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을 맞아 스웨덴은 집단면역이라고 불리는 느슨한 방역정책을 택했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제한, 국경 폐쇄, 도시 봉쇄 등 고강도의 방역 정책을 택한 것과는 반대로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적 방역이라는 독자 노선을 취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실험으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스웨덴의 방역지표는 점차 개선되어 2022 시점에서 볼 때 코로나19 누적 사망률, 초과 사망자 수 등은 유럽 평균보다도 낮다. 여전히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각국 대응의 공과를 평가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스웨덴의 실험은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사회복지 분야의 권위자인 마르타 세베헬뤼 스톡홀름 대학 명예교수는 스웨덴 모델의 철학을 “우리가 삶을 살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설명했다.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갖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의 의미와 가치에 스웨덴 사회가 동의한 것이다.    

 스웨덴 모델은 특히 돌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스웨덴은 팬데믹 기간 동안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문을 닫지 않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는 비대면 수업을 적극 도입했지만, 16세 이하의 어린 학생과 어린이는 팬데믹 기간 내내 학교와 유치원에 갈 수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학교 문이 닫혔다 열리길 반복하며 혼란을 겪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전체적인 학력 저하 뿐 아니라, 학생들의 사회성 및 신체적, 정서적 발달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한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온라인 학습 환경 및 전자 기기, 보호자의 관심도, 사교육 수강 등의 측면에서 교육 격차가 현저하게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학교란 단순히 배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보육과 돌봄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원격 수업은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유치원과 학교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면 부모도 일터에 갈 수 없게 되고, 많은 경우 돌봄의 부담은 여성의 몫으로 남는다. 

 우리는 사망률을 비롯한 각종 수치적인 측면에서 최우수 코로나 방역국으로 평가받지만, 어린이와 노인, 취약 계층의 돌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2021년 발표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의 85%가 일과 생활의 불균형을 경험했고, 이들 중 21.6%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선거철마다 출산 장려금, 아동 수당, 육아 휴직 확대 등 각종 경제적 지원과 일회성 혜택이 공약으로 발표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애국’을 내세운 출산이 장려되며 비혼 여성이나 자녀가 없는 기혼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봄을 개개인의, 여성만의, 가족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한,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돌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점, 팬데믹의 위기가 알려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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