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과학과 박정환 교수 연구팀 : Seifert surfaces in the 4-ball - 「Pre-print」

 우리 학교 수리과학과 박정환 교수가 카일 헤이든(Kyle Hayden) 콜롬비아 대학교 교수, 김승원 서울대학교 연구원, 매기 밀러(Maggie Miller)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원, 아이작 선버그(Isaac Sundberg)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지난 7월 5일에 40년간 해결되지 않았던 위상수학계 난제, 리빙스턴 추측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리빙스턴 추측이란?

 1차원 공간은 3차원 공간에 다양한 형태로 있을 수 있다. 쉬운 예로는 다음을 생각할 수 있다. 신발 끈을 들고 복잡하게 묶고 난 후에 양 끝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는 매듭이라고 부른다. 신기한 현상은 2개의 매듭은 시간을 추가로 고려한 공간에서는 같아진다는 사실이다. 3차원 공간에 들어있는 2개의 1차원 공간을 4차원의 공간에서 고려하면 항상 같은 공간이 되는 것이다. 80년대에 인디애나 대학 리빙스턴 명예교수는 이 현상이 3차원 공간에 들어있는 2차원 공간(곡면)에서도 일어나리라 추측했고, 이를 ‘리빙스턴 추측’이라고 한다.

 

리빙스턴 추측과의 만남 

 박 교수가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코로나가 한창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2020년 봄이었다. 당시 미국에 있던 박 교수는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방에 머무르며 온라인으로 세미나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독일 막스플랑크에 있는 타이크너 교수가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며 리빙스턴 추측을 접하게 되었다.

 올해 초, 박 교수는 김 교수를 초청하여 리빙스턴 추측이 참이라는 가정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후, 지금까지 연구가 되어있던 다양한 2차원 곡면들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대부분은 4차원 공간에서 같아진다는 사실을 보였다. 그러던 도중 1974년 리용이라는 수학자가 발견한 곡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4차원 공간에서 같다고 보일 수 없는 2차원 곡면 둘을 마주하게 되었다.

 여러 방법으로 이 2개의 곡면이 같다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시도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 내용을 김 교수가 밀러 연구원과 공유하였고 밀러 연구원은 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여 선버그 연구원과 헤이든 교수에게 공유하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선버그 연구원과 헤이든 교수가 새롭게 얻어진 두 곡면이 다르다는 사실을 코바노프 호몰로지를 사용하여 보일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야 리빙스턴의 추측이 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4차원에서 다른 두 곡면 (박정환 교수 제공)
4차원에서 다른 두 곡면 (박정환 교수 제공)

 

반례에 대한 증명

 두 곡면이 다르다는 사실은 두 가지의 방법으로 논문에서 증명하였다. 코바노프 호몰로지와 피복 공간을 통한 증명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코바노프 호몰로지는 90년대에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코바노프에 의해서 만들어진 수학에서는 매우 최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매듭을 코바노프 호몰로지라고 불리는 벡터 공간으로 대응시키고 만약 두 개의 매듭이 어떤 4차원 안의 2차원 곡면으로 이어져 있다면, 이 두 개의 벡터 공간 사이에 어떤 함수가 주어진다. 이 함수를 통해 4차원 안의 2차원 곡면의 불변량을 만들 수가 있다. 이를 이용해 두 사이퍼트 곡면의 불변량이 다르다는 점에서 다른 곡면이라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또한, 두 곡면이 다르다는 사실을 더 오래된 기술로 쉽게 증명하기 위해서 학부 위상수학에서 배우는 피복 공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한 공간 Y가 다른 공간 X의 피복 공간이라는 것은, Y가 X를 여러 겹 덮고 있으며 이때 국소적으로는 두 공간 X와 Y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공간 X와 X’이 같은 공간이면 이에 대응되는 2겹 피복 공간인 Y2와 :Y2’은 같아진다. 연구팀은 두 2차원 곡면에 해당하는 피복 공간을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더 재미있고 신기한 곡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의미에서는(topologically isotopic) 같지만 다른 의미(smoothly non-isotopic)에서는 다른 곡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의 의의

 고전적인 매듭이론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되어있다. 하지만 4차원 공간에서 2차원 공간이 어떤 식으로 있을 수 있는지에 관한 고차원 매듭이론 연구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박 교수는 이를 계기로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빙스턴의 추측이 맞으리라 여기고, 추측이 참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수학 외에도 많은 일을 할 때 유연한 사고를 통해 정해진 틀을 깨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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