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 트위치(Twitch)가 대한민국 시청자에 한해 서비스 화질을 720p로 제한하였다. 트위치는 이러한 조치의 원인으로 한국 내 서비스 비용을 꼽았으나, 서비스 사용자들은 지난 9월 8일 발의된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으로 인한 여파로 추정하고 있다. 트위치의 조치를 통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CP(Content Provider: 콘텐츠 제공자) 간 망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본지는 망 사용료 갈등의 핵심과 이에 대한 각 집단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리하였다.

 

망 사용료란?

 망 사용료는 회선의 사용량에 대해 기업에 청구하는 요금을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ISP에 망에 대한 접속료만 지불하지, 트래픽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인터넷 망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국제적인 불문율로, 이를 망 중립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외 기업은 해외 ISP에 망에 대한 접속료를 지불하며, 국내 기업은 SK브로드밴드, KT와 같은 국내 ISP에 망에 대한 접속료를 지불해왔다. 다만 국내 ISP는 망 중립성에 반하여 국내 기업에 트래픽에 대한 망 사용료를 청구하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의 접속을 처리할 시 한국의 ISP는 해외 ISP의 통신망을 경유해서 해외 국가의 서버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ISP에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ISP의 경우 해외 CP의 콘텐츠 사용량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해외 CP는 인터넷에 대한 사용 요금을 해외 ISP에만 지불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외 CP는 국내 및 인접 국가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기도 한다. 캐시 서버는 임시 저장소로, 인기가 많은 해외 콘텐츠를 미리 받아와 서버에 저장한다. 그러면 이용자는 한국에서 콘텐츠를 열람할 시 해외 서버가 아닌 캐시 서버에 저장된 콘텐츠를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CP의 관점에서는 빠르고 쾌적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고, ISP 입장에서도 해외에서 데이터를 일일이 받아오는 것보다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

 

늘어난 망 사용량에 대한 부담은 누가 지는 것이 옳은가

 국내 ISP의 경우 2005년부터 이어져 온 트래픽에 따른 망 사용료를 해외 CP만 부담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거대 CP의 망 사용량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국 ISP에만 망 접속료를 지불하고 사용량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 국내 ISP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 CP의 경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ISP는 망 접속료만 청구할 뿐 망 사용료의 개념은 없는데 한국만의 잣대를 해외 CP에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국내 CP가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해외 ISP에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넷플릭스, 구글 같은 해외 CP가 캐시 서버를 제공하는 등 국내 ISP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래픽에 대한 부담을 근거로 해외 CP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국내 ISP 기업이 해외 CP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트래픽 부담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 ISP 기업이 통신망 증설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업무를 게을리한 탓이라는 것이다.

 망 사용료 자체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에 대해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매기면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는 유료로 변해야 하는데, 이는 전 세계인이 자유로이 연결되는 인터넷의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소비자로서 주시 필요

 트위치가 한국 내 서비스 화질 저하를 결정한 이후, 해외 콘텐츠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른 CP도 국내 서비스의 질을 저하하거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SK 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관련 소송 중인 넷플릭스 같은 분쟁의 직접적인 대상인 CP를 포함하여 망 사용료의 영향을 받을 CP가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서비스의 질을 저하하거나, 최악의 경우 한국 내 서비스를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격화되는 갈등 속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국내 ISP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들의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특히 트위치 화질 저하와 같은 실제적인 불편을 겪은 이후로 국내 ISP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었다. 동시에 넷플릭스, 유튜브 등 갈등의 대상이 된 해외 CP도 트위치를 따라 국내 서비스의 질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 CP로 인해 비용적인 부담이 심하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국내 ISP 3사(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여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했으며, 부담과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망 사용료로 인해 촉발된 갈등은 비단 국내 ISP와 해외 CP만의 갈등이 아니라 변화한 콘텐츠 시장에서 망 사용량에 대한 책임을 재정의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2021년 망 사용량 기준 미국의 거대 콘텐츠 기업(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은 전 세계 망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망에 걸리는 과부하와 사용량에 대한 비용을 일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발생한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콘텐츠 소비자로서 비용을 부담하는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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