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해설 강연을 진행 중이다.(©정광혁 기자)
지난 25일,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해설 강연을 진행 중이다.(©정광혁 기자)

 지난달 25일과 27일 양일에 걸쳐 우리 학교에서 올해 노벨상 수상 업적을 해설하는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25일에는 자연과학대학 주관으로 학술문화관(E9) 정근모컨퍼런스홀에서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 해설 강연이, 27일에는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주관으로 인문사회과학부동(N4) 국제세미나실에서 노벨 평화상·경제학상·문학상 해설 강연이 열렸다. 

 지난달 25일 열린 강연회는 화학과 변혜령 교수가 진행을 맡아 총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이날 강연의 첫 순서로 물리학과 라영식 교수가 올해 수상 분야인 양자 얽힘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을 연구한 공로로 알랭 아스페 교수, 존 프랜시스 글라우저 교수, 안톤 차일링거 교수가 수상했다. 양자 얽힘이란 두 부분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인 상관관계로, 부분계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양자 상태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반대한 아인슈타인 등의 학자는 양자 얽힘이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고, 동시에 양자 상태를 결정하는 '숨은 변수'가 있다는 숨은 변수 이론을 주장했다. 클라우저 교수와 아스페 교수는 실험을 통해 숨은 변수 이론이 틀렸고 양자역학이 타당함을 보였다. 차일링거 교수는 나아가 양자 순간 이동 현상을 시연하는 등 새로운 양자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라 교수는 "연구 당시에는 실용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 양자 정보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나오고 큰 기초가 되었다."라며 해당 연구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두번째 순서로 화학과 박윤수 교수가 노벨 화학상 해설 강연을 진행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클릭 화학과 생물직교화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배리 샤플리스 교수, 모르덴 멜달 교수, 캐럴린 버토지 교수가 수상했다. 클릭 화학은 샤플리스 교수가 2001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정의한 것으로, 마치 안전벨트처럼 강하고 빠르게 결합하는 반응을 다루는 화학 분야이다. 클릭 화학 반응이 되기 위해서는 수율과 선택성이 높고, 결합이 빠르게 형성되어야 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2003년 버토지 교수가 제안한 생물직교화학이 있다. 생물직교화학 반응이란, 체내에서 반응이 진행될 때 반응물과 생성물이 의도하지 않은 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반응이다. 샤플리스 교수가 클릭 화학을 제안한 후, 멜달 교수는 구리 촉매를 이용해 아자이드와 알카인을 가열할 때의 강한 공유 결합 형성 반응을 클릭 화학의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나아가 버토지 교수는 반응물로 고리형 알카인을 이용하여 멜달 교수가 제안한 반응을 생물직교화학의 영역으로 넓혔다. 이 두 화학 분야는 표적 분자의 종류와 무관하게 강한 공유결합을 형성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박 교수는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기화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화학공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라고 수상의 의미를 정리하였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해설 강연을 진행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활용하여 멸종된 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고유전체학을 발전시켰다. 이를 이용해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호모 사피엔스가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인류가 만나서 발생한 잡종임을 발견하였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단일 종이라는 가설을 반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 교수는 “무엇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만드는지를 분자적 관점으로 정의하는 연구이다.”라며 “인간이 어떻게 정의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연구이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아닐까”라고 수상의 이유를 짚었다.

 

 27일 진행된 강연회는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정재민 교수가 진행을 맡아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첫 순서로는 노벨 평화상 해설의 동 대학원 차지호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은 1980년대 벨라루스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현재 양심수로 수감 중인 인권운동가 알레시 뱔랴츠키, 러시아의 인권 운동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의 인권 단체 시민자유센터에 수여되었다. 차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인권 침해를 기록하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확인하였고, 인권침해 가해자들이 시민사회에 의해 역사에 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차 교수는 “전쟁 중에 해체되는 시스템에 의한 혼란은 많은 사람을 고통받고 죽게 한다.”라고 말하며 “전시에는 인권 침해 가해자들은 인도주의 기관들에 의해 기록될 수 있다.”라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번째 순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윤상하 박사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교수, 필립 디비그 교수의 수상 업적에 대해 해설하였다. 버냉키 전 의장은 어떻게 가벼운 경기 침체가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했다. 버냉키의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는 중앙은행이 더 많은 돈을 찍어내는 것으로 대공황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분석에 의하면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질 때 사람들이 돈을 다 같이 인출하게 되는 뱅크런 현상이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사회의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했다. 관련해 다이아몬드 교수와 디비그 교수는 은행이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효율적인 메커니즘과 함께 정부가 은행에 제공하는 예금 보험이 뱅크런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였다.

 끝으로 노벨 문학상 강연이 진행되었다. 연사를 맡은 연세대학교 홍인혜 박사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 작가의 문학 세계에 대해 강연했다. 홍 박사에 따르면, 에르노 작가의 글쓰기에는 이를 관통하는 특징이 있다. 첫째, 자전적으로 이야기하고, 일기를 쓰는 듯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는다. 둘째, 사실과 객관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셋째,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현실로 도달하고자 했다. 그는 가난한 상인의 딸로 태어나 교육을 통해 더 높은 계급으로 상승하는 삶을 살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문법과 함께 사회적, 역사적, 성적 경험과 결정의 총체로서의 나 자신, 그리고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며 독특한 주관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나 자신이다.”라는 그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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