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 비대위) 산하 해외연수 TF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개최되지 못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재개하며, 11월 13일까지 희망자의 지원을 받고 15명의 합격자를 11월 15일에 발표하겠다는 메일을 학부생 전원에게 보냈다. 그러나 공고된 발표일과 달리 14일에 합격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갔고, 이후 전체 지원자에게 합격 여부와 사유를 설명하는 메일이 송부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논란이 퍼져나갔다. 지원 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주체와 기준에 대한 문제, 프로그램의 목적성 등 다양한 쟁점에서 해외연수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으며, 이에 14일 오후 9시경 총학 비대위는 해외연수 사업과 관련한 의혹에 관해 설명하는 글을 에브리타임에 게시하였다. 그럼에도 해외연수 사업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이에 본지는 쟁점과 사실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정우진 총학 비대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1. 해외연수의 목적과 정당성에 대해

해외연수 사업의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시해주실 수 있는가.

 해외연수 사업의 1차 목적은 해외 유수 대학을 경험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캠퍼스 투어 등을 하며 우리 학교와 어떤 다른 점이 있고 무엇을 본받아야 하는지 직접 보고 듣는 것이 있다.

 

에브리타임을 포함한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램의 목적이 교류나 학습보다는 관광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일정 중 그러한 프로그램도 분명히 있지만, 현재 프로그램은 19년도 대만 해외연수에서의 교류와 관광의 비율을 그대로 가져와서 잡았다. 또한 목적이 관광이 아니냐는 오해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지원 메일을 보낼 때만 해도 도쿄대와의 연결이 확실하게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에 따라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관광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25명의 연수 참가자 중 40%, 그러니까 10명이 비대위 인원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관례적으로 10명의 비대위 인원을 해외 연수에 참여시켰다. 연수에 참여하는 해외연수 TF원들은 4개월간 학교로부터 예산을 받아오고, 여행사와 연락하는 등 연수를 기획한 인원이다. 또한 나머지 15명의 지원자 중에서 비대위 출신 인원은 한 명도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그렇다면 10명의 비대위 인원이 연수에 참여하는 목적은 관리, 인솔을 위해서인지.

 그렇다. 해외로 간다는 것 자체에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다 가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짰던 사람이 참여하는 편이 더 확실하게 인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해외연수의 참가자에 대한 선발이 총학 비대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우선 위원장으로서 잠시 관여한 적은 있지만 해외연수 TF원이 아니고, 일본도 가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비대위원장이 된 지 약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당시에도 TF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한 총학 비대위에서 책임자들의 사퇴가 잦았던 탓에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었고, 급하게 사업을 전개해나간 감이 있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린다.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첫 번째가 백신접종 여부와 여권 소유 여부였고, 두 번째가 언어 능력, 세 번째가 해외연수에 참여할 동기였다. 백신접종과 여권의 경우 여행사와 학교의 의견에 따라 최우선 선발 기준이 되었고, 나머지는 해외연수를 적절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었다. 

 가장 문제가 된 선발 기준이 해외연수 참여 동기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정량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 선발 과정이나 비대위 선발 과정에서도 정성 평가를 통해 자격을 심사하며, 선발된 분들의 경우 어떤 분들은 4천 자를 작성하셨을 정도로 지원 동기를 구체적으로, 많이 작성하신 분들이다. 글자 수가 기준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해외연수에 대해 열정적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학교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19, 20, 21학번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였다. 

 

메일에서는 여권 소유와 3차 접종이 권장사항으로 알려졌는데, 선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순서상의 혼선이 있었다. 지원 메일을 송신한 뒤 학교 및 여행사 측으로부터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3차 접종을 한 사람들을 선발하라는 통보를 받아 메일에 이를 반영할 수 없었다. 

 

해외연수 TF원이 해외연수를 따라간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들이 해외연수 참가자를 심사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다. TF원들이기도 하고, 대부분이 국제교류팀에서 오셔서 외국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비대위 내에서 해외연수 TF, 그중에서도 해외연수를 참가하는 인원으로 선정할 때는 해외연수 사업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선정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심사하는 주체와 여행에 동행하는 주체가 같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학교가 워낙 좁다 보니 참가자로 선발된 15명과 해외연수 참가 TF원 10명 사이에 친구가 있는 게 아니냐고 여쭤보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니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고려하기 위해 이름과 학번은 몇 년도 입학인지만 알 수 있는 자료로 넘겨 블라인드로 선발하였다.


3. 해외연수 기획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의문에 대해

사업에서 받을 수 있는 수혜에 비해 지원 기간이 3일로 지나치게 짧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이 부분은 크게 동의한다. 비대위 내부의 문제가 컸던 것 같다. 기간을 더 드리고 싶었지만, 여행사와 학교 측에서 명단을 빠르게 요구하여 급하게 지원 메일을 작성하였다. 그 전에 해외연수 준비를 마치지 못한 이유도 설명을 드리자면, 올해 비대위 내부가 잦은 사임과 인원 변동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인수인계에서의 문제도 발생했고, 절대적인 인원도 부족하여 발생한 문제이다. 다만 175명의 학우분이 지원을 해주셨다는 점, 전체 메일로 발송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정보의 불평등은 없었던 것 같다.

 

19년도부터 추첨이 무작위에서 심사로 바뀌었고, 그때도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만약 감안하고 그렇게 했다면 심사로 해야 할 이유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연수는 학교의 얼굴로서 가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위 선발로 다른 학교에 우리 학교의 대표로서 갈 사람을 뽑는 것은 오히려 학교 입장에서 부담인 동시에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4.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절차적인 발전을 기대하며

 이상으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의되던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마쳤다. 총학 비대위는 내부적 혼란과 학교, 여행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급하게 지원을 받고 선발을 진행하여 준비가 미흡했던 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했으며 정성평가는 해외연수가 학교의 이름을 걸고 타 대학과 교류하러 가는 자리라는 면에서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연수에 참여할 주체와 해외연수를 갈 사람을 뽑는 주체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인터뷰에서 언급하였듯 동아리나 기타 학생 단체 역시 면접과 지원서를 통해 지원자를 심사하여 선발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100만 원의 혜택이 있는 학교 행사라는 점에서 예시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어야 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블라인드 형식으로 지원 자격을 심사하였다고 해도 지원 동기를 서술하며 동아리 활동 등 본인 혹은 본인의 소속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총학 비대위원장은 “더 좋은 방식에 대한 제안을 내년 비대위 혹은 내년 총학에 인수인계하고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5. 절차적인 개선과 함께 총학생회와 학생 간 건전한 소통 역시 필요해

 비대위 인원 10명이 25명의 해외연수 참가인원 중 포함된 것, 지원서 심사 과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납득할 만한 배경 혹은 설명이 제시되지 않은 점 역시 해외연수 사업 및 기획 단계의 문제점과 별개로 논란의 점화에 책임이 있다. 

 다만 학생들 역시 총학생회에 대해 더 건전한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할 필요가 있다. 해외연수 기획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혹 혹은 사업 자체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총학 비대위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익명성을 기반으로 비꼬거나 추측에 기반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는 오히려 진실에 기반하여 냉철하게 비판할 수 없도록 쟁점을 흐리기에, 건강한 총학생회를 위한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 제공의 부족 및 성급한 비난으로 인하여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과 같은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총학생회와 학생 양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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