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불편 해소에는 모두 공감, 구체적인 해결방식 도출은 아직 오리무중

지난 2일, 우리 학교 교육지원동(W8)에서 백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이준하 기자)
지난 2일, 우리 학교 교육지원동(W8)에서 백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이준하 기자)

 지난 2일 우리 학교 교육지원동(W8) 3층 회의실에서 교내 백로 서식지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간담회는 우리 학교 북측 기숙사 근처에 서식하고 있는 백로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해결하고자, 문제와 관련된 여러 단체와 관계자들의 참석 아래 진행되었다. 우리 학교 문영주 시설팀장, 인류세연구센터 최명애 교수와 성한아 박사후연구원,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책임활동가,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 유성구청 직원, 그리고 본 간담회를 개최한 이원우 학우(전기및전자공학부 21)가 패널로 자리했다. 대전시청 관계자 역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간담회 당일 일정의 문제로 불참 의사를 표명하였다.

 간담회는 명확한 좌석 배정이나 사회자의 진행 없이 회의실에 마련된 원탁에 주요 패널들이 둘러앉아 가벼운 담소를 나누듯 진행되었다. 대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을 통해 개최 소식을 교내 구성원에게 처음 알린 뒤, 큰 호응을 받았던 만큼 20명가량의 학생이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이러한 패널이 아닌 참석자들의 경우, 원탁 근처의 좌석에 자유롭게 착석하여 간담회 대화 진행 중 생기는 질문과 반론을 표명할 수 있었다.

 

 가벼운 자기소개 이후 진행된 대화는 학생들의 피해 경험담으로 물꼬가 텄다. 이 학우는 “북측 기숙사로 이사하게 된 뒤, 냄새가 심하여 어지러울 정도이며 새벽에 백로 소리에 수면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백로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서명에 방학임에도 80명에 달하는 학우가 동의했다”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백로로 인해 받는 피해를 설명하였다. 또한 이 학우는 “벌목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환경 측면에서 어렵다면 서식지 영역을 줄여 학생하고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학우도 “배설물은 물론, 먹다 남은 개구리나 물고기가 떨어져 부패하게 되면 습한 여름철 날씨에 환기도 못 할 정도로 악취가 난다”며 본인의 피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최 교수는 인류세연구센터에서 진행 중인 백로 문제 관련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학생들이 느끼고 있을 피해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하였다. 최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말부터 진리관(N18) 1층 외벽과 신뢰관(N20) 4~5층 사이의 비상계단에 소음 측정기를 설치하여 현재 소음을 측정 중이다. 간담회 당시 공유한 자료에 따르면 진리관과 신뢰관에서 측정되는 소음이 야간에도 60~65dB에 이른다는 결과를 공유하였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주거지역에서 공사장 소음은 주간 기준 65dB, 야간 기준 50dB을 넘으면 안 된다.
 더불어 최 교수와 성 연구원은 학생들 역시 백로에 관해 모르는 점이 있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소개하며 백로 생태를 설명하였다. 최 교수와 성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학교 내의 백로 서식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백로 서식지이다. 또한 백로는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 동안 새끼를 낳고 이후 한 달 동안 새끼가 날 수 있을 정도까지 길러 8월을 기점으로 남쪽으로 떠나기에 우리 학교 기말고사 기간부터 여름학기 기간까지 소음이 굉장히 큰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키 큰 나무가 많고, 갑천이나 탄동천 등 강도 많아 백로가 선호하는 서식지이기에 벌목해도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하며 벌목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에 다다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최 교수와 성 연구원은 벌목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소음 및 악취 대책 역시 학교나 대전시의 차원에서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와 성 연구원이 모니터링 중인 교내 백로의 모습. (최명애 교수 제공)

 이 사무처장은 이에 “2010년대 어은동산 벌목이 진행되며 백로가 궁동으로 이동한 뒤, 간벌(솎아베기)이나 전정을 거치며 남선공원 등 대전 시내를 지나 다시 KAIST의 구수고개에 자리 잡았다”며 우리 학교가 벌목을 진행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는 것은 물론, 다시 우리 학교 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환경연합 입장에선 백로가 주로 활동하는 시기에 KAIST가 방학이라 피해가 없을 것이라 오해했다”고 말하며 “사실을 파악하니 교내 학생의 피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 사무처장은 우리 학교가 바람직한 공생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백로에 관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일반에 설명하기도 하는 백로 생태 학교 등을 만드는 등 교내 구성원과 백로 사이의 공생 및 학교 차원의 관리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더불어 “실질적인 학생 피해 개선을 위한 방음벽 설치 등을 대전시에 요구했으나 아직 잘 집행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당장의 실질적 피해 개선을 위해 기숙사와 백로 서식지 간의 일정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이 사무처장은 “대전시가 책임을 학교나 학생들에게 미루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 팀장이 “이격거리 확보를 위한 강전정이나 벌목에는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이 사무처장은 “백로 피해를 줄이겠다고 나무를 해치는 것도 아이러니한 것”이라며 약전정 혹은 그물 등을 이용한 이격거리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이에 “백로 학교 등이 기숙사 거주 학생 피해 개선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며 “벌목이 결과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이격거리를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반론하기도 하였다.

 

 문 팀장은 ‘효과가 불확실한 방법으로 일단 해보고, 내년에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안을 찾자’는 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올해 안에 가시적인 해결책을 시행하기 위해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전시에서도 명확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기에 어떤 방식을 시행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재 북측 기숙사 지역의 경우, 생명공학연구원 땅 조금을 제외하면 전부 우리 학교 소유라 결정이 나면 일 처리는 금방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활동가는 “20m가 되었건 100m가 되었건 이격거리를 정하는 것은 세부적인 협의 사항”이라고 말하며 “벌목이나 전정 전의 대책을 그 전에 먼저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지난 2016년 대전시에서 갑천 근처에 백로를 유인하고자 백로 울음소리 발생기 등을 설치했으나 실패한 사례를 소개하며 벌목 후 돌아올 수 있을 백로에 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정과 벌목의 효과와 이격거리 확보를 위한 방안의 효과에 관하여 계속된 이견이 반복되자 성 연구원은 “생태학 연구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올해 카이스트 기숙사 옆에 둥지를 튼 백로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의 적은 정보량으로는 어떤 대책이건 백로의 내년 행적을 확정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며 간담회의 대화를 중재하기도 하였다.

 간담회에서 환경단체, 학교, 학생은 서로의 입장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견해차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날 패널들은 10월에 오늘보다 구체적인 의견을 나눌 간담회를 다시 마련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이 사무처장은 “한 번의 회의로 결과에 도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음에는 대전시도 참여하여 백로가 돌아올 기간까지 충분한 논의를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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