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서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매스 록(Math rock) 밴드 cotoba의 공연 <언어의 형태>가 열렸다. 입장 시부터 입장권과 안내지 앞뒤로 빼곡하게 수놓인 점자가 인상적이었던 이번 공연은, 성별과 연령, 장애 등의 장벽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공연장에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졌고, 공연 중에는 수어와 문자 통역이 제공됐다. 보컬이 노래를 부르며 중간중간 가사를 수어로 불러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밴드 cotoba에는 우리 학교 휴학생인 김민서 학우(전산학부 19)도 활동하고 있다. 김 학우는 2019년 우리 학교에 입학한 뒤 2020년 학교를 휴학하여 현재까지 cotoba에서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본지는 김 학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휴학 후 드러머로 활동하게 된 계기와 이번 공연을 배리어 프리로 기획한 이유, 그리고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서울 KT&G 상상마당에서 「언어의 형태」 공연 중인 김민서 학우(gholic 제공)
서울 KT&G 상상마당에서 「언어의 형태」 공연 중인 김민서 학우(gholic 제공)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산학부 19학번 학사과정 휴학 중인 김민서입니다. 현재는 밴드 cotoba에서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어요.

 

학우님이 속한 밴드 cotoba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cotoba는 물리적으로 쌓는 변칙적인 박자와 화성을 활용한 악곡으로 상실의 정서를 표현하고, 이에 대한 치유와 회복으로 듣는 이들을 이끄는 밴드입니다. 격정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통한 몰입력 있는 라이브가 특징입니다.

 

이번 공연 도중에 cotoba를 ‘매스 록 밴드’로 소개해주신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매스 록 밴드가 무엇이고, 다른 록 밴드와 비교하여 어떤 차별점을 갖나요?

 매스 록(Math rock)은 변칙적인 박자를 이용하는 록 음악의 한 장르입니다. 흔히 듣는 4박 음악이 아닌 5박, 7박, 13박 등의 박자를 사용하는 것이죠. 평범한 음악보다 조금 더 계산적이고 복잡한 음악이기 때문에 매스 록이라고 부릅니다. 드러머로서는 다양한 박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에요. 듣기에도, 연주하기에도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랍니다.

이번 <언어의 형태> 공연은 어떤 과정으로 기획하게 되셨나요?

 <언어의 형태>는 10월 9일 상상마당에서 개최된 cotoba의 배리어 프리 단독공연입니다. 동명의 cotoba 첫 번째 EP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제목처럼 다양한 형태의 언어로 음악에 담긴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마당라이브홀, 서울인디뮤직페스타, 라이브앳 등 많은 곳에서 지원받아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공연 곳곳에서 배리어 프리 공연을 위해 노력하신 부분이 눈에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 신경을 쓰셨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이번 공연에서 진행된 배리어 프리 활동에는 휠체어석 및 동반자석 운영, 수어 통역 및 문자 통역 동시 진행, 점자 티켓 배부, 휠체어 경사로 및 지하철역-공연장 간 휠체어 동선 안내 제공 등이 있습니다. 시각적인 연출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VJing과 전시, 멋진 무대 연출 등을 통해 공연을 아름답게 꾸며 눈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어떤 계기로 배리어 프리 공연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시작은 베이시스트의 제안으로, 수어라는 언어가 농인들만을 위한 언어가 아닌 고유한 표현방식을 지닌 또 하나의 언어라는 점에 착안하여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수어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이 보고 느끼실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수어를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도 세 편 제작하였고, 무대에서도 보컬이 노래하면서 동시에 수어를 하기도 하고, 수어 통역사님 또한 공연을 함께 만드는 한 명의 멤버로서 보일 수 있도록 무대도 구성했습니다. 앞으로도 나이, 성별, 인종, 장애 유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찾아와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매 공연 배리어 프리를 완전히 실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노력은 지속하려고 합니다. 휠체어 경사로를 구매하여 가능한 공연마다 챙겨가는 것처럼요.

©김신엽 기자배리어 프리 공연으로 진행된 cotoba 「언어의 형태」 (위) 입장권과 안내지 앞뒤로 점자가 빼곡하게 수놓여 있다. (아래) 좌측의 보컬이 수어와 목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무대 뒤편에는 문자 통역을 위한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고, 뒤편 좌측에는 수어 통역사가 가사와 공연장 분위기, 곡에 대한 설명 등을 수어로 전달하고 있다.(©김신엽 기자)
©김신엽 기자배리어 프리 공연으로 진행된 cotoba 「언어의 형태」 (위) 입장권과 안내지 앞뒤로 점자가 빼곡하게 수놓여 있다. (아래) 좌측의 보컬이 수어와 목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무대 뒤편에는 문자 통역을 위한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고, 뒤편 좌측에는 수어 통역사가 가사와 공연장 분위기, 곡에 대한 설명 등을 수어로 전달하고 있다.(©김신엽 기자)

우리 학교 학생으로서 드러머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결정 과정에서 고민은 없으셨나요?

 저는 KAIST에 입학하고 들어간 밴드 동아리 ‘강적’에서 드럼을 접했습니다. 드럼이라는 악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친구들과 팀을 하면서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게 좋아서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당시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가득했었는데 그 괴로움 속에서 제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할 수단을 찾다 보니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현실적인 고민도 많았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무언가에 도전해 볼 여유가 생겼고, 계속 도전하다 보니 많은 기회가 찾아와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cotoba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연들도 하고자 기획 중이고, 개인적으로는 준비 중인 다른 팀들로도 새롭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cotoba의 경영을 담당하는 ‘아프리콧’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회사 관리에도 더 힘을 쏟아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학우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각자의 행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여 그것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cotoba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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