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에서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하루 속에 있었나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쳤을 인연, 하지만 학교라는 장소로 이어져 있는 ‘우리’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이승민 학우 제공
이승민 학우 제공

올해 카이스트문학상 시 부문에서 당선한 이승민 학우(생명과학과 18)를 만났다. 그는 지난 2020년에도 <복수초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같은 부문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통해 그에게 글쓰기가 갖는 의미와 즐거움에 대해 알아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생명과학과 18학번 이승민이고, 취미로 글 쓰고 있는 사람이에요.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하자면, 그냥 즐거워서 씁니다. 좀 길게 말하자면 2가지 이유가 있어요. 원래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에요. 긍정적인 생각이든 부정적인 생각이든 정말 많은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채우고 있어요. 머릿속이 포화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각들을 게워내고 정리하기 위해서 시작한 게 글쓰기에요. 제 생각이 글이라는 형식으로 표현이 된 것이죠. 
 또, 대학교 들어와서 문학의 뜨락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이 동아리에 들어가서 서로 글을 나누고 피드백을 받는 활동들을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글쓰기에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이게 글을 쓰게 된 두 번째 이유에요. 

 

말씀하신, 동아리 활동으로 알게 된 글쓰기의 ‘다른 차원의 즐거움’에 대해 더 설명해 주세요.

 중국 송나라의 구양수라는 시인이 문학을 다루는 태도로 꼽은 ‘삼다(三多)’에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있어요. 그중 다상량은 많이 헤아려서 생각한다는 뜻인데요. 동아리에서 했던 글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는 활동도 다상량에 해당해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죠. 글을 다듬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개인적인 창작 활동 측면에서 즐거움을 느낀 것 같아요. 또, 사람마다 독특한 문체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자신이 배운 것과 자신의 사고방식 그리고 그런 자신의 온전한 감정이 보통 글에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글마다 느껴지는 각기 다른 고유한 느낌이 있어요. 글을 통해 사람을 보고, 글로써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아간다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특히 ‘시’라는 매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함축성과 중의성이 강한 것이 산문에 비해서 시가 가지는 명확한 특징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고기를 손질할 때 지방을 잘라낸다고 하잖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담백한 맛을 내는 게 시라고 생각해요. 시의 장점은 독자가 생각할 공간들을 남겨 준다는 것 같아요. 반면 산문은 산문만의 기름진 풍미가 있는 거죠. 

카이스트문학상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말씀드렸던 다상량, 즉 피드백을 많이 받는 것을 글쓰기 연습의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 2020년에도, 만약 제 글이 당선작이 된다면 많은 분들 앞에서 발표되고, 글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겠다 싶어서 처음 출품하게 되었어요. 올해는 그냥 글로써 동아리에 들어왔고 글로써 나가게 되니까 잘 마무리하자는 느낌으로 문학상 출품을 했어요. 

 

2020년 당선작인 <복수초의 꿈>과 올해 당선작인 <가을의 별>에서 전달하고자 하셨던 의미가 궁금해요.

 <복수초의 꿈>에서는 행복한 상황 속에서도 느껴지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감과 그럼에도 잃지 않는 희망에 대한 주제를 전달해 보려고 했었어요. 이번 <가을의 별>은 이별의 상처와 회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입니다. 
 

좋아하는 시인이나 작가가 있나요?

 아는 시인이 많은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중에서 저는 기형도 시인을 가장 좋아해요. 교과서에도 실린 <엄마 걱정>이라는 시를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이라는 구절을 보시면, 바로 기억나실 거예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도 유명하고요. 평론가들이 ‘공격적인 허무감’이라고 표현하는 기형도 시인만의 특징이 있어요.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으면, 시인의 송곳 같은 날카로운 문체에 쏘이면서도 정작 그 끝에 닿아보면 굉장히 무디고 허무한 감정을 느껴요. 그런 면에서 그의 문체를 좋아해요.

 

어떤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시를 보는 기준이나, 자신의 시에 대한 지향점이 있으실 것 같아요.

 확실히 ‘좋다’라는 개념은 모호한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 본인이 자신이 투영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시를 쓰고 나서,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 ‘내가 이 표현을 쓴 이유’를 모르면 곤란하잖아요. 시를 쓸 때는, 자신이 투영하고자 하는 말을 독자 친화적으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끔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해요. 

 

이 학우에게 KAIST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 학교는 굉장히 상징적인 학교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과기원 학생만의 공통적이고 상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공학이나 자연과학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큰 것 같아요. KAIST를 다니면서 이런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좋은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교류하면서 고등학교 때와 비교하자면 그냥 더 행복해지고 즐거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직업적인 글쓰기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글은 꾸준히 쓰겠지만, 아직 직업적인 글쓰기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려면 제 수준을 더 높여야 할 것 같아요. 일단 군 복무 후, 이공계 대학원에 갈 예정이고요. 글은 연구와는 연관성이 없는 완전 문학적인 글을 쓸 것 같아요. 연구와 글쓰기는 별개라고 생각해요. 연구와 글쓰기의 유사한 점을 그래도 꼽자면, 백남준 선생님이 “미래를 사유하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연구와 글쓰기 둘 다 그 정의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학우분들께 전달하고 싶으신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학우분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제 주변 지인들에게 한다고 생각하고 말을 할게요. 문학상을 이유로 인터뷰도 해보고 졸업할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기분 좋고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문학의 뜨락 선후배분들께 모두 감사하고, 특히 구인용 선배나 안영균 선배 그리고 동기 민석이에게 정말 고마워요. 제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 전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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