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우리 학교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CES 2023 자율주행 레이싱에 참가하여 경기를 치뤘다. CES 2023(국제전자제품 박람회)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 기술 전시회이다. CES는 수년 전부터 첨단기술 전시회장으로서의 특징이 부각되며 기술의 트렌드를 사람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있다. 심 교수 연구팀이 참가한 자율주행 레이싱은 2021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고속 자율주행 차량 기술 개발성과를 알리고자 개최되고 있다. 

심 교수 연구팀은 이번 CES 2023 출전팀 중 유일한 아시아 팀이었다. 10바퀴 트랙을 도는 1차 예선 속도 경쟁에서 한 바퀴당 평균 속도 138마일(222킬로미터)로 5위를 차지했다. 본선 대회는 두 대의 차량이 계속해서 자유롭게 코스를 오가며 서로를 추월하는 경기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심 교수 연구팀은 본선 첫 경기에서 속도 경쟁 4위의 MIT 팀과 겨루었는데, 경기 중 추월 과정에서 MIT 팀 차량과의 추돌로 인해 최종 5위로 마무리지었다. 본지는 자율주행 레이싱에 출전한 심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율 주행 레이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율주행 레이싱은 어떤 대회인가?

레이싱이란 분야는 일반 자율주행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우리가 평소에 다니는 도시 내 도로, 또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반면 자율주행 레이싱은 차가 굉장한 고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고, 또 기존 자율주행 연구들은 일반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트랙이라는 특수 환경에서 한다는 차이가 있어 일반 도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조건에 대해 다 대응할 필요가 없다. 대신 고속으로 주행하면서도 다른 차를 인식하고, 자기 차의 속도까지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주 문제이다.

자율주행 레이싱에 나오는 차들은 일반 차량 아닌 레이싱용으로 만들어진 경주용 차이다. 원래는 사람이 탑승해 운전하는 차였는데, 여기서 운전석은 다 뜯어내고 그 자리에 필요한 컴퓨터나 기존에 손과 발로 조작하던 핸들과 페달을 기계적으로 구동하는 장치 등을 장착해서 만드는 것이다. 추가로 주변 환경 인식을 위해 GPS 외 카메라, 라이다 등 여러 센서들도 부착되어 있다. 이 차 자체는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주최 측에서 제작한 AV-21 차량을 원 가격 100만 달러 중 30만 달러를 참가팀이 지불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회가 이루어진다. 
 

레이싱 준비 중 생긴 에피소드는?

작년보다 순위가 떨어진 것이 아쉽다. 우리 팀은 작년 주축이 되었던 학생들이 모두 졸업하면서 기술 전수에 어려움이 컸고 더 어려워진 대회 내용을 따라잡기 위한 기술 반전이 쉽지 않았다. 선배들이 빠진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과거 <쿨러닝>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열대지방인 자메이카에서 썰매 종목으로 동계 올림픽에 나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열심히 해서 2등을 한다. 우리 팀이야말로 ‘쿨러닝’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싱 분야는 대한민국에서 척박하고 관심이 쏠리지 않는 분야라 지원이 전무하지만, 우리 자체적으로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려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 분야도 연구실 하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져 버렸지만 기업체 등의 지원은 요원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 중이다. 
 

고속 자율주행의 전망은 어떠한가?

대전에 있는 학생들은 아마 서울에 갈 일이 많을 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차로 아무리 빨리 달려봐도 2시간은 걸린다. 그런데 고속 자율 주행으로는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면 굉장한 이점들이 생길 것이다. 현재는 고속도로가 100km/h 정도로 제한이 걸려 있어 고속 자율주행이 생활 속에 들어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내 속도 제한은 사람의 평균 운전 실력을 고려해 정한 것이다. 물론 고속 주행은 운전 실력만 좋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차가 빨리 달리기 위한 좋은 도로 포장 상태, 적절한 도로 구배 설계가 있어야 한다. 만일 현재 제한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지고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고속 자율주행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통 체계에서 시도하기에는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외국, 특히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이미 고속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황이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도심 항공, UAM(Urban Air Mobility)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과거 본인이 무인항공기 분야의 연구단장을 수행한 경험으로는 UAM 기술이 발전해도 지상 교통수요 분담에는 한계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여건에는 고속 자율주행이 가장 적합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Serendipity라는 말이 있다. 의도치 않게 시작한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로 해석할 수 있다. 2021년 일회성 대회로 시작한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는 어느새 4회까지 대회가 진행이 되었고, 우리 연구실은 접하기 어려운 기회를 붙잡아 250km/h이상의 고속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싱이라는 분야가 원래 그렇듯 큰 예산이 필요한 분야이고 지금 같은 분위기로서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자율주행 레이싱 자체는 이벤트이고 언젠간 끝나겠지만 고속 자율주행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우리 연구실 학생들이 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선구자의 입장에서 길을 개척하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 이게 내 연구 방식이고 앞으로도 선구자로서의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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