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

(주) 예스이십사 제공
(주) 예스이십사 제공

 

편의점은 고객의 편의를 위한 곳인데, <불편한 편의점>은 무슨 뜻일까? 책 <불편한 편의점>은 주인공 독고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게 되며 일곱 명의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1년 출간되었으며, 여전히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꼽힌다. 

이야기는 서울역 노숙자 독고가 염 여사의 지갑을 주워주며 시작된다. 지갑을 줍고 전화해준 것으로 모자라, 다른 노숙자들로부터 끝까지 지켜주고, 지갑의 주인인지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듬직한 모습에 염 여사는 본인의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무료로 먹으라고 말한다. 편의점 오후 알바 시현은 냄새나고 수상해 보이는 독고를 불편해하지만, 그가 매일 굳이 폐기 도시락을 먹고, 주변 쓰레기를 치우는 성실한 모습을 보며 점차 마음을 연다. 야간 알바가 없어 밤에 편의점에 혼자 있던 염 여사가 위험할 때, 독고가 그를 구해준다. 이후 독고는 야간 알바가 되고, 점차 냄새나고 말을 더듬는 노숙자에서 일을 잘하는 알바생이 된다.

독고는 손님들에게 친절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 못 할 고민도 눈치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후, 적절한 조언을 하며 그만의 방법으로 위로해준다.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이러한 고민을 들어주는 독고의 모습이 독자에게도 위로가 되어준다. 소설 속에는 우리 주변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이 나오기도 하며, 이야기의 중간부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하여 더욱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독고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고, 그 또한 손님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것 같은 그의 정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노숙하며 술에 의존했던 그가, 잃었던 기억을 찾고 다시 일어서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 속 편의점은 불편한 편의점이다. 타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과는 달리 행사하는 물품 수가 적고, 신선식품의 종류도 적어 손님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노숙자였던 독고는 냄새나고, 말도 더듬던 야간 알바였다. 심지어 계산만 하지 않고 말을 자주 걸어 귀찮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진심이 닿아 점차 불편한 편의점이 다시 오고 싶은 편의점이 되어간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책은 ‘불편함’이 과연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음을 깨닫게 해준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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