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입생을 기다리고 있는 겨울방학 중 학생사회는 유달리 한 이슈로 소란스러웠다. 다가오는 23학년도 봄학기부터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Pass or No Record 제도, 줄여서 P/NR 제도에 관한 갑론을박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계획 중인 P/NR 제도는 한 학기에 최대 9학점씩, 1학년 1년에 한하여 최대 18학점을 기존 ABCDF 학점제나 SU 학점제와 다른 P/NR로 인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적용 받을 23학번 학부 신입생은 수강변경기간에 미리 P/NR로 인정받을 과목을 신청한 뒤, 해당 과목의 평점이 나오면 해당 평점 대신 성적표에 P로 표기되거나 NR이 인정되어 수강 기록이 성적표에 표기되지 않게 된다. 여기서 P는 ABCDF 학점제에서 D- 이상의 평점이거나 SU 학점제에서 S를 받을 경우 부여되고, NR은 ABCDF 학점제에서 F이거나 SU 학점제에서 U를 받을 경우 부여된다.

1학년 신입생의 학점 경쟁에 대한 부담을 크게 경감하고 자유로운 과목 선택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도입을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학점 인플레이션, 면학 분위기 저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충돌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 등지에서는 재학생, 23학번 신입생 등 여러 학생 간의 갑론을박과 혼란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지는 교내 구성원에게 P/NR 제도와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여 교내 구성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에 P/NR 제도의 도입과 제도화를 추진한 원종대 교학기획팀장과 지난해 1학기 P/NR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교내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김동주 교수를 인터뷰하여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원종대 교학기획팀장

P/NR 제도라는 새로운 학사 제도가 논의된 배경은?

이광형 총장은 취임 이후부터 QAIST 신문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의 일환 중 하나로 학생들의 다양한 분야의 도전, 경험기회를 확대하여 스스로 질문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제도를 고민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 총장 취임 이후, 휴학 기간 제한 역시 폐지하는 등 여러 제도가 획기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특히 첫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의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창의성, 도전성을 높이며 새내기때 여러 활동을 경험할 수 있을 방향을 다방면에서 검토했다. 이때 고려되었던 것이 새로운 성적 표기 제도 방식이었고, 그의 구체화가 바로 P/NR 제도인 것이다.

처음에 고려되었던 정책은 SU 제도였다. 2021년 기초 과목에 대한 SU 제도 확대를 검토했다. 기초 과목과 같은 경우에는, 과학고 및 영재고 출신 학생들의 경우, 이미 수강한 경우가 많고 이 중 상당수가 AP 제도를 통하여 학점을 인정받는 상황이었다. 이에 포괄적으로 학점 경쟁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고자 기초 과목에 한해 SU 제도 확대가 검토된 것이다. 이를 검토하는 와중, 알게 되었던 제도가 MIT에서 시행 중이었던 P/NR 제도였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며 P/NR 제도가 보다 적합한 제도라고 여겨져 P/NR 제도라는 새로운 성적 표기 제도가 명문화된 것이다.
 

기존 SU 제도와 P/NR 제도가 무엇이 다른 것인가?

기존 SU 제도는 ABCDF 제도와 마찬가지인 성적 평가 방식이다. 반면 P/NR 제도는 성적 표기 방식을 의미한다. 즉, 기존 성적 평가 방식대로 교수자가 ABCDF 혹은 SU라는 성적을 부여하면 P/NR 적용 대상 학생이 P/NR로 선택한 교과목에 한해서 P 혹은 NR이라는 방식으로 성적을 표시해주는 것이다. 취득한 ABCDF, SU 학점은 공식 성적표상 표기되지 않을 뿐 분명 존재한다. 또한 기존 SU 제도에서는 취득하지 못한 성적일 경우 U로 성적표에 표기되지만, P/NR 제도의 경우, 취득하지 못한 성적에 대해 수강했던 사실이 나타나지 않도록 성적표에 표기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교수진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SU 제도의 S와 U 기준과 다르게 P/NR 제도의 경우, 매우 명확하게 D- 이상 혹은 S일 경우 P, F 혹은 U일 경우 NR이라는 기준이 존재한다. 이 역시 P/NR 제도가 SU 제도와 비교했을 때, 갖는 큰 차이 중 하나이다.
 

22년 1학기 김동주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현행 P/NR 제도 도입에 영향을 주었는가?

그렇다. 여러 문항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P/NR 제도를 찬성한 의견이 많았다. 구성원 별로 보면, 학생들의 경우, 적극적인 찬성이 많았고 교수진과 수업 조교를 경험한 원생들의 경우, 중립적인 찬성을 보였다. 이러한 설문조사 상에서의 전반적인 찬성 여론은 현행 P/NR 제도의 세부 사항 등을 조정할 때, 크게 인용했다.

