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본 사람들이라면 위 노래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곡의 제목은 혜화동으로, 동물원 2동물원 두 번째 노래모음에 수록된 곡이다. ‘응팔에서는 박보람이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나온다. 동물원 노래는 가사가 아주 중요하다. ‘혜화동은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추억하는 노래이다. 그 추억은 아련하면서 아름다운, 그렇지만 어쩐지 공허한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이 동물원이 가장 잘 전달하는 감정이다. 그들 노래의 화자는 희망찬 청춘도 아니고 그렇다고 삶에 완전히 익숙해진 중년도 아니다. 미래를 꿈꿀 힘은 남아 있지만, 펼쳐질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 아닐 것을 피부로 느끼는 그 시기에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뜻 모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던 우리

(중략)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잊혀져 긴 침묵으로 잠들어가지

 

동물원 1동물원에 수록된 잊혀지는 것이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이다. 화자는 단순히 아름다웠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 말하며 아름다운 이야기로 속삭이면서도 사실 이 세상과 그들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보기에 그때는 어리고 순진하다. 그랬기에 더욱 아름다웠고, 그런 순수한 희망과 기쁨은 이제는 누릴 수 없는, 잊혀져 가는 시절이다. 동물원 노래는 조금 허무주의적이고 체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햇살에 눈이 녹듯 그렇게 사랑은 녹아 사라져 가도

그 소중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은 너도 잊을 순 없을 거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곡, 동물원 5-1집에 수록된 백마에서라는 곡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불안정하고, 너무 열정적이었기에 빨리 불타 없어진 그런 사랑조차도 잊을 수 없는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 추억 속에 남겨진 사랑이라는 것이 공허하고 슬프지만은 않은 것이다. ‘백마에서는 정말 추천하는 명곡이니 꼭 들어보길 바란다.

 

동물원이 다루는 또 다른 주요 주제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무언가 잃어가는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다. 저 앞에 혜화동역시 그러하고, 다음 가사 역시 쓸쓸함을 진하게 전달한다.

 

고갤 들어 다시 밤하늘을 봐 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의 꿈은 없어진 걸까

저 하늘에 많은 별 들 어딘가에 예전의 꿈들이 꼭꼭 숨어버렸나

 

동물원 7집 수록곡 잃어버린 나의 한 구절이다. 물론 대학생이 부르기엔 이른 것 같다. 하지만 고작 20년을 살면서도 포기한 꿈들은 있는 법이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지 않은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어쩌다 한번 보게 되어도 어릴 적과 같은 꿈을 간직한 채로는 아닐 것이다. 단 이곳이 카이스트라 예외가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순수학문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학우들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동물원은 지나간 시간 들과 불완전한 사랑, 잊힌 꿈 등 공허하고 체념적인 주제로 가사를 많이 썼지만, 사실 그들의 활동 자체는 낭만이요 어린 열정이었다. 동물원은 그냥 포크 그룹이 아니라 직장인 밴드로, 몇몇은 전문 음악인의 길을 갔지만(김광석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나머지는 지금까지도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음악을 놓지 않았다. 멤버 모두가 악기를 다루면서 작사, 작곡을 했기에 다루는 장르도 다양했고 가사도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의 가사가 왜 그렇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는지는 동물원이 직장인 밴드였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악만 하는 음악인들과는 다르게, 동물원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느낀 일상의 공허함을 지금 우리도 느끼고 있다. 동물원 노래를 들으며 묘한 감정에 빠져들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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