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전서 우리 학교 포함 53개 기관 감사 진행... 성 비위, KIP 소송, 졸업생 진로 등 여러 현안 논해져

지난달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국회방송 제공)
지난달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현장.(국회방송 제공)

 지난달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관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지난달 4일 시작된 과방위 국정감사는 18일을 포함하여 24일까지 총 21일간 국내의 과학, 방송 등을 담당하는 83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학교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이날 18일에 열린 국정감사에 수감기관으로 참석하였다. 그러나 21일의 일정 중 이날 하루에만 무려 53개의 기관에 대한 감사 일정이 계획되어,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느냐 비판이 일었다. 감사 대상 출석 기관장이 많아 여야 간사 위원의 협의 아래 36개 기관장만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다른 날짜(4일 11개 기관 등)에 비해 많은 숫자였다.

 

 이날 오전 10시, 정청래 과방위 위원장 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마포 을)의 선언과 함께 국정감사가 개회되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불과 3일 전인 15일에 일어났던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 화재가 주된 관심사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발표한 SK C&C 데이터 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 서비스 장애, 일명 카카오톡 먹통 사태 및 복구에 대한 긴급 현황 보고를 국정감사 일정 중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이러한 열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보고에 나선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 당국 등 관계 기관이 함께 구성한 재난 대책본부를 지휘하여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의 주요 기능이 정상화되도록 총력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18일)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 전원 공급이 95% 수준까지 복구되었다.”고 진척 상황을 보고하며, 지난 16일에 이어 재차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후 53개 기관을 향한 질의가 시작되었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카카오의 서비스에 관한 질책과 함께 과기부에 강도 높은 예방 대책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청원)은 “카카오와 같은 부가 통신산업자가 무료 서비스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만큼, 무료 서비스 가입자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과기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비례) 역시 “이번 사태는 독과점 피해를 드러낸 것으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원격의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러나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이날 핵심인 53개 연구기관에 관한 질의 시간은 더욱 짧아졌다. 이 과정에서 각 연구기관의 업무 현황 보고마저 생략하고 수감기관을 대표하여 진행된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이상률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원장의 인사말을 재촉하는 의원들이 보이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감사에서는 여러 비위에 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동대문 을)은 “2019년 UNIST, KAIST와 함께 청렴도 5등급으로 평가받은 GIST는 2020년에도 5등급으로 평가받고, 2021년에도 세 기관 중 유일하게 다시 5등급으로 평가받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교와 GIST, UNIST의 청렴도는 매번 국정감사에서 주기적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릉)은 우주정책센터 및 센터장 공모 과정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경제, 사회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과기연)이 항우연과의 경쟁에서 우주정책센터를 유치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전문성이 있는가”라는 의심을 밝히며 유치 과정에서 문미옥 전 과기정통부 차관 겸 현 과기연 원장의 입김이 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러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통해 올해 하반기 발사 예정인 인공위성 '도요샛'이 취소된 일도 언급됐다. 한국 천문연구원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도요샛'에 관한 전략물자 판정 신청을 과기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요구했다. 즉, 우-러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관한 제재에 속하는 전략물자인지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영등포 갑)은 “우-러 전쟁에도 미-러 간 우주 협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과기부와 상의 없이 진행된 전략물자 판정으로, '도요샛'이 전략물자로 판단되며 혈세인 계약금 78만 달러가 날아가고 우주산업 분야에 큰 지장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연구 예산 효율성 및 연구비 사용에 관한 지적도 등장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은 "과학기술계 3대 지표인 특허, 논문, 기술 이전 분야의 예산은 2017년에 비해 2021년 1조 이상 늘었지만, 연구 성과는 크게 하락했다.”는 상황을 언급하며 “연구기관의 자율성 확대가 필요한데, 주 52시간제 도입, 연구비 및 인건비 경직 등의 문제로 연구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독일 프라운호퍼는 인건비에 예산의 60% 이상을 투자하기도 한다.”고 밝히며 연구기관의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같은 당의 하영제 의원(사천/남해/하동)은 항우연의 연구비 사용 내역을 지적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항우연이 지난 10년간 민간 기업으로부터 징수한 기술료 중 연구 개발에 재투자한 액수는 16억 원(23%)에 불과한 반면, 연구원 성과급으로 지급된 액수는 36억 원(52%)에 육박했다. 하 의원은 “연구원 성과급 보상은 이해가 되지만, 우주산업 민간기업이 공공사업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있는데, 수익이 발생하기는커녕 이렇게 과다한 기술료를 받는 것은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구로 갑)은 R&D 사업 논문 성과 현황 중 외국인, 외국 기관 소속 논문 및 중복을 제외한 126,505편의 논문 중 약탈적 학술지 의심 목록에 포함된 논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648건에서 2021년 6,631건으로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논문 처리 비용도 단순 계산 시 448억 원이 넘어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광형 총장이 장경태 의원의 KIP 소송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방송 제공)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광형 총장이 장경태 의원의 KIP 소송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방송 제공)

 우리 학교 역시 비위에 관한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장경태 의원은 우리 학교와 KIP 사이의 소송 문제를 지적했다. KIP는 우리 학교가 R&D 성과 수익을 위해 설립한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이다. 우리 학교는 KAIST에 지급되어야 할 기술료가 KIP 미국 계좌에 입금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올해 3월 KIP를 고소한 바가 있다. 장 의원은 이에 “KAIST와 KIP 간에는 2012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업무 협약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규칙에 따라 최종 해결한다고 협의했다.”며 “KAIST가 미국 일리노이주의 주 법원에 제소한 뒤 기각당한 것은 15만 달러 혈세 낭비, 자회사 압박 갑질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성 비위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영주 의원은 “4대 과학기술원 중 최근 5년간 발생한 성 비위로 인한 징계가 29건”이라고 밝히며 “14건으로 성 비위 징계가 가장 많은 KAIST 이 총장에게 질의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2018년 2월 14일 유사 강간 등으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이 징계 전인 같은 해 2월 졸업 요건을 충족했다며 학생을 졸업시킨 사례를 들며, “그 학생이 다시 KAIST 석사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를 불법 촬영해 올해 6월 제적당했다. 재학 중 징계 처분 논의가 되던 학생이 징계와 무관하게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 무사 입학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이 총장에게 물었다. 더불어 “교직원의 성 비위 문제에도 5년 동안 파면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연구 성과 1%를 대표해야 할 KAIST가, 여성가족부가 17,847개의 공공기관을 조사해 선정한 23개의 4대 폭력 예방 부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의 졸업생 진로를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영제 의원은 “4대 과학기술원에 5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지원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수업료 일부 지원, 기숙사비 면제, 학자금 지원 등 학생 경비 지원으로 사용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국가 예산을 들여 양성한 고급 과학기술 인력 중 국가기관,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졸업생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우리 학교의 2022년 학사, 석사, 박사 졸업생 중 846명이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에 취업한 반면, 대학으로는 169명, 정부로 109명, 공공기관 91명만 취업한 상황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비율이 낮은 것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아니다.”며 정부출연연구소의 낮은 평균 연봉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다양한 지적이 이루어진 국정감사 자리였으나, 짧은 질문 시간 속 정작 제대로 된 답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를 반영한 듯, 20명의 과방위 의원 중 14명의 의원이 추가로 서면질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국정감사 중 졸속 감사 논란을 의식한 듯, “6시간 일정으로 53개 기관을 배정한 벼락치기 국감, 졸속 국감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국정감사 끝난 이후, 연구기관별 국정감사에 준하는 업무 현황 보고를 듣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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