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아야 하는가, 이 생각을 처음 했던 건 작년 봄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열심히 살지 고민만 했지, 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한참 코로나가 심해지고 혼자서 하는 폐관 수련에 지칠 때쯤, 그 생각이 들었다. ‘왜 살지?’

 그동안 내가 왜 살아왔나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오니 꿈은 더 커졌지만 그게 명확하지 않고 뚜렷이 보이질 않으니 삶의 목적이 사라진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유튜브로 왜 사는지에 대해 찾아봤다. 그때 얻은 결론은 왜 사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이거 하려고 살지’라고 느낄 만한 것들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런 시점에 우연히 George Bernard Shaw의 “Life isn’t about finding yourself. Life is about creating yourself.”라는 격언을 봤다. 격언을 곱씹다가 어느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의 삶에 대한 태도가 너무 수동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부러워할까, 잘 사는 것처럼 보일까.’가 내 삶의 목표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삶이 별로 재미없었다. 이번에도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누군가 답을 주길 원했다. 이때 생각했다. ‘수학 문제처럼 주어진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답을 스스로 만들어보자, 내 스타일대로.’

 이 생각을 할 때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자연스레 잘 살기 위한 방법이 눈에 안 들어오더라. 그 책을 집어 던지고 방학 내내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셸리 케이건 교수님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이론(ex. 인간은 육체+영혼이다 vs 오직 육체이다, 나를 규명하는 것은 뇌다 vs 인격이다 vs 육체이다)을 소개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여러 의문 중에, 어느 한 이론도 증명하기엔 우리의 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반증은 할 수 있다. 여러 이론 중 하나씩, 하나씩 반증하다 보면 더 가능성이 높은 이론이 나올 것이다. 책은 이런 이론들을 설명, 반례를 들며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지다가 끝난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인생의 가치에 대한 모든 것을 깨닫지 못했을뿐더러,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 것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되짚어보며 평소에 당연해 보이는 것도 더 깊게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이 책을 기점으로 더 깊은 사고와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 책이 좀 두껍긴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책 홍보는 여기까지 하고, 책을 다 읽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가 저승에 평생 살다가 100년 동안만 이승에 와있다가 다시 돌아가는 건지, 아니면 어찌 태어나서 100년 살다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죽음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사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인생을 잘 살고 싶다. 또한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번일 지도 모르는 인생,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모두 누려 보기 위해 산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욕심이고, 그저 내가 사는 이유이다. 삶의 이유와 목표가 생기니 그것에 맞는 신념이 생긴다. 신념은 운영체제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삶의 목표와 신념이 생긴 후에야 그 운영체제 위에 올바른 삶의 전략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왜 사는가? 본인의 가치관이 나와 정반대여도 상관없다. 우리는 유전자, 느낀 경험 어느 하나 같은 게 없기에 다른 게 당연하고 나는 다른 가치관을 존중한다. 만약 왜 사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잠시라도 깊게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삶의 목표와 신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내면의 흔들림이 줄었고 그 위에 여러 삶의 전략들이 자연스레 생길 수 있었다. 글이 길어져서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만약 반응이 좋다면 내 신념과 그 운영체제 위에서의 삶의 전략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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