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강지형 교수 연구팀) : Universal Assembly of Liquid Metal Particles in Polymers Enables Elastic Printed Circuit Board - 「Science」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과 강지형 교수 연구팀이 지난 14일 세계 최고 수준의 신축성과 전도성을 가진 고분자 속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현준, 이원범 박사과정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개발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구조 공학 없이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신축성 인쇄 전자회로 기판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기도 했다.

 

신축성 인쇄 회로 기판이 가진 한계

 최근 체내 삽입형 전자소자와 웨어러블 기기 등이 주목받으며 신축성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기기들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신축성을 갖는 인쇄 회로 기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신축성이 있는 고분자 기판 위에 구리와 같은 금속을 인쇄 회로의 배선으로 패터닝하면 신축성이 제한적이고, 회로에 집적되는 전자 부품의 밀도가 감소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전도성 고분자, 금속 나노물질-고분자 복합체 등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신축되면서 급격한 저항 변화를 보여 회로 기판에 응용되기는 어려웠다.

 한계를 뛰어넘을 재료로 새롭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액체 금속이었다. 액체 금속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으로, 높은 전기전도성과 변형성으로 인해 신축성 전자 회로에 적합하다. 그러나 액체 금속은 외부 충격에 불안정하기 때문에 실제 인쇄 회로 기판의 배선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액체 금속을 마이크로 크기의 입자로 분쇄한 뒤, 고분자와 섞어 기계적 성질을 부여하려고 노력했으나, 이렇게 만들어진 복합체는 액체 금속 입자 사이의 반발력으로 인해 전기가 통하지 않았다.

 

액체 금속 입자 전도성 네트워크 형성

 연구팀의 목표는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전기가 통하는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고분자-액체 금속 복합체의 경우, 액체 금속 입자들이 반발력으로 인해 서로 멀어져 전기가 통하지 않았다. 여기에 전기적인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입자들 사이의 공간을 메꿔주어야 했다. 연구팀은 복합체에 초음파를 가하여 형성된 작은 액체 금속 입자들로 큰 입자들 사이의 공간을 메꾸었다. 이때 작은 입자들이 전기적인 통로 역할을 함으로써 전기가 통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방식의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는 회로 기판의 형태와 길이가 변화해도 전도성이 유지된다. 예를 들어, 액체 금속 입자를 고무공이라고 가정하면, 초음파는 큰 고무공(큰 액체 금속 입자) 사이에 작은 고무공(작은 액체 금속 입자)을 배열하는 역할을 한다. 큰 고무공은 잡아당겼을 때 모양이 쉽게 변하지만, 작은 고무공은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배열된 고무공을 잡아당기면, 소재의 길이가 늘어나도 고무공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전기적인 통로가 유지된다. 이렇게 개발된 네트워크는 10배까지 늘려도 기존에 인쇄 회로 기판에 사용되던 구리와 비슷한 수준의 낮은 전기 저항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도 높은 저항성을 보인다.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의 또 다른 장점은 우수한 접착력이다. 고분자-액체 금속 복합체로 회로 기판과 배선 사이의 접합력을 높였고, 제품과 회로 기판 사이에 사용하는 접합제가 고분자와 접착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이용해 제품과 회로 기판 사이의 접합력도 높일 수 있었다.
 
 

연구의 응용 가능성

 연구팀은 신축성 고분자 기판 위에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를 패터닝 한 뒤 전자 부품과 연결하여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례로 연구팀은 신축성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신축하여도 LED의 밝기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었으며, 광 혈류 측정 센서를 이용해 센서의 형태가 바뀌어도 신호의 세기와 패턴이 변하지 않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 성과는 헬스케어 분야, 특히 웨어러블 및 생체 삽입형 전자장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 기반 신축성 디바이스의 예시 (강지형 교수 제공)
액체 금속 입자 네트워크 기반 신축성 디바이스의 예시 (강지형 교수 제공)

 이번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원범 박사과정은 “연구 과정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학부 때부터 막연하게 펼 수 있는 전자회로(stretchable electronics)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신소재공학과에서 좋은 교수님을 만나 즐겁게 연구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강 교수는 “고생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신소재공학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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