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현 기자
©배가현 기자

 지난 9월, 카포전에서 무려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동아리가 있다. 바로 Vlab이다. 과학 퀴즈와 AI 종목에서의 우승을 위해 동아리 Vlab을 만들고, 두 종목 모두 선수 단장으로 경기를 이끈 이창섭 학우(신소재공학과 21)를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변화를 원한다면 바로 지금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정적인 학교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이 학우에 대해 알아보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1학번 이창섭입니다. 동아리 Vlab과 카이네이션을 만들었고, 신소재공학과 과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카이네이션과 Vlab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것은 KAIST에 대한 애정으로 설명됩니다. 우리 학교가 좋으니까, 우리 학교를 더 좋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참석한 첫화사 간담회에서, 총장님께 학생들이 직접 돈을 모아 우리 학교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말씀드렸어요. 총장님도 이에 동의하셨고, 제게 동아리를 만들어서 이 활동을 지속해보라고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동아리가 카이네이션입니다. Vlab이 만들어진 이유도 마찬가지로 학교에 대한 애정입니다. 카포전에서 꼭 포항공대를 이기고 싶었어요. 작년까지는 과학퀴즈와 AI 두 종목의 선수를 뽑고 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가 없었어요. 제가 작년 카포전에서, 과학퀴즈 화학 대표로 출전을 하고 아쉽게 패배하면서, 이 두 종목을 대비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봄에 Vlab도 만들게 되었어요. 
 

카포전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정말 운이 좋게도, AI 특기자로 입학을 하신 분이 저희 동아리에 들어오셔서, 그분을 중심으로 예제와 커리큘럼을 짜서 훈련을 진행했어요. 과학 퀴즈는 Vlab 위키를 바탕으로 훈련했어요. 학습 피라미드의 가장 상위 단계에 있는 학습 방법이 ‘가르치기’인데요. 과학 퀴즈는 출제 범위가 따로 없이, 많은 양의 지식을 암기하는 게임이에요. Vlab 위키에 상대방에게 설명하듯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그 방대한 정보를 더 잘 외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한 학기 만에 선수를 육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이번 카포전에서는 과학퀴즈와 AI 모두 거의 외부에서 선수를 모집했어요. 그래도 기존에는 대회가 끝나면 그대로 선수단이 해산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 참가한 선수단끼리는 계속 연락하고 있고, 그중 몇몇은 Vlab에 가입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경기 경험을 전수해주고, 준비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동아리에 남아 있다는 점이 첫 성과라고 생각하고, 다음부터는 진짜로 선수를 육성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죠. 

 

카포전에서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I 경기가 사실 카포전 전에 진행되어요. 두 AI 팀의 선수 단장과 두 행사 준비 단체의 대표자만 참관한 채로, 카포전 전에 인공지능을 작동시키고 미리 승부를 가릅니다. 그 후 VOK에서 편집한 경기 영상이 카포전 당일에 생중계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선수 단장이었던 저는 저희 팀의 우승을 미리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쓴 상태라, 팀원들에게조차 얘기할 수 없었죠. 제가 팀원들에게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했다.”고 말하니까, 팀원들은 저희 팀이 진 줄 알고, 침울한 상태로 포항에 갔었어요. 그러다 카포전 첫날 저녁 9시에 인공지능 경기가 끝나고 우리의 우승이 발표되었을 때, 모두가 환호했죠.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동아리 공연 사이에, 포항공대 사회자가 막간을 이용해, KAIST 학생한테 포항공대에 관련한 OX 퀴즈를 내겠다고 했어요. 제가 바로 앞에 있다가 눈에 띄어서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어요. 사회자가 문제 3가지를 냈는데, 마지막 문제가 ‘우리나라 최고의 공대는 포항공대이다.’였어요. 다분히 의도된 문제였죠. 저는 AI에서 저희가 이겼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넓은 마음으로 "O"라고 대답해주었어요. 관련해서 논란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제가 단장으로 있던 두 종목 모두에서 승리하고, ‘KAIST가 최고의 공대’라는 것을 증명한 다음에, 퀴즈 상품으로 받은 5,000원을 포항공대 발전재단에 당당히 기부하고 왔습니다.

카이네이션에서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첫 번째로, 직접 돈을 마련해서 발전재단에 기부하는 활동을 합니다. 두 번째로는 고액 기부자들에 대한 예우를 담당하고 있어요. 원래 발전 재단 직원분들만 하시는 일인데, 저희도 학생 대표자로서 기부자분들의 생신이나 돌아가신 분들의 기일에 함께 찾아뵙고, 감사를 표합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여러 활동들을 해 왔고, 할 예정이에요. 진행 완료된 프로젝트 중에는 ‘달력 프로젝트’가 있어요. 총장님께서 올해 달력과 10년 뒤의 달력 2가지를 보신다는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홍보팀과 협력을 해서 2022년 달력과 같은 디자인의 2032년 달력을 200부 만들어 팔고, 그 수익 170만 원을 발전재단에 기부했어요. 앞으로 계획 중인 사업에는, 기부 콘서트가 있어요. 내년에 미래홀에서 여러 밴드들과 합동 공연을 해서, 그 수익금을 우리 학교나 지역 사회를 위해 기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3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손글씨 폰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은 거의 마친 상태입니다. 손글씨 폰트 사업을 하면서 경력이 쌓이면, 우리 학교에서 저작권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멋진 ‘KAIST체’를 만들어서 배포하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여러 일들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원칙을 세우게 되었어요. 내가 꿈꾸는 변화가 있으면, 그 일은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으니, 지금 내가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내가 벌인 일이기에, 그 책임을 끝까지 져야 한다는 원칙이에요. 또, 항상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좋은 사람들이 저절로 곁에 오고,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 학우에게 KAIST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대전 토박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KAIST랑 국립중앙과학관에 많이 왔었어요. 그래서 과학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꿈이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있네요.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KAIST 영재교육원을 4년간 다니기도 했어요. 영재교육원 조교님들이 4년이면 이제 학부 졸업이랑 마찬가지 아니냐는 농담을 하시기도 했었죠. 지금도 KAIST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어요. KAIST는 제게 꿈의 시작부터 진행, 완성까지 함께하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요. 마치 제 꿈이 뿌리내리고 자라는 토양 같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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