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연구센터 최명애 연구교수와 성한아 박사후연구원, 교내 백로 상황 수치적으로 분석해

 우리 학교 인류세연구센터 최명애 연구교수와 성한아 박사후연구원은 올해부터 교내 백로 서식지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교내 구성원과 백로 간의 갈등을 다루는 프로젝트(이하 백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와 성 연구원은 교내 구성원의 피해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백로 생태를 공부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였고, 이를 토대로 지난 2일 열린 백로 간담회에서 다양한 수치 자료와 과학적 근거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이에 본지는 더욱 구체적인 연구 결과와 백로 서식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두 사람의 의견을 깊이 있게 듣고자 최 교수와 성 연구원을 인터뷰하였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최 교수: 인류세연구센터에서 연구조교수로 있는 최명애라고 한다. 원래 인문지리학자로 활동하여 자연 보전에 관한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자연 보전이 갖는 정치적, 문화적, 기술적 측면을 연구하고 있고 현재는 백로 프로젝트 외에, 컴퓨터 비전 앱과 같이 생태 조사에 활용하는 인공지능 개발, DMZ 보전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성 연구원: 작년부터 인류세연구센터에서 근무하게 된 박사후연구원 성한아라고 한다. KAIST로 따지면 STP(과학기술정책학)와 밀접한 과학기술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하였다. 기본적으로 과학 기술과 사회 간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생태학과 같이 사회와 자연을 과학이 어떻게 매개하는가, 새로운 방향으로 매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다. 이 때문에 원래 논 습지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었고, 이에 기반하여 KAIST에 와서는 최 교수와 함께 백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백로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였는가?

최 교수: 연구실에서 DMZ 보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두루미 레이블링을 했을 때, 학부생 조교를 모집했었다. 이때 학부생 조교로 일했던 학생이 작년 여름, 수업 팀 프로젝트를 자문해달라며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의 주제가 우리 학교의 백로였다. 올해 9월이 되며 KAIST에 부임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 백로가 있다 이야기만 들었지, 상황은 몰랐었기에 학생이 보여준 백로 사진을 보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교내의 백로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새 연구에 정통한 성 연구원이 학교에 오게 되며 백로 프로젝트를 꾸릴 수 있었다.

성 연구원: 박사 논문으로 한국의 겨울 철새 모니터링이라는 국가 프로젝트가 어떻게 생겼고, 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연구했었다. 이 때문에 생태학적 조사 과학에 관심이 있던 와중, 학교에 와서 최 교수가 백로를 조명하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백로에 관해 더 알아봤다. 이때, 우연히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에서 2018, 2019년에 전국에 있는 백로 서식지를 조사한 보고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정리하고 분석한 결과, 우리 학교가 국내 최대의 백로 서식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교내의 백로 서식지 문제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프로젝트에 참석했다.

 

백로 프로젝트는 어떤 목적이 있는가?

최 교수: 확실하게 백로가 있고 문제가 있다 수준의 연구에서 그칠 것은 아니다. 백로는 지난 수십 년간, 현재 북측 기숙사를 포함하여 대전 내의 여러 장소로 서식지를 이동했다. 각 서식지 인근 주민에게 끼치는 불편에 해결책으로 매번 벌목을 통해 백로 서식지를 바꾸는 방법을 되풀이했다. 이러한 지난 역사를 연구 초에 알게 되며, 단순 벌목과 같이 서식지 파괴를 통한 관계 단절의 해결책 외의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교내 학생들과 함께 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도시를 새로운 인류세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인류세 연구의 추세다. 사람뿐 아니라 학교에 위치한 백로 같은 동물이나 나무들도 도시의 중요한 구성요소인데 이러한 인류세의 공간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백로 연구를 통하여 찾아보고 싶다.

성 연구원: 인간의 역사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언제나 충돌로 묘사되었다고 본다. 최 교수 말에 조금 첨언하자고 하면 인류세 연구 자체가 이러한 평면적 묘사를 다르게 바라보자는 것이고 백로 프로젝트도 이러한 시각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백로뿐만 아니라 도심 속 야생동물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요즘,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를 충돌로만 바라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한다.

 

백로는 어떤 동물인가? 다른 새와 다른 특별한 특징은?

성 연구원: 연구하며 여러 생태학 전문가를 모시고 백로의 생태를 듣고는 했다. 그때마다 백로는 아주 옛날부터 인적이 드문 곳보다 시골에서도 민가 주변에 둥지를 트는 새라는 것이 다른 조류와 구분되는 특징으로 꼽고는 했다.

최 교수: 학생들이 생활 리듬이 있듯, 백로도 생활 리듬이 있다. 백로는 여름 철새로, 3월 정도부터 순서대로 오기 시작해서 8월 중순이 되면 논산에 잠깐 머물다가 남쪽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동한다. 이때, 백로가 가장 예민한 시기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5-6월 1달이다. 모니터링 결과 저녁 8시에서 새벽 4시까지는 백로가 자지만 새벽 5시부터 활동하며 여러 소음을 유발하고는 한다.

