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이윤지 기자

 차(茶)는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정말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음료입니다. 찻잎을 말리고 뜨거운 물로 우려낸 녹차부터, 말린 찻잎에 산화 과정을 거쳐 풍미를 높인 홍차에 우유를 더한 밀크티나, 차가운 물에 오랜 시간 찻잎을 우려내어 만드는 냉침차까지. 오랜 차의 역사 동안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차의 행복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차의 역사와 함께, 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과학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차의 역사

 차의 기원이 되는 차나무가 언제 최초로 발생했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의 역사서에 따르면 ‘기원전 2737년 농업과 의술의 신으로 불리던 신농이 약초의 효능을 조사하기 위해 잎들을 음용하던 중 우연히 중독되었고, 이를 해독하기 위해 찻잎을 먹었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어 적어도 약 5,000년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와 같이 차가 음료로 사용된 것은 중국 역사 중 삼국 시대(220년~280년)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삼국지’의 ‘오나라 편’에 등장하는 ‘차로 술을 대신하여 마신다.’라는 구절로부터, 삼국 시대부터는 차가 하나의 음료로 취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삼국 시대 이후 이어지는 진나라 시대에는 황제에게 최고급 차를 진상하는 제도를 시행했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에는 차가 상류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호품으로 취급되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남북조 시대(439년~589년)에는 쓰촨성, 후베이성, 장쑤성 등지에서 차가 만들어지며 산지가 점점 확산되었고 비로소 수나라 시대(581년~618년)에 이르러 각지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차관이 생겨나면서 서민층에게도 차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중국 전역에서 차나무가 재배되며 일상에서 차를 마시는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서민들에게 확산된 차 문화는 송나라 시대, 명나라 시대를 거치면서 가공 방식이 보다 정교해지고, 찻잎을 부수고 뭉쳐 만들던 고형차 대신 찻잎의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식의 잎차 방식을 택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변형되고 잘 다듬어진 차는 1600년대 청나라 시기에 오늘날과 거의 동일한 차의 원형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차가 유럽으로 수출될 때 찻잎에 산화 과정이 일어나면서, 유럽에서 홍차의 원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홍차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중국에서 찻잎이 수출되는 과정에서 운반 중 산화가 일어나면서 녹차가 홍차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 여러 설이 전해집니다. 반면, 유럽에서 홍차가 유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설명이 존재합니다, 유럽에서 홍차가 유행하게 된 배경은 대략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유럽의 물이 대부분 경수이기 때문에 녹차보다 향과 풍미가 더 잘 우러날 수 있는 홍차가 유럽의 풍토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점점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설입니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홍차는 초창기에는 상류층들이 즐기던 문화였으나, 중국의 남북조 시대와 비슷하게 차를 마시며 가벼운 식사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티 가든이 1800년대 전후로 등장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오후에 차를 마시는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산화도의 차이, 녹차와 홍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차는 긴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공정 방식을 지니고 있고, 공정 방식에 따라 다른 형태와 풍미를 지닌 차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차들을 분류하기 위해 여러 기준이 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공정 과정에서 찻잎을 산화시키는 정도에 따라 차를 분류하는 기준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차인 홍차와 녹차가 이 분류 기준을 따르는 방식의 대표적 예시입니다. 녹차의 경우, 가공 과정을 보면 산화 효소를 억제하기 위하여 찻잎들을 뜨거운 불에 달구고 있는 솥에 덖는 ‘초청(Fired)’ 방식을 이용하거나, 뜨거운 증기를 채운 통에 찻잎을 넣고 찌는 ‘증청(Steamed)’방식을 이용하여 찻잎의 산화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킵니다. 이렇게 산화를 중단시키면, 찻잎을 갈색으로 변화시키는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활성이 낮아져 엽록소가 분해되지 않고, 찻잎이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녹차를 물에 우리면 찻잎에 남은 엽록소로 인해 선명한 녹색이 우러나오게 됩니다. 다만, 엽록소는 산화 반응에 굉장히 약해 부서지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지니므로 찻잎이 공기와 오래 접촉할수록 그 색이 연해집니다.

 홍차의 경우, 가공 과정에서 산화 효소를 억제하는 과정이 존재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녹차는 잎을 채취한 이후 별다른 가공 과정이 없이 산화 효소를 억제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홍차는 잎을 덖어 산화 효소를 억제하기 전에 일부러 잎을 산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찻잎 안에 존재하는 엽록소가 산화되고 페오피틴이 생성되어 녹색이 옅어지는 동시에, 카테킨이 폴리페놀 산화 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녹색이 점차 갈색으로 변화합니다. 이때, 카테킨이 산화되는 정도에 따라 밝은 오렌지색을 보이는 테아플라빈, 진홍색을 보이는 테아루비긴, 적갈색을 보이는 카테킨 산화중합물이 생성됩니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좋다고 평가되는 홍차는 매우 선명하고 밝은 빛을 보이는데, 이는 홍차 내에 밝은 오렌지색을 보이는 테아플라빈이 녹아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에틸아세테이트로 홍차 침출액을 추출하면 테아플라빈이 녹아 나온 뒤 남은 침출액이 매우 선명하게 붉은빛을 보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카테킨 산화중합물은 흑갈색을 보이는데, 홍차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산화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많이 생성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테킨 산화중합물의 농도가 낮을수록 차의 빛깔이 좋아져 고급 홍차가 됩니다.

