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한 편의 작품만이 응모되었다. 유일한 응모작이지만 이창섭의 <운명을 넘어서>는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독특한 구조로 표현한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의 시대에 그 기술 발전의 양만큼이나 수많은 SF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단순히 소재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삶과 본질에 대해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여전히 드물고 어려운 일이다. <운명을 넘어서>는 SF의 두 가지 미덕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이 소설은 순간이동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그 실패를 소재로 하고 있다. 소재의 흥미만을 추구했다면 자칫 식상해졌을지도 모를 이 소설이 특별한 것은 그 실패를 교과서 속의 지식으로 담아내고, 또 그것을 학생의 목소리를 통해 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실패는 언젠가 교과서 속의 낡은 지식이 될 것이지만, 후대의 인류는 이를 읽고 토론하며 인간됨의 조건과 운명을 생각할 것이다. 순간이동과 시간의 초월이라는 소재를 뜻하는 제목인 ‘운명을 넘어서’는 개인의 삶이라는 시간 단위를 초과하는 지식의 가치를 담은 표현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실패, 그러나 그 이면에 남은 인간적이고 운명적인 진실의 가치를 보려는 당선자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당선작의 마지막을 채운 문장들은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단 한 사람만이 안다고 해서 그것을 거짓이라거나 없는 정보로 취급하는 것은 너무나도 이기적이다.” 문학이나 글쓰기의 쓸모없음이 자명한 진리처럼 여겨지는 이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의 가치 또한 그러하다. 소설 속 과학자들의 우연적 도전과 필연적 결과가 그러했듯, 당선자의 소설과 글쓰기가 독자에게 가치 있는 지식으로 발견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은 우리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학을 쓰고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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