 

백로 프로젝트에서 파악한 우리 학교 백로 서식지의 특징은?

최 교수: 굉장히 특이하다. 백로가 이렇게 넓게 둥지를 틀고 있는 곳 중에서 대전시와 같이 큰 광역도시는 거의 없다.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집단 서식지를 이루는 야생 조류와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관해 연구한 사례가 많지 않다. 한국의 연구는 국가 기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내 백로처럼 아주 지역적인 서식지에 관한 연구는 장기간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지난 년간 대전시 안에서 쫓겨 다니던 백로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집단은 간담회에도 참여했던 대전환경운동연합 정도였다.

성 연구원: 2018, 19년 조사 결과, 최대 1092둥지가 있다고 해도 어떤 기숙사에 몇 둥지가 얼마나 가까이 있다 정도도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비교적 일찍 오는 왜가리 같은 경우는 아름관 주변에 둥지를 틀고, 진리관이나 신뢰관 주변에는 쇠백로나 대전에 늦게 도착하는 황로가 더 많이 있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 있기에 백로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이 더욱 뒤따르는 것 같다.

 

연구팀에서 파악한 백로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는? 이를 측정한 방식은?

최 교수: 북측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9명을 모아 모니터링을 부탁했다. 4명이 3달 동안 진행했고, 5명이 2달 동안 진행하여, 각자 주 1회씩 모니터링 일지를 썼다. 백로가 어떤 행동을 했고 백로로 인해 백화가 얼마나 심해졌고 냄새가 얼마나 났으며 이에 따른 내 기분이 어떤지 등을 일기 형식으로 받는 다이어리 방식을 차용했다. 이야기를 정리하며 기숙사별로 피해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신뢰관 같은 경우 창문이 바로 백로 서식지를 향해 나아 있어 소음 문제가 심각하지만 진리관 같은 경우 화장실 옆에 서식지가 위치해 이격거리가 있어 소음이 비교적 적은 대신, 진리관 바로 뒤 나무에 위치한 서식지 때문에 1, 2층의 냄새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했다. 아름관의 경우, 소음이나 냄새가 타 기숙사에 비해 매우 적어서 옥상으로 올라가서 모니터링을 부탁하기도 했다.

5월 정도에 종합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소음 문제라고 판단했고 이를 정량화하기 위해 소음 측정기를 진리관과 신뢰관에 각각 1대씩 설치하여 소음 측정을 시작했다. 이는 내년 10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받은 결과는 계속 60-70dB 사이의 소음이 나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결과는 백로가 떠난 8월 이후의 데이터를 포함하여 소음 사이클을 얻어야 좀 더 정확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냄새도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방법을 고민 중인데, 아직 방법이 없어 고심 중이다.

성 연구원: 모니터링 학생들을 모아서 심층적으로 인터뷰하고, 포커스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앞서 말한 백로의 생활 리듬이 학생들의 생활 리듬과 겹치는 것 같다. 백로가 가장 시끄러운 1달 동안, 우리 학교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치르고 여름학기를 보낸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우리 학교 학생들은 여름방학에도 대개 학교에 잔류하기에 피해가 더욱 커지는 듯하다.

 

교내 백로 서식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간담회에서 나온 해결책들이 도움이 될까?

성 연구원: 해결책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아름관 같은 경우에는 모니터링 결과, 확실히 피해가 적었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름관이 비교적 백로 서식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앞에 장애물도 많아 소음이나 악취로 인한 피해가 적은 것처럼 이격거리 확보를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최 교수: 성 연구원 말에 동의한다. 간담회에서 이미 이격거리 확보에 모두 동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백로 프로젝트 연구 데이터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숙사별로 구체적인 피해 데이터를 생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기숙사마다 다른 정도의 벌목과 전정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 연구원: 간담회가 끝난 뒤, 최 교수와 이야기해보면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환경단체나 학생이건 피해가 없는 이격거리 확보에는 동의했다. 이격거리 조성은 어느 정도 나무를 정리해 주는 것인데 이것을 누구는 벌목이라 하고, 누구는 약전정이라 하는 것에서 이해에 관한 차이가 시작된 것 같다. 최 교수와 내가 말하는 벌목은 나무를 둔치부터 베는 것이다.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벌목을 말하면서 사실상 가지치기인 전정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백로가 있는 상태의 나무를 전정하거나 벌목하여 야생동물을 죽이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본다. 아름관 정도의 이격거리(7m)를 올겨울에 확보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최 교수: 학교가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양쪽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학교가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로 때문에 악취가 굉장히 많이 났는데 7월 초 2주간 비가 오며 악취가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청소 역시 고려할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 북측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더욱 불만이 많은 것이 북측 기숙사 시설이 낙후되었다는 점과 겹쳐서 더욱 커지고는 한다. 이중창이 없는 방도 있는 등, 시설 문제 보수 역시, 이격거리 확보와 별개로 학교에서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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