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주도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KAIST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선언문은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사람으로서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성별, 종교, 장애 유무, 연령, 성적 지향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하지 않으며,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존중, 포용하여 다양성이 증진되는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은 단순히 소수자의 인권과 행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다. 당연히 과학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을 가진 KAIST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치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다양성, 포용성 지수는 어떠한가? 카이스트는 다른 종합대학에 비해 구성원의 출신 배경, 성별, 학문의 성격 등에 있어서 비교적 다양성이 부족한 편이다. 학생 대다수가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과학 과목에 두각을 나타낸 영재들이고, 성비 불균형도 대단히 심한 남초 집단이다. 국제화를 향한 지향 속에서 지난 10년간 외국인 학생과 교원의 수가 점점 증가했지만 여전히 10% 미만에 불과하다. 외국인 구성원들이 인종적, 언어적, 종교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 안팎에서 겪는 불이익과 불편함을 짐작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학내 식당 중 이슬람 구성원을 위한 할랄 음식을 파는 곳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행히 캠퍼스 내에서 소수자에 대한 가시적인 혐오발언이나 차별이 공공연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미시적인 차별과 편견에서까지 자유로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과 관심사, 정치적 지향, 성별, 성적 정체성, 인종과 문화를 가진 동료를 일상에서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면, 적어도 자신과 다른 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능하다. 반면 획일적이고 동질적인 조직에서는 차이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소수자 그룹 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행복과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선언은 KAIST의 현실을 돌아보고 학교 차원에서 차별 금지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인권 관계자를 포함한 몇몇 참석자들만의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와 학내 소수자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나아가 실질적인 제도의 확립과 실행이 필요하다. 현행 입시 제도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아닌지, 성별이나 국적, 장애, 성적 정체성이 특정 학업을 지속하는데 방해요소가 되는 것은 아닌지, 온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특정 성별, 인종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 발언에 대한 규제 장치는 마련되었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때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우리 학교가 지향할 최대 가치로 삼고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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