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일보, TJB와 공동으로 지난달 2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약 90일간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 미래도시>를 개최한다.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2000년 시작해 짝수해마다 열리는 격년제 예술 프로젝트로 기술과 자연, 인간을 통합하려는 정신을 표현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활용하여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도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도시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다루며, 현재로부터 새롭게 열리는 도시들의 미래를 상상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전시는 한국,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11개국 22명의 작가가 도시,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그 중 첫 세 부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1부 ‘모두를 향한 테라폴리스’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도시의 구조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만드는 미래도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부 ‘한때 미래였던’은 계속해서 진화해온 도시가 건축적 형태, 인간, 자연, 자본, 이데올로기 등 여러 요소들의 관계로 형성되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앞으로도 새롭게 연결되고 생성될 도시의 미래를 상상한다. 3부 ‘무한 교차로’는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이 중첩되며 재구성된 도시의 모습을 그린다. 온라인 가상공간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 참여형 작품들이 눈에 띈다. 21세기형 예술가로 주목받는 에이샤-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의 <리서치 테이블 1, 2>작품은 환지통* 치료 장치에서 영감을 받아 관객과 작품 속의 대상과 심리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었다. 대상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설계된 모니터에 관객이 팔을 비추면, 영장류 동물의 팔이 거울상처럼 나타난다. 

환지통*
절단 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일부분에서 통증을 느끼는 증상

 

 황문정 작가의 작품 <반전광경>은 환경을 주제로 같은 도시공간을 점유하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은폐되고 배제되어 있는 ‘비인간(자연)’의 이야기를 관객 참여적인 형태로 풀어냈다. 관객은 비인간을 상징하는 작품 영역 속의 구슬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비인간을 통제하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리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복귀한다. 이는 곧 인간과 비인간의 순환으로 이어지는 공존의 관계를 시사한다. 

 조은우 작가의 작품 <AI, 뇌파 그리고 완벽한 도시 No. 2>에서는 관객이 뇌파측정기를 착용하고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관객으로부터 알파파를 감지하면 빛을 반사하는 홀로그램 패널에서 나오는 붉은 빛이 녹색으로 바뀐다. 뇌파가 새로운 공간과 환경을 창조하며 ‘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은 실재와 가상을 두루 포섭하며 이상적인 도시상을 보여준다. 

 

황문정 - 「반전광경」
황문정 - 「반전광경」

 

 한편, 작가들은 개최지인 대전의 특색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이며 이번 전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정만영 작가의 <흐르는 소리 풍경>은 분지형 도시 대전의 각지에서 순환하는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고리형으로 적절히 배치해 음성과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된 작품이다. 작가는 대전 3대 하천의 발원지에서 시작한 물줄기를 따라 소리를 채집하고 영상을 기록하였고,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의 소리와 영상도 기록하여 순환고리 형태로 배치해 소리풍경을 연출하였다. 

 켄이치로 타니구치의 <시티스터디-대전>은 대전의 윤곽을 표현한 작품이다. 항공사진에 찍힌 도시와 주변 자연의 경계를 따라 선을 그려 도시의 외형을 하나의 유닛으로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외관을 재구성해 모빌형태로 표현한 작품이다. 도시의 주요한 도로와 도시를 관통하는 역동적인 강줄기 등이 도시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기준이 되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유기적 형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켄이치로 타니구치 - 「시티스터디」
켄이치로 타니구치 - 「시티스터디」

 

 시립미술관의 본 전시를 시작으로 대전 원도심 일대에서는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의 4부인 ‘시티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2021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여섯 작가는 ‘미래도시’라는 주제 아래 네트워크, 문화, 역사, 환경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제시한다. 전시기간 중 대전창작센터, 대전일보의 랩마스 아트 갤러리, TJB 로비에서 해당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인류적 사건인 코로나의 유행이 일어난 이후 개최된 만큼 최근 문명의 상징인 도시들이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또한 ‘우리가 어떤 미래도시를 상상하는가’ 라는 질문을 부각시키고, 변화하는 미래 도시의 모습 속에서 생겨날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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