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 논의... 대전시의 적극적 역할 요청하는 목소리도

 지난 2일, 우리 학교 대강당(E15) 소회의실에서 제2차 백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앞서 지난 9월 2일 북측 기숙사 근처에 서식하는 백로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고자 환경단체, 학생, 학교, 유성구청 관계자가 모여 제1차 백로 간담회가 열린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508호, <백로 간담회 개최... 환경단체-학생-학교 간 의견 공유해>) 이번 간담회는 제1차 간담회에 이어 백로 문제의 해결 방법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자 개최되었다. 대전시 관계자 없이 환경단체, 학생, 학교, 유성구청 측 인원만 참석했던 제1차 간담회와 달리, 제2차 간담회에는 대전시 관계자와 생태 전문가 역시 배석했다. 이날 대전시와 유성구에서는 대전시청 기후환경정책과 이종성 자연환경팀장과 류다인 주무관, 그리고 유성구청 푸른환경과 이서영 주무관이 자리하였다. 이어 우리 학교 관계자로 문영주 시설팀장, 이호석 시설팀원, 강용섭 학생생활팀장이, 환경단체에서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과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활동가가 참석하였다. 학생 대표로는 이원우 학우(전기및전자공학부 21)가, 생태 전문가로 조삼래 천연기념물 조류인공복원 연구소장이 자리했다. 

 

 총 열 명이 자리한 간담회는 서로 마주 보는 가운데 우호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먼저 우리 학교 문 시설팀장이 “KAIST 내부에서 일단 가지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문 시설팀장은 우리 학교가 수목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기숙사에서 백로로 인한 문제가 계속될 경우, 가지치기를 할 것이다.”고 덧붙여 가지치기를 진행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에 가지치기 외에도 백로를 쫓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었다. 조 소장은 대전시 선화초등학교에서 사용되었던 녹색 그물을 이용해 나무를 감싸는 방법, 깡통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였다. 다만 녹색 그물을 사용해 나무를 감싸는 방안의 경우, 우리 학교에는 배설물 피해를 본 나무들이 너무 많아서 적용하기 힘들다는 문 시설팀장의 의견이 있었다.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 사무처장은 “단순히 KAIST의 민원 해결 차원이 아니라, 백로라는 야생 조류를 어떻게 관리할지의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며, “정책으로 변화를 만들거나 내용을 만드는 걸 고민해야 하는 게 시의 입장이어야 한다. 대전시가 자문하고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시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이에 유성구청 이 주무관은 “산림녹지과에 백로 문제에 배정할 수 있는 가지치기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고 밝히며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이 “해당 예산이 KAIST 내 나무가 아닌 가로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문 시설팀장은 “구청에서 매년 한두 번씩 간벌을 진행하고 있으며, 간벌은 산 안쪽까지 들어와서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조 소장 역시 이 사무처장의 질문과 동일한 맥락으로 “남선공원에서 백로가 문제가 되어 강전정 및 일부 벌목이 진행된 이후 ‘도심 내 백로류 관리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가 있다. 당시 월평공원 변에 조형물을 설치해 백로를 유도하는 방안을 실행했던 경험이 있고, 대전시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이번 사례도 지금처럼 KAIST가 방안을 강구하는 형식이 아니라, 대전시가 역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대전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팀장이 “결국 백로를 유도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조 소장은 “그렇다. 그러나 다양한 방식들을 시도해봄으로써 추후 적용해볼 수 있는 여러 방안의 유효성을 실험해볼 수 있다.”며 다양한 방안의 적용에 대전시가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였다. 실제로 대전시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백로류 잠재 서식지 유인사업을 추진하여 백로의 장기적인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안을 추진한 바 있다.

 

 백로가 한곳에 정착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에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조 소장은 “수종에 따라서 다르지만, 백로의 배설물이 뒤덮인 나무는 5년도 못 가서 그대로 죽어버린다. 따라서 백로를 한 곳에 정착하게 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인조로 만든 나무 둥지(영수목)가 있으면 백로가 둥지를 튼다. 영수목으로 만든 조형물은 배설물로 인해 썩지 않는다.”며 영수목을 이용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관해 이 주무관이 실제 정착 사례가 있는지 묻자 조 소장은 “10년 이상 실증되지는 않았으나 청주시 송절동 등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사례가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 사무처장은 울산 태화강에 서식하는 백로의 경우 태화강 생태습지를 조성하면서 정착한 사례가 있다고 부연 설명하였다. 이어 조 소장은 “설치 시기가 중요하다. 겨울에 설치해야 한다. 백로가 서식할 때 설치하게 되면 백로가 도망갈 수 있으니 미리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도 뜻이 모였다. 이 사무처장은 “학생들이 직접 백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과제를 부여해서 직접 참여하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시행하자.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하면 부담이 덜할 것이다.”고 학생들의 역할이 필요함을 언급하였다. 이 학우도 이에 공감하며 해당 사안을 학생들에게 알리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어 이 학우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백로와 접촉해 백로에 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 법적 문제가 없는지 질의하였다. 이에 조 소장과 이 팀장은 최대한 백로의 피해가 없어야겠지만, 포획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답변하였다.

 

 백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시행된 후의 일차적인 결과물들을 공유하고, 추후 개최될 간담회를 통해 모두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고 의기투합하며 이날 간담회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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