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기준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기·수소차 및 하이브리드차를 아우르는 국내 친환경차 비율은 6.2%(159만대) 수준이다. 이는 2020년 3.4%에 그쳤던 것에 대비하여 2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전년 대비 68.4%(15만 8,000대) 급증한 전기차가 이 같은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2021년 말 공표된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전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각국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함에 따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유가 폭등이 전기차 수요를 촉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하여 인프라 구축이 더디고 안전 사고에 대한 대응책이 부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가 2020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의 평균 폐차 주기는 15.3년으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이 2020년 전후인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차량의 노후화 과정에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더군다나 전통적인 내연 기관에서 사고의 주요 원인이 기계적 결함이었던 것과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내 화학 반응의 고장 메커니즘(failure mechanism)이 화재 등으로 이어지는만큼 다방면에서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예방책 및 대비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관리시스템(이하 BMS)을 연구하고 있는 우리 학교 전기및전자공학부 이상국 교수를 인터뷰하여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짚어보고 배터리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차량 화재 사건이 언론을 타는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인데, 우선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발생 원인은 무엇이 있는가?

비록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상용화 시점으로부터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아 아직 전례가 많이 축적되지 않았음을 전제하겠다. 즉 현재에도 기업과 학계 등에서 배터리 화재의 주요 원인을 규명하고자 다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배터리 화재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재 차량에 활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소재의 화학 반응을 통해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를 변화한다. 요컨대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전이 이루어지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방전이 일어난다. 이때 양극과 음극을 구분하여 리튬이온만 통과하도록 제한하는 분리막이 중앙에 위치하는데, 분리막에 손상이 발생하여 전자의 이동이 가능해지면 합선(short)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전류의 흐름이 급증하여 온도가 섭씨 800~1,000도에 이르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분리막 손상이 발생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전지의 충전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경우 리튬 이온이 음극 내부에 삽입(intercalation)되지 못하고 덴드라이트(dendrite)라는 회색 결정으로 석출되는 리튬 플레이팅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결정이 성장하다 분리막을 찢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교통사고 등 외부에서 큰 충격이 가해질 경우에도 손상이 발생한다. 

BMS의 오류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BMS는 충전 및 방전 과정 전반을 최적의 상태로 조율하는데, 예를 들어 배터리 내부의 여러 셀을 충전하는 과정에서 특정 셀이 이미 적정 전압에 도달하였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충전이 지속된다면 과전압이 발생한다. 또한 배터리 셀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라면 상기 요인들과 무관하게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내연 기관에 비해 전기차 화재는 진압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대다수가 화재 대피 훈련 등의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듯, 화재의 종류에 따라 진화의 방식이 상이하다. 내연 기관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물을 사용하지만, 연료로 불이 옮겨붙는 경우 기름이 물 위에 뜨는 성질로 인해 물로 산소를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폼(form)을 사용하여 산소를 차단한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내부의 화학 반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에 소화제가 침투하기 어렵고 산소의 차단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동식 수조를 통해 배터리를 냉각시키는 방법이 거론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차량이 전소되는 전기차의 특성 상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 또한 문제이다. 
 

이러한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배터리 기술의 발전 방향이 궁금하다.

최근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인 배터리로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술이라 불린다. 다만 반도체 산업에서 화합물 반도체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율이나 비용 등 상업적 문제로 인해 실리콘 반도체의 아성을 넘지 못했듯, 상용화되기까진 기술적 보완과 경제적 합리성 등 여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가격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임을 고려한다면 생산 단가의 문제는 더욱이 간과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BMS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화재의 원인에서도 언급했듯 BMS의 오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배터리의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기술과 이를 분석하여 판단을 내리는 마스터 BMS 양측 모두 배터리 기술 개선의 한 축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 연구팀 또한 배터리 셀의 임피던스 및 엔트로피 등을 분석하여 내부 화학 물질의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전기차 원년’이라 불리는 2021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1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130만대 수준이었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에 2억 3,000만대에 이를 것이라 추정된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인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기차의 결함이나 화재 사고 등에 대한 분석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통상의 차량 화재보다 더 많은 물이 소모되는 반(反)친환경적 모순마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기차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 안전 관련 기술 개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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