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주) 엔지노믹스가 우리 학교에 24억 원을 기부했다.(KAIST 제공)
지난달 14일, (주) 엔지노믹스가 우리 학교에 24억 원을 기부했다.(KAIST 제공)

 연구용 효소를 개발 및 생산하는 바이오 기업 (주)엔지노믹스가 24억 원의 발전기금을 우리 학교에 약정했다. 엔지노믹스 대표인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는 지난달 14일 우리 학교 본관(E14) 총장실에서 발전기금 약정식을 가졌다. 발전기금은 바이오신약센터 건물 증축 기금으로 전액 사용될 예정이다. 이광형 총장은 이 자리에서 “바이오신약센터는 신약 및 치료제 개발 연구로 우리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세대에 인류의 난제 해결이라는 더 거대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과 연구의 공간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생명과학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에 엔지노믹스의 발전기금을 값지고 귀하게 사용할 것이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본지에는 엔지노믹스 대표 서연수 교수와 인터뷰를 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서연수이다. 현재 엔지노믹스 대표도 겸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박사, Sloan-Kettering 연구서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2002년부터 KAIST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엔지노믹스는 어떻게 설립되었나?

 대학원생들은 성실하고 열심히 하더라도 교수의 지도 방향이 틀리는 등 운이 좋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성과가 없는 사람들은 삼성 등에 취업할 수는 있지만, 그 곳에서 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를 연구해야 경우가 많다. 특히 핵산생화학과 같은 기초과학은 사업에서 큰돈이 되지 않아 대기업에서는 취급하지 않기에 제약, 암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해외에서 그 분야를 전공한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후 회사를 책임질 의향이 있는 제자에게 회사를 맡기고 펀딩을 받아 2007년 엔지노믹스를 설립했다. 회사에서 다루고 있는 효소 생산 분야는 작은 회사에서 운영할 정도의 시장이 있고 이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시작했다. 학교 내에서 일반적으로 창업하는 과정과는 달리 연구실과 별개로 제자가 설립한 회사이고, 초기에는 자문의 역할만을 해오다 CTO에서 1년 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엔지노믹스는 어떤 회사인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제한효소, DNA 중합효소 등 연구 및 진단용 효소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약 250여 개의 효소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화학자들이 늘 명심하는 ‘Don’t waste your clean thought on dirty enzymes’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오염된 효소에 자신의 생각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만큼 효소를 사용할 때는 정제된 효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분석을 잘못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나는 뉴클레아제 정제기술을 갖고 있었기에 2001년 ‘Dna2 단백질이 DNA 복제 시 헬리케이즈 역할뿐 아니라 오카자키 단편의 RNA 프라이머 부분도 잘라낸다’며 뉴클레아제의 존재를 몰랐던 이 분야의  대가인 칼텍 주디 캠벨 교수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정제 기술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 되었다. 

 제한효소의 품질은 DNA를 잘 자르는가에서 검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린 DNA끼리 잘 붙는 지까지도 확인해야 결정된다. 목적에 맞는 활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다. 그러나 효소 하나하나마다 용도에 맞추어 목적에 방해가 되는 다른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250여 가지의 효소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익은 50여 종에서 밖에 내지 않는다. 단백질 생산 회사 중에는 한 종류만 상품화하는 회사도 존재하기도 한다. 여러 단백질을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필요한 연구자들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급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 기금을 기부한 계기는?

 정년을 앞두고 학과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기부하게 되었다. 기부금은 전액 바이오신약센터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2013~2014년 학과장직을 맡을 때도 느꼈던 가장 큰 문제는 KAIST에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공간만 있으면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더 많은 사람을 채울 수 있다. 생명과학과는 현재 생명과 내 교수 수에 비해서 공간이 부족해서 연구실들이 다섯 건물(기초과학동, KI 빌딩, 의과학센터 등)로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다. 새 건물이 건립되고 나면 비슷한 분야의 교수님들이 모일 수 있고 그럼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또한 실험 기기도 중앙에 두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공간이 다 나뉘어 있어서 투자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

 

기대하는 미래의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의 모습은?

 우리 학교 생명과학과가 좀 더 기초에 전념하는 과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기초를 하더라도 엔지노믹스처럼 전문성이 굉장히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 정부가 연구비로 유도하는 분야만을 따라가며 특정 분야만 발전시키면 학문의 다양성이 없어진다. KAIST에서 앞으로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학문의 다양성 유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한 분야라도 소홀히 하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 코로나19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한국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학자가 없다. IBS처럼 큰 국가 연구 사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우리 학교는 생명과학의 주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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