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독서문화위원회 주관으로 지난해 9월부터 북클럽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북클럽 지원 사업은 교수, 학생, 직원 등 교내 구성원 3인 이상이 모임을 구성하면 모임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학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본지는 교내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고 학우들에게 좋은 도서를 추천하는 목적에서 제1회 독서왕으로 선발된 우수 북클럽과의 인터뷰를 502호부터 소개한다. 이번 호(507호)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외부에 감상과 토의 내용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는 독서 모임 <IGI>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기부터 현재의 4기까지 <IGI>의 모임장으로 활동 중인 김진아, 이준원 학우가 인터뷰에 응했다.

독자분들께 독서 모임 <IGI>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GI> 독서 모임 모임장 김진아, 이준원입니다. <IGI>는 ‘I Got It’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저희는 읽는 기쁨을 나누고, 스스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고자 이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뛰어남보다 꾸준함을 추구하며, 책 읽는 습관을 기르고 타인과 생각을 나누며 시야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임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1기 모임을, 9월부터 12월까지 2기 모임을,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3기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넉 달 동안 한 기수가 진행되며, 모임원들이 추천한 도서 중 투표를 통해 그달의 책을 선정합니다. 문학과 비문학을 골고루 읽기 위해 격월로 번갈아 가며 선정하고 있습니다. 책이 선정된 뒤에는 한 달 동안 함께 책을 읽고 각자의 감상과 발제자의 발제문을 바탕으로 토의합니다. 토의는 기록 과정을 거쳐 문서 형태로 보관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ZOOM을 이용해 토의를 진행하고 있고, 노션 페이지에 발제문, 감상문, 기록문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모임 소개는 모임 인스타그램 계정 @igi_reading을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IGI」는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임원이 함께 읽은 책의 감상과 토의를 공유하고 있다. (독서 모임 「IGI」제공)
「IGI」는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모임원이 함께 읽은 책의 감상과 토의를 공유하고 있다. (독서 모임 「IGI」제공)

 현재 <IGI> 독서 모임은 2022년도 가을학기를 맞이하여 총 여덟 명의 4기 구성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전 모임부터 꾸준히 참여했던 구성원 중 다시 모임을 찾아준 친구들도 있고, 이번에 새로 지원하여 함께하게 된 구성원들도 있습니다. 4기 모임은 구성원들의 소속과 전공 분야의 스펙트럼이 특히 넓은 편입니다. KAIST 학부생은 물론 다른 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한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 활동을 하면서 읽은 책 중 몇 권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진아: <IGI> 독서 모임의 구성원들이 다들 자신의 외연을 넓히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고는 하는 의제에 관한 책을 함께 읽는 일이 많았습니다. 모임에서 읽었던 책 중 사회와 소수자에 관한 책을 몇 권 소개하면 어떨까요?

준원: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캐시 박 홍 작가님의 <마이너 필링스> 입니다. 이 책은 이민자 2세대이신 작가님이 아시아인으로서 미국 생활을 하며 겪은 소수자 감정에 관한 책입니다. 미국에서 다양한 범주의 아시아인들은 인종주의 아래 묶여 근면하고 성실한 ‘모범 인종’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그 존재가 쉽게 지워지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가시적이기보다는 은은하고 끈끈한 차별을 통과한 소수자들은 자기검열과 우울, 불안을 내면화합니다. 저는 책에서 다루는 소수자성이 KAIST 학우들과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꼭 유학과 이민 등 해외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소수자를 마주하거나 소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이, 쥐고 행사할 때는 모를 기득권과 권력의 폭력에 대해 고민하고, 소수자성이 주는 존재론적 고충을 들여다보는 기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아: 저는 사계절출판사에서 펴낸 김원영, 김초엽 공저 <사이보그가 되다>를 추천합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유명한 김초엽 작가님, <실격당한 이들을 위한 변론>을 쓰신 김원영 변호사님이 ‘장애와 과학 기술’을 둘러싼 여러 가지 담론에 주목한 책입니다. 책에는 이공학도라면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화두가 가득합니다. 과학기술의 완전한 중립성과 객관성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하여, 기술낙관주의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는 데 가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나아가 이런 주제를 장애학의 개념과 연결 지어 설명합니다. 조금은 생소하고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님들의 필력 덕에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구성원들이 함께 이 책을 읽으며 과학기술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성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준원: 이외에도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황정은의 <연년세세>,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떠오르네요. 모임을 하며 함께 읽은 책들 모두가 인상 깊은데, 모두 소개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진아: 왠지 어려운 책들만 소개한 것 같아 변명처럼 덧붙입니다. 모임에서 가볍고 재미있는 문학 작품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최근 4기 모임의 첫 책이 결정되었는데,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입니다. 얽히고설킨 가족사와 로맨스를 환상적으로 그려낸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인데요, 소개를 조금만 찾아봐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9월에 모임이 끝나면 저희가 나눈 토의 내용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될 텐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책을 읽으신 뒤 카드 뉴스를 보며 의견을 비교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 모임 활동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IGI>는 독서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모임을 통해 하나의 글이 개별적인 경험을 통과해 풍부한 논의로 번지는 과정을 목격했습니다. 제각기 다른 마음이 만나 부딪치고 뒤섞이며 자신의 세계를 넓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왜 결국 함께해야 하는지, 귀찮아도 반겨야 하는지 저희는 <IGI>를 통해 알아가고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에게 뜻깊었던 <IGI>의 활동을 조명하고, 의미를 발견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책으로 엮이고 뭉치는 자리가 더욱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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