를 고르고 싶어요. 이 편이 주제와 만화가 잘 융화되어서 단순히 글 혹은 그림만으로 설명했을 때보다 글과 그림이 동시에 등장하는 만화의 방식으로 표현했기에 나타나는 글과 그림의 시너지로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 스스로도 마음에 드네요.
 

창작에 관한 법 중에 사람들이 
이것만은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없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창작에 관한 문제가 생기면, ‘변리사를 찾아가면 되는구나!’ 정도의 생각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껴요. 
 

기계공학을 주전공, 복수전공으로 산업디자인(제품)을 배우셨네요. 변리사로 일할 때 다른 전공을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공이란 게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100년을 산다고 하면, 대학 전공은 해봤자 2년 반~3년의 기간을 배우는데, 솔직히 생각보다 긴 기간은 아닌 셈이죠. 그러다보니, 저는 전공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고 그 자체를 배워가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다만, 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되는 게 맞아요. 물론 활용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자신이 확실하게 아는 파트가 더 있다는 건 일하면서 본인의 확고한 포지션을 정할 때에 분명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에 꿈꾸셨던 멋진 창작자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 창작자를 위한 법학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BLSN 채널의 시작에 대한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 중에 <연필 깎기의 정석>이란 책을 언급하면서, 사소한 분야에서도 멋진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법 분야에서 멋진 창작을 선보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스스로가 멋진 창작자의 꿈을 이루었다고 느끼나요?
 

지금도 분야에 관련 없이 멋진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꿈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다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껴져요. 아무래도 제 컨텐츠가 법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는’ 컨텐츠인데, 세상에 멋진 설명 컨텐츠가 정말 많아요. 지식에 대한 설명을 굉장히 잘하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예시로, 최근에 나온 책 중에 <언플래트닝>이라는 도서가 있어요.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형식을 채택해서 내용을 잘 설명해주거든요. 이런 예시처럼, 세상에 설명을 잘하는 분들이 참 많다 보니 저 스스로 그들과 비교하면서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어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창작이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창작’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형식을 지니며, ▲그걸 전하는 매체의 방식이 모두 포함된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3가지가 모두 조화롭게 이용되어 시너지를 만드는 창작물이 좋은 창작물인 것 같아요. 관련해서, 나중에 <구글에 증상 검색하지 마>라는 노래를 들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전하려는 메시지도 잘 들어가 있고, 음악 자체로서도 좋은 음악인 동시에 유튜브에 맞게 웃기고 짧게 잘 만들었거든요.


여담으로, 저는 만화로 그려주시는 법에 대한 설명에서 범법 행위를 저지른 캐릭터가 터지거나 깨지는 장면이 BLSN 계정만의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독특한 연출 방식은 어떤 계기로 생각해서 그리게 되신건가요?

제가 일본 만화를 되게 좋아해요. 일본 만화 중에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이 만화에서 초능력을 표현할 때 쓰는 방식이 되게 독특해요. 하나의 능력을 의인화해서, 마치 능력을 쓰는 게 그 능력에 해당하는 인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식이에요. 실체가 없는 걸 잘 시각화해서 사람들이 보기 좋게 만드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되게 좋다고 생각해서, 법을 설명할 때도 비슷하게나마 적용해보려고 노력했던 게 계기에요.
 

저는 BLSN하면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변리사님은 계정을 대표하는 문구로 어떤 걸 고르고 싶으신가요?

처음부터 따로 생각했던 캐치프레이즈 같은 건 없어요. 창작자에게 법을 잘 전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그리고 사실 저는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왜 인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변리사로 일하시면서, 이루고 싶은 최종적 목표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변리사라는 직업은, 창작자에게 법을 전달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법적인 서비스/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최고점에 도달하는 게 목표에요. 관련해서, 지금은 MARQVISION이라는 스타트업에서 AI에게 브랜드 정품을 학습하는 법을 가르치며 온라인 상에서 위조상품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저는 이 일이 개인이 로펌 등을 통해서 법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로펌 등을 통해서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저는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 AI 기술을 접목해 정보 제공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법적인 서비스 분야의 최고점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현재의 상태가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BLSN이란 창작자로써 이루고 싶은 최종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목표 자체는 변리사로 일할 때와 똑같아요. 창작자에게 법을 잘 전달하는 게 목표에요.

그렇지만, BLSN이라는 창작자로써는 ‘창작’에 이용하는 매체가 인스타그램이라서 변리사로 일할 때와 다르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BLSN 계정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만화를 통해 법을 전달하는 걸 얼마나 완벽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만화 분야의 최고점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BLSN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일단 사과문을 적어야 할 거 같아요. 지금 DM이 굉장히 많이 밀려 있거든요. 사실 저한테는 창작자가 고객인 셈인데, 소비자가 무료로 니즈를 제공함에도 물리적인 한계로 답장을 다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커요. 지금은 1,577개가 남았는데, 질문 하나에 한 시간만 잡아도 1,577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중복되는 질문이나 시기에 맞게 다루면 좋을 법한 질문들부터라도 차근차근 다루어 볼 테니,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바라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법을 보다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카이스트신문-BLSN 인터뷰 기념 그림                                                                      김형준 변리사 제공
카이스트신문-BLSN 인터뷰 기념 그림                                                                      김형준 변리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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