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다 것이 항상 두려웠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를 돌이켜 보면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멀어지는 무지하게 싫었던 같다. 이삿날 엄마가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리라고 때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꾸역꾸역 들고 갔다. 좋은 거는 좋은 대로 아쉬운 마음에 끝내기 싫었고 싫은 것도 후에 보면 나에게 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지해나갔다.

한편 새로운 시작은 정말 좋아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가는 ,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두 설레고 앞으로가 너무나도 기대된다. 새로운 지켜내겠다는 일종의 책임감은 그것뿐 아니라 나의 전체에 엄청난 열정과 원동력을 가져다준다.

시작을 좋아하지만, 끝은 두려워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어느 순간 많은 짐을 지게 된다. 1학년 때부터 해오던 것들을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시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동아리 4개에 학생회까지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것과 학업을 아주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실험 수업과 연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제야 무언가 하나 내려놓을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입학한 직후부터 지난 학기까지 활동했던 학술행사 개최 동아리 ICISTS 2 동안 나의 대부분을 할애한 동아리였다. 부원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요구하는 동아리는 방학 때면 하루 종일 좋은 사람들과 붙어있으며 행사에 대해 고민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너지의 이상을 투자해온 ICISTS 없는 나의 대학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동아리에 남는다, 만다, 번의 번복 끝에 임기를 끝내기로 했다. 처음에는 동고동락했던 부원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점차 여유로워진 나의 일상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개별 연구를 시작하면서 다시 채워지는 일상을 보며 나는 새로운 시작을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주변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떠날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했고, 오히려 대화 주제는 동아리에서 벗어나 다양해졌다. 더욱 안정된 지금의 일상에 매우 만족하지만, 치열했던 그때를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매듭지어야 순간에 시행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끝을 내는 사람은 아닌 같다. 나한테 필요한지 아닌지, 객관적인 판단만 해가며 살아가진 못할 것이다. 다만 미련이 남아 지금 내려야 선택과 용기를 미루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현재보다 미래를 그려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라면 때로 과감한 맺음이 필요하다. 만일 용기를 내어 끝을 마주했다면 불안해하지 말자. 끝을 맺더라도 추억과 시절을 함께 되새길 사람들은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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