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는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마다 학우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KAIST는 타 학교들에 비해 교양 수업이 부족하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선 지적이 실제로 유효한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설문조사는 본지 홍보 SNS와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을 통해 지난 달 28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진행되었다. 총 응답자는 57명이며 전 학년에 걸쳐 답변이 고르게 나타났다. 
 

​인문사회선택 강의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이수 요건의 적정성, 다양성, 강의 운영상 문제점 3개 문항​​​​​​​            © 안준용 기자
​인문사회선택 강의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이수 요건의 적정성, 다양성, 강의 운영상 문제점 3개 문항           
© 안준용 기자

 

지난 4일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행 인문사회선택(이하 인선) 이수 요건(복수전공 선택자는 계열 구분 없이 12학점 이상, 복수전공이 아닌 경우 3개 계열; 인문, 사회, 문학과 예술 중 2계열에서 각각 6학점 이상을 포함하여 총 21학점을 이수)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66%)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또한 다소 과도(20%), 매우 과도(5%)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으며, 이수 학점이 낮다는 의견은 소수 응답으로 조사되었다. 개설 강의의 다양성을 묻는 질문에는 매우 부족(32%), 부족한 편(43%)이라는 응답의 합이 75%에 달해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적절한 수준(14%), 다양한 편(11%)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현행 인문사회선택 강의 운영의 문제점을 묻는 문항에는 인기 강의의 높은 수강신청 경쟁률(70%)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학점 경쟁으로 인한 강의의 질 하락(16%)이 주요한 문제라는 응답도 있었다. 

본지에서는 수합한 의견을 바탕으로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이하 인사부)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하는 인사부 전봉관 학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사부와 학부장 본인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인사부는 KAIST에서 인문사회교육을 담당하는 학부이며, 금년부터 대학원 과정이 설립되어 디지털인문학과 계산사회과학의 전공 학생들도 선발하고 있다. 본인은 국문학 전공으로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선 수업이 학생들에게 가지는 의의 및 취지는?

당초에는 인문사회분야의 교양을 가르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앞서 말했듯 금년에 대학원 과정이 추가되었다. 이와 관련해 학부생 수업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년부터 핵심, 융합, 일반의 성격에 따른 세가지 하위 분류로 인선 과목을 보다 체계화하는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라는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점에는 추호도 흐트러짐이 없다. 
 

지금부터는 학생들의 의견에 대한 인사부의 입장을 듣고자 한다. 과목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약간의 선입견이 아닐까 한다. 우리 학교는 강의 내용에 따라 인선 과목의 계열을 인문, 사회, 문학과 예술로 구분할 뿐만 아니라 성격에 따라 핵심, 융합, 일반으로도 구분하고 있다. 특히 핵심 과목으로 지정되면 수강 정원이 20명으로 제한되고 글쓰기 및 체험을 포함하는 등 차별화된 교육 방침을 채택한다. 또한 융합 과목의 경우 ‘음악과 뇌’와 같이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교집합에서 독특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핵심 및 융합 과목의 경우 타 대학에서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강의로서 우리 학교 인선 과목의 다양성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차별점을 강화하기 위해 체험형 예술 강좌를 금년 가을학기부터 도입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사진 촬영과 관련된 과목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사진작가를 모셔서 진행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 DSLR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수업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아가, 이러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갈증을 느낄 학생들을 위해 디지털인문사회과학 부전공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끝으로 봄학기에 2명, 가을학기에 3명을 충원하여 금년에만 전임교수가 5명 늘어날 예정이다. 기존에 19명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큰 폭의 증가이며 특히 총장님의 뜻에 따라 추후 30명 수준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다양성에 상당한 기여가 예상된다. 이처럼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충족시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특정 과목의 높은 수강신청 경쟁률 또한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왜 발생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특정 과목에 대한 교수자의 뛰어난 강의력 덕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 학교 뿐만 아니라 여타 명문대에서도 발생한다. 하나 예를 들자면, 고려대학교에서는 인공지능과 사회를 연결하는 콘텐츠의 600명 규모 강좌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 트렌드 속에서 많은 학생들이 들어야 할 당위성이 있기에 대규모로 열리는 것이며, 아직 우리 학교에서 그러한 과목은 없다고 생각한다. 초대형 강의를 개설할 현실적 여력이 없기보다는 필요성이 충분치 않아 수강 정원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무분별한 증원으로 인한 강의의 질 하락도 분명 우려되는 측면이다. 수업의 밀도를 높이고 교수자와 학생들 간 상호작용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강좌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정원이 있다. 이 점도 고려 대상이다.
 

언급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인선 과목이 이수요건 채우기로 전락한다면 인문학적 소양 함양이라는 당초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 말했듯 인문사회과학의 전 분야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하나의 예를 들자면, 가령 미학의 경우 우리 학교에서 관련 교과가 개설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른 강의들과 학생들의 수요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면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특히, 총학생회나 동아리연합회 등 학생회나 학생처 등 공식 창구를 통해 의견을 전달해주신다면 반영토록 노력하겠다. 총학생회장의 경우 교과과정 심의위원회에도 소속되어 있는 만큼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인선 강의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인사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이 사뭇 다르다는 점은 여러 시사점을 남겼다. 먼저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고취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인사부 차원의 추가적인 노력뿐 아니라 공식적인 창구를 통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시행된 정책을 홍보하여 학교와 학생 간 온도 차를 줄이기 위한 과정도 필요하다. 나아가 이 같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종국에는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강의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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