원래 초기안에서는 현행보다 적극적인 P/NR 제도 도입을 고려했다. 1학기 혹은 1학년 전체 학기에 수강하는 모든 과목에 대한 P/NR 제도 도입 혹은 최소 수강학점인 학기 별 12학점에 대한 P/NR 제도 도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수준까지 진행해야 다양한 활동 및 교과과목 수강 장려가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수진 및 수업 조교의 우려 등을 고려하여 비교적 축소한 한 학기 9학점, 총 18학점으로 변경하여 도입하였다.
 

현행 P/NR 제도에 관한 설명이 교내 구성원들에게 비교적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한데?

카드뉴스 등 자료는 현재 다 준비된 상태이다. 현재(인터뷰 시점 – 지난 18일) 내부 결재가 진행 중이다. 결재가 이루어진 뒤, 전체 학생 및 교수에게 안내될 예정이다. 신입생들 역시, 입학 전에 안내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행 P/NR 제도가 적용되는 과목은?

연구과목 및 AU 과목을 제외한 P/NR 대상 교과과목에 대한 제한은 없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의 경우, 일반물리학1을 이미 고등학교에서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일반물리학1을 수강하게 하는 것보다는 일반물리학2 혹은 난이도가 높은 교과과목, 전공 교과과목 등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를 기획하고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에 연구과목 및 AU 과목을 제외한 P/NR 대상 교과과목의 제한은 없다. 그저 수강 정정 기간에 P/NR 성적 표기 방식을 원하는 교과과목을 선택만 하면 된다. MIT, 브라운 대학 등 P/NR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을 보면 이렇듯 학업 부담 경감 외에 전공 탐색 장려라는 목적 역시 갖고 있다.
 

언급된 타 대학들의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P/NR 제도가 운용 중인가?

MIT의 경우, P/NR 제도가 우리 학교와 유사하다. MIT의 경우, 총 16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C- 이상부터 P를 주고 있다. 브라운 대학의 경우, 신입생 외에도 전체적으로 P/NR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렇듯 세계 유수의 명문대들이 P/NR 제도를 별다른 문제없이 잘 정착시키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서도 일부 P/NR 제도가 운용 중이다. 포스텍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포스텍의 경우, 앞선 두 학교나 우리 학교와 달리, 일부 기초 교과목에 한하여 운영 중이다.
 

D- 혹은 S부터는 P라는 기준이 굉장히 낮다는 의견도 있는데?

D-라는 기준을 선정하게 된 것은 기존에 있는 학칙에 근거한다. 학칙 상에서 취득 학점을 인정하는 학점이 D- 이상과 S를 포함한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운영한 것이다. 물론, 더 높여서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P/NR 제도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비교적 조금이라도 높은 학점을 받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취지에서 이러한 결정을 하였다. 더불어, KAIST에 입학할 학생 정도면 학업을 그만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학점 인플레이션에 관한 우려도 많다. 이에 관한 설명이나 대책을 듣고 싶다.

실제로 검토 당시, 기초 교과 담당 교수 및 학사과정 주임교수, 전체 학과장 회의, 교과과정심의위원회 위원, 총학생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구성원과 논의를 거치며 항상 이 부분을 지적 받았다. 당연히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다. 학사 과정 졸업생 2,283명을 대상으로 일부 교과목에 대한 P/NR 적용을 가정하고 성적을 덜어냈다.

그 결과, 실제로 약 8%의 학생이 제한적인 학점 증가를 보였다. 반면 2%의 학생 정도는 제한적으로 떨어졌다. 전체의 경우, 평점 평균이 약 0.04점 가량 올라갔다. 이를 근거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위협적일 정도로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학업 저하의 우려가 계속되었다. 비대면 수업, SU 제도 등이 학업 역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였다. 교학기획팀 역시, 이를 확인하고자 코로나 전후의 학업 성취도 비교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안 좋은 결과가 분명 나타났다. 학업 역량 양극화가 실제로 나타날 조짐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며 점차 정상적인 궤도로 복귀했다. 이렇듯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험했던 바 역시, P/NR 제도 도입이 심각할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다.
 

주 전공 과목의 경우, P/NR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 역시 존재하는데?

