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자리>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열린수장고 개관전으로, 미술관의 소장품 1,357점 중 73점을 공개하는 전시이다. 열린수장고는 대전시립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 사이에 있으며, 주변 환경을 보호하고자 지하에 건립되었다. 

 개관전 제목인 <예술의 자리>는 ‘열린수장고’를 지칭함과 동시에 소장품이 열린수장고로 이전하며 각각의 크기와 형태, 재료와 소재에 따른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개관전의 개방 공간에는 상설전시 공간인 열린수장고 1실, 2실과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을 위한 전용 전시 공간이 있다. 비개방 공간은 수장고 3실, 4실, 5실과 소장품의 보존을 위한 보존 과학실, 훈증소독실, 재료 보관실로 구성되어 있다. 수장고 1실에 73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주기적으로 작품이 교체되어 다양한 소장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2실에는 <프랙탈 거북선>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백남준의 작품 활동을 촬영한 임영균의 작품 <백남준의 기억> 시리즈가 상영되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열린수장고

 수장고(收藏庫)는 귀중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를 말한다. 보존을 위해 일반적으로 16~24℃를 유지하며, 습도는 50~60%를 유지한다. 이렇게 닫혀 있던 수장고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볼 수 있도록 수장고를 개방하기도 하는데, 이를 개방형 수장고라 하고, 외부에서 창을 통해 안을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와 수장고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열린수장고’가 있다. <예술의 자리> 개관전은 열린수장고로, 관람객이 소장품이 보관된 수장고에 직접 들어와 체험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전시실과 달리, 일반식 및 고정식 수장대 안에 작품이 진열되어 있어 수장고 본연의 기능도 알 수 있다.

열린수장고 1실에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유진 기자)
열린수장고 1실에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유진 기자)

백남준의 일대기

 백남준(1932~2006)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트 예술가, 작곡가, 전위 예술가다. 생전 여러 매체를 이용한 예술 활동을 하였고, 그 중에서도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의 범주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영상기기를 사용하는 예술로, 미디어 아트의 한 종류다. 텔레비전 같은 기기를 여러 대 사용해서 만든 작품을 비롯해, 컴퓨터를 이용한 비디오 게임 형식의 작품도 모두 비디오 아트다. 

 백남준은 50년대에 독일에서 행위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1974년부터는 비디오 아트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미국에서 큰 인지도를 얻게 된다. 한국에서는 1984년에 방영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1988년에는 88올림픽을 기념해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텔레비전 1003대를 쌓아 제작한 비디오 타워로,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아트 작품 중 하나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 4일, 하루 두 시간 동안 가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88올림픽 이후에도 1995년 8.15 광복 50주년 기념, 2000년 새해에 밀레니엄 기념,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등을 위해 작품을 내놓았다. 그의 비디오 아트는 보여지는 비디오 영상물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품의 구조와 형태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 예로는 백남준이 기획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통한 생중계 쇼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있다. 영상 자체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이용해 처음으로 생중계를 했다는 의미가 크다.

 

프랙탈 거북선은 무엇인가

 <프랙탈 거북선>은 1993년 대전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백남준이 대전시에 헌정한 작품으로, 총 309대 모니터로 이루어진 초대형 규모의 비디오아트이다. 텔레비전, 라디오를 비롯해 토스트기, 축음기 등의 다양한 생활용품을 이용해 거북선의 외형을 만들었다. 

 작품의 옛 이름은 <비정수의 거북선>으로, 비정수는 ‘프랙탈(Fractal)’을 의미한다. 프랙탈은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모양을 가진 기하학적 형태를 말하며, 예시로는 나무의 가지를 들 수 있다. 큰 가지가 나뉘면서 여러 가지가 생기고, 또다시 여러 작은 가지들이 갈라지며 프랙탈 형태를 보인다. <프랙탈 거북선>의 모니터 속에는 거북선의 형상을 재생시킴으로써 프랙탈 구조가 완성되어 과학과 예술이 만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백남준 탄생 90년과 대전 엑스포 개최 30주년을 맞아 1993년 대전엑스포에 전시되었던 원형 그대로 열린수장고에 설치했다. 2003년 이후 대전시립미술관 로비에서 자리를 지켰던 작품으로, 전자부품의 노후화로 가동을 중단했다가 2019년 보존처리를 완료했다. 작품의 보존을 위해 기존과 같이 14시부터 16시까지 하루 두 시간 운영된다. 

 백남준은 “공룡시대부터 이미 현상태로 생존해 있는 ‘거북’과 쾌속히 인류 문명을 만들고 동시에 지구 자체를 파괴시키는 인류를 대비하며 인간 문화의 감속화, 장수화를 노리는 ‘재순환 정신의 상징’으로서 주목한다”며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는 ‘재순환’의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자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뉴미디어였던 최신 텔레비전을 낡은 앤틱 가구 속에 배치하고, 화려한 네온과 골동품이 하나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기술문명의 명과 암을 아우른다고 전했다. 또한, 과거의 첨단 기술인 거북선의 역사적 의미와, 동물 거북이 내포하는 다양한 상징을 복합적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프랙탈 거북선」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박유진 기자)
「프랙탈 거북선」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박유진 기자)

 열린수장고에는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 외에도 윤영자의 ‘애(愛)’, 한애규의 ‘생산’, 김윤철의 ‘크로마’ 등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기간 | 2022.10.04.~2023.03.31.
요금 | 무료
시간 | 하절기(3~10월) 10시~19시, 동절기(11~2월) 10시~18시
프랙탈 거북선 가동시간: 14시~16시
휴관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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