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운 사이로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매우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예측과 다른 표정이나 행동을 마주하면, 당황하게 된다. 아득한 간격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나와 친한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런 감정은 때때로 서운함을 동반한다. ‘너는 나를 잘 알잖아’라는 전제는,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들에 대해서도, 상대에 대한 실망과 상처를 느끼게 만든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인간과 일부 고등 영장류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능력이다. 하지만 이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어린 시절을 거쳐, 사람들과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렵게 습득하게 되는 능력이다. 타고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입장에서 섣불리 쓴 초고 전체를 치열하게 뜯어고치는 퇴고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글이 인상 깊었다. 

 <벌새>에서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속마음까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김보라 감독은 ‘잘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영화의 인물들이 자신의 악한 면을 가감 없이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들을 사랑한다. 관객으로서의 우리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입체적인 서사(과거와 현재의 구석구석)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을 잘 바라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현실 속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시선은 카메라만큼 면밀하지 못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점을 되새기는 일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 우리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도 외롭지 않게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타인에 관해 가진 단편적 지식을 넘어, 그를 온전히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또 때로는 좋은 사람으로 바라봐 주는 마음과 믿음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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