 덧붙여, 좋은 홍차를 구분하는 방식 중 ‘골든 링’이라는 방식이 존재합니다. 이는 고급 홍차에 주로 함유된 테아플라빈에 의해 나타나는 선명하고 진한 붉은색의 홍차를 하얀 찻잔에 붓게 되면 찻물과 잔이 닿는 고리 부분에 황금색의 고리 형태가 나타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원리를 살펴보면, 홍차와 접하는 하얀 찻잔의 내부 면에서 빛이 반사될 때 홍차와 찻잔이 접하는 가장자리 지점에서 빛의 파장이 굉장히 짧아지면서 사람의 눈에서 해당 부분을 황금색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이렇게 인식되는 황금색 고리가 테아플라빈이 다량 함유된 홍차의 찻빛 파장대에서 가장 선명하게 관측되기 때문에, 좋은 홍차의 구분 방식으로 ‘골든 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찻잔 속의 카테킨

 이처럼, 차의 맛과 빛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카테킨입니다. 카테킨의 종류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50여개 정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차에 함유된 카테킨은 크게 4종류로 분류됩니다. 그 중에서 모든 찻잎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가 특히 강한 쓴맛을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에서 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래 무색/무취의 결정체인 카테킨이 산화되는 과정을 거쳐 폴리페놀이 생성되면서 녹색의 빛을 띠던 녹차가 점차 붉은 빛을 띠는 홍차로 변화하게 됩니다.

 

향긋한 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차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학은 산화를 제외하고도 정말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차의 향기에서도 과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차의 그윽한 향은 찻잎 속에 포함된 휘발성 성분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때, 찻잎의 종과 가공 방식에 따라 적어도 200여 종 이상의 휘발성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향을 생성하기 때문에 차의 종류에 따라 아주 다른 향이 나게 됩니다.

 특히, 산화 과정이 존재하는 홍차와 우롱차는 가공 과정에서 비산화차인 녹차에 비해 훨씬 많은 휘발성 성분들이 생성되어 녹차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향을 자랑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녹차를 ‘맛을 즐기기 위한 차’, 홍차와 우롱차는 ‘향을 즐기기 위한 차’로 부르기도 합니다.

 

녹차의 맛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녹차가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이유 중, 향긋한 차의 향만큼이나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아마도 녹차 특유의 구수한 맛일 것입니다. 이러한 녹차만의 구수한 맛은 글루탐산의 유도체로 작용하는 아미노산류인 ‘테아닌’에 의한 것으로, 차나무의 뿌리에서 합성된 테아닌이 찻잎과 새싹으로 운송되어 저장되고, 찻물에 우러나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찻잎에 저장된 테아닌은 햇빛을 오래 쬐면 카테킨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쿠로 등의 고급 녹차들은 찻잎을 수확하기 전에 약 2~3주가량 빛을 차단한 상태로 차나무를 재배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차광 재배를 시행하면 차광 재배를 하지 않은 찻잎에 비해 카테킨의 함량이 줄어들고 테아닌의 함량이 늘어나게 되어 찻물을 우렸을 때 쓴맛은 덜해지고 구수한 맛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사랑하는 녹차의 깊은 감칠맛과 적당한 떫은맛은 찻잎 속 테아닌의 함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서 생성된 맛입니다.

 

차를 우리는 방법

 마지막으로, 차를 우리는 방법에서도 과학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차를 자주 마시는 분들이라면 자주 경험해본 일이겠지만, 같은 찻잎을 가지고 여러 번 차를 우려내게 되면 처음 우린 차와 두 번 우린 차, 그리고 세 번 우린 차가 각기 다른 맛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차를 우려내는 횟수를 늘림에 따라 감칠맛의 원인이 되는 아미노산류와 떫은맛의 원인이 되는 카테킨의 함량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테킨에 비해 아미노산류가 물에 더 잘 용해되기 때문에 차를 우려내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찻물 내의 아미노산류는 카테킨보다 더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차를 많이 우리면 우릴수록 점점 떫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더불어, 우려내는 시간에 따라서도 차의 맛이 달라지곤 합니다. 이는 앞서 우려내는 횟수에 따른 변화와 마찬가지로 아미노산류와 카테킨의 물에 대한 용해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아미노산류는 뜨거운 물에서 2분 정도 우리면 최대로 용해되는 반면, 카테킨의 경우 우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차를 우릴 때 2분까지는 감칠맛이 증가하는 비중이 크게 느껴지지만, 차를 2분 이상 길게 우리게 되면 감칠맛보다는 떫은맛이 더 많이 증가하게 되어 차에서 떫은맛이 강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최고의 한 잔을 위해
 

 최근 들어 차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석된 결과들은 찻잔 속에 포함된 과학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사실, 차에 대한 분석들이 얼마나 다양한 결과를 보여줄 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얻어낸 차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 더 맛있는 차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차를 위한 여정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어봅니다.

 

참고문헌
<차(茶)의 과학>, 오모리 마사시,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2019)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