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 「프렌치 디스패치」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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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디스패치는 영화상에 존재하는 가상의 잡지로 프랑스 가상의 도시 앙뉘에서 발행된다. 정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들을 다루는 이 잡지는 아서가 편집장을 맡으며 발행이 시작되었고 그의 죽음과 함께 발행을 멈췄다. 영화는 아서가 죽은 후 발간된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발행본을 들려준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발행본은 크고 작은 섹션들로 구성된다. 각 섹션들은 각기 다른 기자들이 작성하였으며 그들이 겪은 에피소드들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소개한다. 각 에피소드들은 별개의 사건들이며 시간대도 다르지만 모두 앙뉘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당대의 가장 감각적이던 예술가이자 범죄자, 젊고 열정적이었지만 꽃 피지 못한 사회운동가와 항상 남의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요리사의 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복잡하게 느껴진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텍스트와 인물들로 가득 찬 화면을 한 번에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것인지. 영화의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데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잡지와 영화는 다르다. 둘은 모두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이지만, 전달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잡지는 정적이고 묘사가 평면적이지만 자세하다. 반면 영화는 훨씬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며 직관적인 묘사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특이할 정도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멈춰 있는 장면이 많다. 촬영기법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고 모든 피사체의 초점이 맞는 딥 포커스를 사용하여 화면의 모든 인물과 사물들이 자세하게 보인다. 앙뉘에서의 모든 사건들은 이런 특이한 미장센을 통해 구체적이지만 난잡하게 묘사된다.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가로가 훨씬 짧은 화면비와 흑백 장면들은 드물게 나오는 컬러 장면들이 잡지에 수록된 삽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영상 매체가 잡지의 방식을 따랐기에 짧은 시간에 어떤 상황인지 빠르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처럼 써봐.”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 아서가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디스패치의 기자들은 편집장의 요구를 잘 충족했는가? 잘 모르겠다. 우린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잡지가 아닌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주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쓰여진 요인이 보인다. 영화에서 흔히 보기 힘든 어색한 요인들. 모든 연출, 심지어는 제목까지 하나의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처럼 보이는 글은 흥미롭다. 단순히 글에 흐름에 끌려가지 않고 글이 그렇게 쓰여진 의도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독특하며 실험적으로도 보이는 연출과 내용의 전달 방식이 그 의도에 집중하게 만들고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는 그 뒤로 가려진다. 이로 인해 각 장면이 단편적으로 나눠지고 장면의 전환은 마치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혹자는 이 영화가 실험적인 영화라고 말한다. 다른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방식들을 이용하였기에 그렇게도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는 실험본이 아닌 완성본이라 생각한다. 잡지의 영화화. 이 하나의 명확한 목적을 영화가 이용할 수 모든 요소를 동원해 완성시켰다. 부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잡지의 에피소드들은 그들을 담고 있는 영화의 의도를 걷어내고 나면 비로소 뚜렷하게 보인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기지는 않는 편이지만, 이 영화만은 다르다. 텍스트의 영상화를 표현한 작품을 텍스트로 표현하며 영화에 담긴 철학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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