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 『책들의 부엌』, KAIST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주)예스이십사 제공
(주)예스이십사 제공

 유진은 스타트업을 이끌던 대표였다. 스타트업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순식간에 유진은 길을 잃었다. 스타트업의 지식 재산권이 팔린 것이므로 창업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년 내내 앞만 보고 달린 그녀에게 갑자기 주어진 공백은 곧 허무함으로 바뀌었다. 두 달간 멍하니 지내다가 꺼낸 소설책은, 한 여인이 영국 시골 마을에 작은 호텔을 만들고 다양한 사연의 손님들이 찾아와 겨울을 보내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 홀린 듯 소양리로 여행을 떠난 유진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소양리 땅 250평을 산 유진은 북카페 겸 북스테이를 차리고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짓는다. 손님마다 입맛에 맞는 책을 추천받고 마음을 쉬어 가길, 또 맛있는 책냄새가 풍겨 사람들이 모여들고 위로를 얻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 것이다. 유진의 바람대로 소양리 북스 키친에는 여러 이들이 각자의 고민을 안고 왔다가 환기와 치유의 시간을 갖고 돌아간다. 자신의 정체성 사이의 간극에 혼란을 겪는 연예인, 승승장구하다가 갑작스럽게 암 진단을 받은 변호사, 서른을 앞둔 대학 시절의 절친들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이 곳을 다녀간다. 

 <책들의 부엌>은 김지혜 작가의 데뷔작이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코로나19사태 장기화와 퇴사 이벤트가 합쳐져 세상이 자신 앞에서 순식간에 셔터를 내려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무언가와 연결되는 세계가 필요했던 김 작가는 닥치는 대로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고,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갈증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김 작가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써 내려간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소양리 북스 키친의 사람들은 직원, 손님 할 것 없이 각자의 깊은 이야기를 꺼내 놓고 경청하며 서로를 묵묵히 달랜다. 하지만 사연을 억지로 물어보거나 대화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북카페의 주인인 유진은 사람들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고자 만든 공간에서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고 느끼게 된다. 김 작가가 책의 끝에서 첫 소설을 쓰며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마음을 쉴 시간이 필요하다면, 대화 상대로 이 책을 추천한다.

 

KAIST도서관 누리집에서 해당 추천도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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