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 덮일 나날을 위하여 잎새를 떨구자
내가 사는 이 별에는 나무가 자란다
이곳에서 사람은 나무와 같아서
하고픈 말은 잎새와 같았다
수 없이 숨을 들이쉬고
수많은 말을 뱉었다만
어느 하나 마음 같은 것 있으랴
다시 온 매정한 계절은
먼 길을 돌아왔으나
어느 하나 변한 것 없었다
이 별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가 나무를 사랑했기에
낙엽이 지고야 말았다
불타는 색을 가진 잎사귀 중에
무엇 하나 따스한 것이 없음은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땅에 떨어져 식어갔다
조금 더 바래는 색으로
또는 더 버려진 몰골로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떨구어낸 수많은 낙엽 중에
어느 하나, 같은 것 있으랴
서서 한참을 울고 나니
발아래엔 불그레한 흉터만 남았다
그곳에 눈 덮일 즈음이면
우리 이별을 떠나자.
생명과학과 18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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