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흘러나오는 캐럴과 연말연시의 따뜻한 인사말들이 지나간 겨울의 빈자리에는 왜인지 모를 헛헛함이 들어찬다. 학교는 방학을 맞아 평소 자주 만나던 친구들도 보기 어렵고, 사람들은 날카로운 바람에 대비해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맨 채로 황급히 서로를 지나친다. 카이스트신문 문화부는 이 차가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 박정민 기자
© 박정민 기자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시리즈 – 고범준 기자

빠더너스는 2016년부터 유튜브에서 스케치 코미디 영상을 선보이고 있는 코미디 크루로, 최근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케치 코미디란 10분 내외의 짧은 길이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코미디를 말한다. 빠더너스 크루의 프론트맨인 코미디언 문상훈은 빠더너스가 유명해지기 이전에 작가 유병재와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며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그 이후 인터넷 강의 강사를 흉내 낸 <한국 지리 일타강사 문쌤>, 순수하지만 찌질한 캐릭터를 표현한 <복학생 후니쓰의 감성 브이로그>, 뉴스를 진행하는 기자를 모티브로 한 <문상 기자> 등 그만의 색깔과 감성이 담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빠더너스 제공
빠더너스 제공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는 빠더너스의 유일한 시즌제 콘텐츠이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인물이 아닌, 인간 문상훈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대담 형식의 콘텐츠이다. 매 회차마다 다른 배달음식을 주문한 뒤 식탁 앞에서 그 음식이 도착하기 전까지 음악을 추천하고, 평소 드는 생각을 공유하는 등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구조이다. 제목에서 ‘오지 않는 당신’이 주문해 놓은 음식을 지칭하기도 한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오당기는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 시즌에서는 이전 시즌과 다르게 가수 장기하,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 시인 나태주 등 여러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청해 질문을 주고 받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시즌 3에서는 산책을 나서서 산책로를 소개해주며 이야기를 풀거나 좋아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빠더너스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콘텐츠는 나긋나긋하며 잔잔한 느낌과 영상에 담긴 가볍고 재미있는 농담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여기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이 매력적이다. 특히 과거의 추억이 담긴 음악을 들으며 기억을 돌아보고 평소에 남들에게 쉽게 꺼내기 힘든 소년다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바깥이 쌀쌀한 계절에 따뜻하고 조용히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정원을 가꾸는 할머니처럼, <다큐 인사이트, 인생정원> - 배가현 기자

행복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만큼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KBS 다큐> 유튜브 채널의 <다큐인사이트 77회, 인생정원 2부작 – 1편 아내의 정원>과 <다큐인사이트 135회, 인생정원 – 일흔둘, 여백의 뜰>에서는 오랜 세월 자신만의 정원을 가꿔온 할머니들의 사연과,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KBS 다큐 제공
KBS 다큐 제공


<인생정원 2부작 – 1편 아내의 정원>에서는 서랑 호숫가에서 40년 넘게 정원을 가꾼 83세 안홍선 씨의 들꽃정원이 소개된다. 피난 전 살던 고향 함경도 옛집 뒤뜰의 들꽃이 잊히지 않아, 남편과 시골 호숫가 황무지로 내려가 40년 넘게 맨손으로 가꾼 정원이다. 들꽃의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전, 들과 산, 도로에 핀 들꽃들을 손수 옮겨 심으며 지금의 정원을 완성했다. 벌개미취, 참나리꽃, 공작초, 술패랭이에는 가족의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다. 할머니는 봄, 여름, 가을 낮에는 종일 정원을 가꾼다. 밤에는 정원에서의 하루를 곱씹으며 글을 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가꾼 아름다운 정원과 그 속 할머니의 모습이 황홀하게 아름답다며, 사진을 찍는다. 부부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함께 책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겨울이 되면, 할머니는 그 해 정원의 풍경을 퀼트로 남기며, 흰 눈이 피우는 꽃을 감상한다. 그리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복수초가 피면, 다시 바빠진다. 할머니는 자신을 기다리는 것들이 아주 많은 봄은 “설레면서도 간이 똑 떨어지는” 계절이라고 한다. 

