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편집장 생활이 이번 호로 마무리되었다.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시작한 일이지만,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만큼 힘들었던 반면에, 예상치 못했던 선물들이 더 많았기에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적었던 까리용들을 돌아봤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인, 양귀자 작가의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나아가는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가 소개되어 있다. 예상했던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삶에 새롭게 들어온 기쁨들은 나를 더 나다운 행복으로 이끌었다.

 처음 편집장 일을 시작했을 때, 내 까리용은 ‘2022년 우리가 만들어 낼 신문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라는 당찬 포부로 끝났다. 잔뜩 들떠서 하고 싶은 기획 기사들을 줄줄이 읊던 지난 겨울 방학의 나에게, 당시 주간 교수님은 내가 편집장으로 있는 동안의 신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드러내고 싶은 가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다. 돌아보니, 나는 신문의 존재 이유를 기록자로서의 책무에서 찾았던 것 같다. 우리의 신문이 학교의 모습을 생생하게 남길 도구로 쓰이기를 원했다. 나는 우리 학교 특유의 분위기를 깊이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괴짜. 나만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는 모든 카이스트 구성원 각각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모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는 응원이,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되기를 바랬다. 신문으로서 해야 하는 다른 많은 역할도 있었고, 그것을 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2022년의 신문에서 내가 특별히 바랐던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따뜻한 소통이었던 것 같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이끄는 것도, 16면의 신문을 책임지는 것도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부족했던 점들이 눈에 밟힌다. 별 탈 없이 완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겠지만, 항상 갈피가 잡힐 때 끝이 보인다는 게 얄밉다. 목표는 높지만, 경험은 얕은 사람은 최악의 리더다. 그럼에도 2022년의 우리 신문은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서툰데 깐깐한 편집장이랑 함께해 준 모든 신문사 기자분들 덕분이다. 우리 기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편집장 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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