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올겨울이 유독 추웠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중부지방 기온이 이례적으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졌고, 눈도 유독 자주 내렸다. 이상 기온은 우리 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지구 북반구 전역에서 일어났다. 일본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붕괴사고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유례없는 한파와 겨울 눈폭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한파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에서 찾는다. 겨울철 찬 공기를 끌어들이며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북극의 극 소용돌이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대로 작동을 못하게 되면서, 북극을 돌던 차가운 공기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동아시아를 비롯한 중위도로 내려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기후 온난화는 혹한, 폭염, 폭설, 강풍,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 이변과 자연재해를 ‘뉴노멀’로 자리잡게 하며 우리의 생존을 전방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지구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실존적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재앙적인 기후 위기에 맞서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전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회원국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국경을 넘는 협력을 촉구했다. 이렇듯 기후 온난화라는 전지구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이해를 넘는 범인류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단순한 인도주의적 이상만으로 시행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이다. 반대로 철저히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기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특히 유럽은 기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국의 녹색 산업을 육성하고 국제 정치와 경제 질서를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EU가 올해 10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탄소국경세로 잘 알려진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강한 국가로 물자를 수출할 때 관세를 물리는 정책이다.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우리 기업에는 막대한 손실이 예측되는 ‘녹색 관세’가 국제 무역에 도입된 것이다. 이제 탄소배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기업 운영과 경제성장에 부담이 된다는 말로 기후 온난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시기는 지나갔다. 각국이 국가안보 및 경제 정책과 연동해 전략적으로 녹색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기후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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