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바오 - 「주변의 상실」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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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종종 중국이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룩한 현대에 처음 있는 일이라 예단하고는 한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과는 달리 중국은 역사적으로 항상 경제, 문화 등에 있어 강대국의 지위를 점해왔다. 산업혁명의 직후라 할 수 있는 1820년에조차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가 세계의 3분의 1에 달했으니 앞선 지레짐작은 그야말로 모순인 것이다. 다만 신해혁명과 국공내전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구성하는 피상적인 외형을 되찾는 동안, 정작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사고는 달라져 버렸다.  

 저자 샹바오는 천안문 사태 직후인 1990년 베이징 대학에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하며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그는 옥스퍼드 대학의 박사과정 중 작성한 인도 출신 IT 인력들의 국제적 유동과 인도 사회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리즈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인류학계의 권위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그의 삶의 면면에서 중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내가 일본인인 점 또한 그런 타자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사회과학의 출발점이 집단이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회 분석의 시점이 개인이라는 점에서, 자신에 대한 상실이 사회에 대한 맹신을 부추길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현대 중국이 국가주의적 색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또한 자아를 잃어버린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대체제로서 국가가 등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이란 보다 넓은 의미로서 개인과 그를 비롯한 주변을 말한다. 즉, 한 인간을 둘러싼 근거리의 것들을 내성하지 못하는 사회적 기류 속에서 국력의 강화가 곧 자아의 확립이라 믿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상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저자는 최근 중국의 젊은 층이 보이는 국수주의적 태도를 지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산주의 체제에 격렬히 저항했던 과거 베이징 대학의 지식인조차 자신들이 국가의 주역이어야 한다고 믿는 자기 확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꼬집는다. 대중들에게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구체화하여 설득하는 과정은 방관한 채, 거시적 변화만을 주창하는 안일한 태도는 비판하는 대상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의 부상이 신냉전이라는 국제 체제로 수렴하는 현시점에서, 샹바오의 매서운 비판은 비단 중국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가운데 사회 구성원들은 자아를 잃어버리기 쉽고,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들의 이권을 위해 등장한 국가라는 사회계약이 역설적으로 개인을 잠식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피상이 아닌 심연의 것을 좇아야 한다고 저자는 넌지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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