학생 전반으로 볼 때,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있던 중립적 혹은 부정적 의견의 경우, 신입생과 전공이 있는 학생을 떼어 볼 필요가 있었다. 이를 본 결과,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비교적 주 전공 과목 P/NR 제도에 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반면 새내기 학생의 경우, 많이 찬성했다. 이는 신입생 때, 내가 가고 싶어하는 학과의 교과목을 듣고 싶어하는 의지로 판단된다. P/NR 제도 자체가 신입생의 전공 탐색 촉진을 위한 정책이기에 신입생의 의견을 비중 있게 봤고 주 전공 과목 역시 P/NR 제도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Dean’s List 선정, 학사 장학금 등 기존 제도에 미칠 영향은?

Dean’s List 등을 결정하는 부서가 교학기획팀이 아니라, 명확한 답변을 줄 수는 없다. 다만, P/NR 제도는 성적 표기 방식이기에 공식적인 성적표에 기록되지는 않는 평점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Hidden Grade를 해당 제도 등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원성적의 경우, 학생 본인 및 지도교수, 학과장, 학사 주임 교수 등은 필요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학사 경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1학년 첫 2개 정규학기에 대한 학사 경고가 생략되었다.
 

P/NR 제도의 운영에 따른 기대 효과는?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학교와 분야의 학생들이 들어온다. 영재고, 과학고는 물론, 일반고 등 여러 환경의 학생들이 처음 적응해 나가는 시기가 신입생 때이다. 이러한 시기의 적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해주는 신입생 수강 신청 체제에서 탈피하여 1학년부터 전공과 희망 교과를 탐구하고 도전하리라 믿는다.

교학기획팀은 이 과정을 모니터링할 것이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어떤 교과목을 주로 신청했는지 등을 고려하여 올바른 제도의 정착을 지원할 것이다.
 

향후 P/NR 제도의 변화는?

당장 한 학기만 운영하고 P/NR 제도의 장단을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1년 단위로, 2-3년은 검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신입생에 대한 P/NR 제도를 신입생 외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
 

학생 사회에 교학기획팀장으로서 전하고 싶은 말은?

P/NR 제도를 도입하며 관련 위원회, 이사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승인을 받았다. 이때, 각 과정에서 여러 위원들이 5년 정도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했다. 교학기획팀은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교과목 선택, 학업 성취 변화, 학사 경고 대상 학생 증감까지 여러 부분에서 계속 피드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견되는 부족한 점, 보완점 등의 경우, 적극적으로 수정하여 지금보다 더욱 발전한 P/NR 제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P/NR 제도를 통하여 우리 학교 신입생들이 지금보다 더 적응을 잘하고 뛰어난 과학 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김동주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P/NR 제도와 관련된 연구를 맡게 된 계기가 있나?

직접 자원해서 P/NR 제도라는 특별한 주제로 연구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교학기획팀에서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 측으로 P/NR 제도라는 것을 검토 중에 있으니 이에 관한 연구를 부탁한다는 요청을 했다. 이후 학장이 내게 이 연구 과제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 물어 연구에 착수하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P/NR 제도와 관련하여 설문 및 연구가 필요했고 마침 설문조사와 같은 연구 분야에 전문적이었던 내가 맡게 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P/NR 제도 연구를 진행했는가?

우선 2-3월 두 달 동안은 사례 조사를 진행했다. P/NR 제도라는 제도 자체가 워낙 생소한 제도라 타 학교에서는 어떻게 운용되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하고 비교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사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2년 5월에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란 여러 소그룹에 질문을 던진 뒤, 이에 관해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과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주요 변수를 추출하여 연구하는 방식이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학사 주임 교수, 기초 과목 교수, 총학생회, P/NR 제도를 경험해본 졸업생 등에 자세한 반응과 장점, 단점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 문항을 제작, 최종적으로 6월에 설문조사가 2주간 진행된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7, 8월 두 달에 걸쳐 분석한 뒤, 최종적으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설문조사는 학부생 외에도 진행된 것인가?

그렇다. 설문 자체를 학부생, 교수, 대학원생으로 구분하여 제작했다. 이를 통해서 교과목을 운영하는 입장인 교수와 대학원생, 교과목을 수강하는 입장인 학부생의 입장을 파악하고자 했다.
 

설문조사의 규모는?

