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갔지만, 출산율 반등은커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치(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수치이다. 한국 바로 위에 있는 35·36·37위 나라인 일본(1.33명), 그리스(1.28명), 이탈리아(1.24명)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국가 생산력 감소, 노인 부양 및 복지 수요 증가, 지방 소멸 등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복합적이고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경쟁사회에서 출산과 양육이 부담스러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며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현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부모 급여로 대표되는 현금 지원 정책이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 문화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적 접근만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하게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가정과 직장,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 교수, 직원, 연구원 등 전체 구성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학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카이스트 어린이집은 19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기간으로 시작되어 증원을 거듭한 결과, 현재 약 120명의 영유아가 다니는 보육 시설로 자리 잡았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영되는 시간 연장 어린이집으로 운영되어 실험과 과제 등으로 퇴근 시간이 미뤄지기 일쑤인 부모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준다. 일터와 가까운 곳에 있을 뿐 아니라, 교사 1인이 담당하는 영유아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영양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등 질 좋은 보육을 제공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화 캠퍼스 내에 있는 어린이집답게 영어 소통이 외부에 비해 원활해 어린 자녀를 둔 외국인 구성원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렇듯 카이스트 어린이집은 학내의 다양한 기혼자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학교 복지의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8년 대대적인 증축, 증원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보다 부족한 정원 때문에 연령별로 대기자가 늘어서 있는 형편이다. 신규 채용된 젊은 교수나 연구원이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며 연구에 매진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면 기혼자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지속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거창한 연구 시설의 설립만큼이나 어린이집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개인적으로는 구성원의 행복 추구권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기 좋은 학교가 경쟁력 있는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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