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시간이 날 때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에도 좋고, 실시간으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어 가끔 유익하기도 하다. 요즘은 카타르 월드컵 소식을 보느라 쉴 틈이 없는 편이다. 이처럼 인터넷 뉴스를 보는 것은 필자의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루틴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뉴스를 볼 때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필자가 뉴스를 보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네이버 메인에서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볼만 한 기사를 고른다. 제목이 예사롭지 않을수록 클릭 확률은 높아진다. 그렇게 먼저 고른 기사를 대충 읽어 본 다음, 스마트폰 스크롤을 아래로 쭉 내린 뒤 공감순으로 댓글을 정렬해 읽어본다. 가끔은 기사보다 댓글을 더 열심히 읽을 때도 있다. 댓글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사 하나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만족할 만큼 댓글을 읽었다 싶으면 함께 볼만한 뉴스나 랭킹 뉴스의 목록을 보면서 다음 기사를 정한다. 이때, 다음 기사를 클릭하고 나서 댓글 수가 너무 적으면 가끔 뒤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필자는 기사를 보고 댓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댓글을 읽기 위해 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는 댓글을 읽기 전의 애피타이저일 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읽고 싶은 기사를 고르는 기준도 점점 기사의 제목과 내용에서 멀어졌고,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는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자각한 뒤는 이미 뉴스를 보는 습관이 어그러진 뒤였다.

 댓글 위주로 기사를 보는 습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사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의 주도권이 댓글로 넘어간다는 점에 있다. 일종의 영화 리뷰와 비슷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내가 아무리 재미없게 본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의 리뷰가 호평 일색일 경우 내가 이상한가? 라는 의문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 문제는 기사의 분야를 가리지 않지만, 정치 기사의 경우 더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이 서기 전에 다수의 의견을 먼저 접할 경우 가치 판단 과정이 생략되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시대에서는 더더욱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

 댓글을 보고 기사의 결론을 내리는 경험이 반복될 경우, 내가 내리는 판단은 틀리고, 다수의 판단만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평론할 자유를 스스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댓글이 없는 기사를 골라, 첫 댓글의 내용을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 판도에 있어서 첫 번째 댓글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기사에서 A라는 주제를 논하더라도, 첫 번째 댓글이 B에 대한 이야기의 포문을 열 경우, 댓글 전체가 첫 댓글의 의도를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처럼 첫 번째 댓글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이어서, 사람들의 논의의 향방을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업이나 강의에서 첫 번째 질문이 나온 뒤, 이와 유사한 질문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필자는 제3자의 개입 없이, 기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볼 수 있도록 첫 번째 댓글을 달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뉴스 서핑 습관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첫 댓글을 다는 것은 하얀 종이에 그림의 첫 획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림의 첫 획은 위치를 잡아줄 다른 획의 도움도, 색의 조화를 결정해 줄 면의 도움도 없지만, 그 자유도만큼은 무한에 가깝다. 앞으로는 이미 다 그려진 그림에 획을 얹는 것이 아닌, 첫 획을 그릴 수 있는 습관을 들여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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