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이란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 경찰에게 잡혀간 후 사망했다. 아랍어로 ‘가리다’ 또는 ‘장막’을 의미하는 히잡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여성의 순결과 정조를 위해 신체를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모든 형태의 베일, 또는 의복을 의미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부터 이란에서는 만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에게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히잡 법이 제정되었다. 히잡 착용에 대한 강제는 최근 반포된 ‘히잡과 순결칙령’을 계기로 한층 강화되었고, 이는 아마니를 죽음으로 몰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서 ‘여성, 삶, 자유’를 구호로 종교적 원리주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넘어, 여성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주장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 시위로 확산하였다. 반히잡 시위는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로 인한 경제 제재와 이로 인한 사회적 위기, 여성과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등 이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얽히며 전방위적인 반체제 시위로 진행되었다. 시위가 처음 불붙은 지역은 아마니의 고향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였다. 오랫동안 억압과 차별을 받던 쿠르드 족의 분노가 아마니의 죽음을 계기로 불붙었고, 이에 이란의 다른 소수 민족들이 동조한 것이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에너지 분야의 이란 노동자들도 가세해 여성들의 반히잡 투쟁에 동참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히잡 시위에 연대를 표명하고 이란 정권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이어졌다. 베를린에서는 지난 몇 주 동안 이란 여성들과 연대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에 4만 명 이상의 인파가 참여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서도 한국 내 이란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10월 6일 대학원생 총학생회와 총학생회 인권센터, 포용성 위원회가 공동으로 이란 반히잡 시위에 대한 반인도적 탄압과 폭력행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평화를 염원하는 이란인, 무슬림, 그리고 모든 국제사회와 연대할 것이며 유혈사태를 막고 인도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에서 먼 이란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낸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세계평화에 대한 공허하고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인 여성의 신체 결정권에 대한 억압과 폭력, 투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쿠르드족 해방 운동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은 여성이 해방되지 않는 한 어떠한 해방 운동도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는 이 투쟁이 단순히 히잡을 쓰고 벗을 자유를 요구하는 이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자유에 대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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