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 「외사랑」

(주)예스이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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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등록번호, 여권, 그리고 기숙사 방 배정 등에 반영되는 성별 정보는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되고는 한다. 그리고 성별은 보통 성염색체가 XX면 여성, XY면 남성으로 정해지는 생물학적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이 다가 아니라는 주장과 논의가 현대 사회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생물학적인 성별과 정신적으로 느껴지는 성별이 동일하다고 생각하거나 이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 둘의 괴리감을 느끼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리하여 이 사회에서는 젠더와 관련된 주제가 나올 때마다 여러 가지 견해가 충돌하여 많은 이야기와 토론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21년 전인 2001년, 히가시노 게이고는 <외사랑>을 출판하여 성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풀어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밀>, <백야행>에 이어 세번째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무려 제목이 3번이나 다르게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기도했다. 처음에는 <짝사랑>으로 번역되었고, 이후 <아내를 사랑한 여자>로, 그리고 올해 9월 27일에 출간된 번역본은 <외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 작품은 <비밀>의 후속작 같은 것이라고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두 작품 모두 인물들이 육체적인 상태와 정신적인 상태의 괴리감을 가지며 소설의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비밀>에서는 생물학적으로 아버지, 정신적으로 남편인 주인공과 정신적으로는 아내인 딸, 모나미의 관계에 대해 깊게 다뤘다면 <외사랑>에서는 육체적인 성별과 정신적인 성별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이 작품은 성별을 고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작들과는 다르다. 작중 자주 등장하는 표현인 ‘뫼비우스의 띠’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육체적인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으로 고정한 것이 아닌, 두 성별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육체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으며, 정신적인 성별 또한, 때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렇게 복잡한 성별의 기준, 성별의 괴리감으로 인해 받는 정신적인 고통, 사회적인 시선들이 한 작품 속에 어우러졌다. 이것들을 주인공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루며, ‘젠더는 무엇인가’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비록 20년 넘는 세월 동안 많은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겠지만, 이 소설은 아직도 현대 사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의문을 남겨준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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