학부생의 경우, 총 758명이 참여했고 대학원생의 경우, 533명, 교수의 경우, 108명이 참여했다. 교학기획팀에서 처음 요청했을 때에도 P/NR 제도 시행 전에 교내 구성원의 여론을 파악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때문에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큰 규모로 진행하여 교내 구성원의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듣고자 했다. 학교 역시 이러한 의견 파악을 토대로 교내 구성원의 우려를 최소화하며 단계별로 P/NR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개략적으로 알고 싶다

학부생, 조교(대학원생), 교수, 세 집단 중 가장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던 곳이 바로 학부생이다. 이 중 가장 긍정적으로 여긴 대목은 성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공 탐색 분야에서 호평하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학원생과 교수의 경우, 성적 부담 완화라는 부분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했으나 우려 역시 표출하였다. 면학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특히 기초 과목에서 학생과 교수 간의 의견 차가 크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전공 과목에 관한 P/NR 제도와 관련해서는 학생과 교수 집단 간의 의견 편차가 줄었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 주전공에 관해서는 의견이 동일했다. 적어도 주전공만큼은 원리원칙대로 이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학부생들도 주전공의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은 정석대로, 똑바로 공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를 진행할 때는 아예 본 전공을 빼고, 타 전공의 필수, 선택 과목만 조사하였다. 즉, 주전공이 아닌, 타 전공의 필수 및 선택 과목을 P/NR 제도로 듣는 것의 경우, 기초 과목을 P/NR 제도로 듣는 것보다 의견 차가 적었다고 말할 수 있다.
 

타 학교 사례의 경우, P/NR 제도가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

P/NR 제도를 실시했던 학교, 주로 미국에 있는 학교의 경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공식 문서이기에 비판이 생략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P/NR 제도 도입 시, 염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성적 인플레이션, 수업 분위기 저하 등이 있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분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MIT의 경우, 1학년을 넘어 천천히 모든 학년으로 P/NR 제도를 확대했다. MIT 학생들은 일반적인 수강 신청을 한 뒤, 성적이 받는다. 이후 성적을 확인한 뒤, 2주 동안 P/NR 제도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해당 학기에 들은 과목은 P/NR 제도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총 신청할 수 있는 학점은 졸업 전까지 16학점으로 정해져 있다. 즉, 2학년, 3학년 등 여러 학생은 지금 내가 받는 학점이 좋은 학점인지 나쁜 학점인지 여러 차례 고민하여 P/NR 제도로 넘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나온 학점이 나중에 미래에 나올 학점보다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P/NR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용되었다.

국내 일부 사립대학교에서도 이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졸업 직전 성적을 올리는 편법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컸다. 졸업 전에 P/NR 제도로 바꿀 과목을 결정하는 체제였기 때문에 성적이 저조한 과목 위주로 P/NR 제도가 사용되어 평점을 올리는 방향으로 악용된 것이다. 만약 KAIST가 P/NR 제도를 시행할 때, 이런 방향이 된다면 졸업생들에게도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판단했다.

즉, P/NR 제도를 사전에 신청하는가, 사후에 신청하는가, 어느 시기에 어떻게 바꾸는가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고, MIT 등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KAIST에서 충분히 실험적으로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연구자로서 느끼는 P/NR 제도의 도입 배경은?

새내기 학생의 경우, 학사 경고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일반고등학교에서 갑작스레 이공계 특성화 대학교에 오게 되며 난이도가 너무 올라가 적응을 못한다는 점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반수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학교에는 1학년 때 학사 경고를 받는 학생의 숫자가 너무 많다. 꿈을 찾아야 할 1학년 시기에 좌절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를 완화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제도가 P/NR 제도라고 이해하고 있다.

또한, 지난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한 SU 제도의 경우,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는 피드백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많이 왔다. 교수 외에도 학생마저 면학 분위기에 SU 제도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P/NR 제도는 ABCDF 제도와 SU 제도의 단점을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중간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P/NR 제도는 성적 부담 완화, 신입생 적응력 향상, 자유로운 전공 탐색 등이 가능할 제도로 도입이 계획된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운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화한 것이 이번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하며 갖게 된 P/NR 제도에 관한 생각은?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P/NR 제도를 잘 알지 못했기에 특별하게 의견이 없었다. 좋을지 안 좋을지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후 연구를 하고 해외 사례를 보며, 조건을 어떻게 잡고 얼마나 명확하게 잡느냐에 따라 학생들에게도 큰 이득을 주고, 교수들에게도 다양한 학생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AIST가 융합은 강조하지만, 실제로 타 과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를 열어줄 가능성이 있을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잘 쓰면 학생들에게 굉장히 좋을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학생들에게 좋겠구나 하던 생각이 지금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계획할 경우, 학생들에게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들어오는 신입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P/NR 제도를 쓸 때, 부디 신중하게 써달라. 어지간하게 소홀하지 않으면 KAIST 학생들이 D-라는 성적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생각하기에 애매한 성적인 구간이 있을 것이다. 적당한 노력을 하여 학점을 받았을 때, 해당 학점이 이 구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 P/NR 제도를 어떻게 사용할지 신중히 고민했으면 한다. 단순히 P/NR 제도가 이만큼 인정되니 이만큼 다 받자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공부와 미래를 고려하여 신중히 사용하라는 조언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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