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번스타인 - 「무역의 세계사」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중국산 가전제품, 아프리카산 커피... 일상에서 소비하는 재화 중 국내에서 생산한 것은 드물다. 땅을 밟아본 적조차 없는 국가의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역 덕분이다. KOTR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교역량을 화폐로 환산하면 21조 달러이다. 한화로 약 3경 원 정도인 셈이다. 사람들의 삶은 강하게 이어져 있고,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세계화라고 부른다.

 

 해당 개념은 1962년 캐나다 철학자 마셜 매클루언이 저서 <구텐베르크 갤럭시>에서 “전자공학의 발달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가 지구촌의 이미지로 재편되고 있다”라는 주장을 하며 유행했다. 그의 주장을 잘못 받아들이면 스마트폰, 인터넷이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진 후에야 바다 건너의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역,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화는 인류 역사와 발걸음을 같이 해 왔다. 570년 메카에서 태어난 무함마드는 아라비아 일대에서 상인으로서 삶의 초반부를 시작하였다. 남다른 장사 수완을 지녔던 그는 당시 최대 규모의 무역업체 사장과 혼인하게 된다. 이슬람교가 등장한 것은 그 이후였는데, 이슬람에 귀의하지 않은 자의 무역 참여를 금지함으로써 포교 활동을 벌였다. 결국 이슬람교는 동양의 가장자리까지 전파됐다. 중동과 유럽의 문화가 무역을 통해 퍼진 것이다. 

 이슬람 상인들은 페르시아만을 비롯한 주요 교역로를 통제함으로써 패권을 차지하였다. 무역 독점은 금, 은화 등 기축통화의 축적, 나아가 군사력 강화로 이어졌다. 반면 유럽 기독교 국가는 무역에 대한 지분을 잃었고, 국력 보전을 위해 전쟁은 불가피했다. 십자군 전쟁이 발생했다. 이 종교 전쟁의 발발에는 상업적 요소가 매우 크게 개입했다. 기독교가 이슬람교와 무역 패권을 두고 벌인 전쟁이었던 것이다. 인류 전쟁의 역사가 무역의 지배와 궤를 함께한 것이다. 

 전쟁 중에는 교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며 아라비아인들은 인도의 향신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인도인들 역시 더 이상 아라비아산 상아를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역의 전제 조건은 교역 국가의 정치적 안정이다.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다. 현대의 전쟁에는 자본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으며, 미국은 중국 소재 제조업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고 있다. <무역의 세계사>는 오늘날의 이러한 국제 정세를 올바르게 바라볼 틀을 제공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