<인생정원 – 일흔둘, 여백의 뜰>에서는 72세 전영애 씨의 여백서원이 소개된다. 서원 밖 넓은 뜰에는 그녀가 10년간 가꿔온 초목이, 서원 안에는 책이 가득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평생을 괴테 연구에 쏟은 그녀는,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은 유년 시절의 사랑의 기억”이라는 괴테의 말을 기억하며, 자신이 가꾼 정원을 마음이 허기진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곳으로 사용한다. 조각가에게 정원에서 첫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박수를 보낸다. 불두화, 붓꽃, 작약, 낙엽, 눈과 함께 그렇게 바쁜 사계절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겨울과 헤어졌음을 알리는 수선화가 피면, 어린아이의 미소로 꽃들과 “안녕”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녀는 이 순간을 ‘떨림’이라고 표현한다. “떨림이죠. 무언가를 보고 벅차오르고 떨리고, 이런 것이 없으면 나이 불문하고 인생을 다 산 겁니다.”

봄에 꽃이 피어나는 모습, 여름 정원이 비바람을 머금은 모습, 가을에 지는 낙엽과 겨울의 눈꽃까지, 1년 동안 촬영팀이 찍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매일매일 자신을 기다리는 꽃들과 아직도 깊어지는 꿈이 있어 설렌다. 이미 행복하게 살아와 더 이상의 욕심은 없으니 이제는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는 두 할머니의 모습은 오랜 세월 가꿔온 당신들의 정원을 닮았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과 인생의 지혜가 깃든 말씀은, 바르고 성실히 살아온 세월에서 오는 진정한 인생의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다쟁이 두 모녀의 일상 이야기 <길모어 걸스> - 박유진 기자
 

<길모어 걸스>는 주인공 로렐라이 길모어와 딸 로리로 이루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한 미국 드라마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일곱 개의 모든 시리즈를 시청할 수 있으며, 2016년 방영한 4부작 미니드라마 <한 해의 스케치>도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도가 빠르고 많은 편이지만, 악센트가 세지 않고 발음이 정확해 영어 학습용으로 좋다. 또한 미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농담이나 대화가 주로 나와, 그 시절의 문화를 잘 알 수 있다.

                                                                                                                          (주) 넷플릭스 제공
                                                                                                                          (주) 넷플릭스 제공


로렐라이는 16살 어린 나이에 임신하게 되고, 부모의 반대에 집을 나와 아이를 낳는다. 이후 스타즈 할로우라는 마을의 인디펜던스 모텔에 일자리를 얻어 아이와 함께 생활해나간다. 드라마는 그의 딸 로리가 16살일 때를 시작으로, 친구처럼 지내는 로리와 로렐라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을에서 오래 지낸 만큼, 마을 사람들과 로렐라이, 로리의 인간관계는 이야기의 주요 요소이다. 특히, 로렐라이와 식당 주인 루크, 로리의 친부인 크리스토퍼가 펼쳐나가는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인상적이다. 로리 또한 일곱 개의 시리즈 동안 로맨스가 끊기지 않으며, 어렸을 때부터 친한 레인 킴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그를 통해 한국적 요소가 보이기도 한다. 로맨스 외에도 로렐라이가 절친인 수키와 함께 모텔을 꾸려나가며 겪는 일상들도 담겼다.

방영 후 9년이 지난 2016년, <한 해의 스케치>가 방영됐다. 대부분의 원년 멤버들이 등장하며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고, 드라마 속 인물들이 1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오랜 기간 방영된 만큼 주인공들이 실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딸 로리뿐만 아니라 엄마 로렐라이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해나간다. 보통 드라마와는 달리 엄마 또한 실수를 하고, 그로부터 깨달음을 얻어가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이른 나이에 딸을 낳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두 모녀는 같은 음악, 같은 영화를 보며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사이를 보여준다. 로리가 점차 나이를 먹을수록, 두 모녀는 서로에게 실망하거나 싸우기도 하지만, 다시 화해하며 서로를 깊이 이해해간다. 두 주인공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로맨스와 성장하는 모습이 잘 담겨있는데, 시간이 꽤 지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네들 일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한 시즌에 20회가 넘는 회차가 있고, 일곱 개의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겨울방학 콘텐츠로 적절하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쓸쓸하다. 마스크를 쓰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3년을 지나왔고, 날씨가 추워질 무렵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목격한 우리는 오랜 애도의 시간을 건너왔다. 하지만 우리는 곧 마스크를 벗은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가까운 미래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추운 날씨에 건강히 잘 지내고 있냐는 따뜻한 한마디를 전하며 차가운 마음을 녹여줄 콘텐츠를 함께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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